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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12월호] 대륙분류 : [남아메리카] 국가분류 : [과테말라] 도시분류 : [라 메실라]
기사제목
[ESSAY] 과테말라 하이킹의 추억 guatemala
| 괴테말라 하이킹을 위해 내가 통과할 국경은 라 메실라에서 엘 오코탈 구역이었다. 하루에 산 크로스토발 드 라스 카사스에서 께찰테낭고(과테말라 제2의 도시)까지 가려면 일정이 좀 바쁘다. 줄을 잘 선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말만 공무원이지, 칼을 주머니에 숨길 강도다. 날 보더니 대뜸 피자 피를 내란다(우리와 과테말라는 무비자 협정을 맺었는데, 무슨 비자 피가 있단 말이냐!). 내가 못 알아듣는 척 하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필요한 만큼을 보여준다. 옆에 있는 낯선 친구(우리 같은 신세는 눈만 맞으면 친구다)도 거든다. 이런(?) 나라의 이런(?) 국경에서는 소정의 출입료를 내야한단다. 이 친구가 더 공무원 같다. 어쨌든 '공무원' 의 도움으로 '강도'에게 돈을 상납하고 나니 3분 내로 도장을 찍어주면서 거스름돈까지 챙겨준다. 그래도 일관성 있는 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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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께찰테낭고로 가는 길 |
| 국경에서 돈을 내고 나오니 '삐끼' 아저씨들이 달려든다. 환전을 하면서 첫 번째 큰 도시인 께찰테낭고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17달러를 내란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 '됐다' 고 했더니 3달러 깎아 준단다. 친절하시기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국경까지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멕시코 할아버지가 부른다. 자기가 싸게 가는 방법을 아는데, 믿고 따라오란다. 싸다는데 뭘 더 망설일까? 그렇게 악명이 높다는 과테말라의 치킨 버스를 처음으로 타게 되었다. 혼자.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버스는 '강도버스'로 유명하단다. '몽땅 털렸다, 맞고 털렸다, 찔리고 털렸다, 죽었단다'는 루머가 낭자한 버스였던 것. 모르는 게 약이다. 10분 정도 잔 것 같은데 앞의 총각이 흔들어 깨운다. 내려서 앞의 버스로 갈아타야한단다. 그렇게 옮겨 타기를 4번. 13시간 만에 드디어 께찰테낭고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
| 사실 내가 이 도시에 온 이유는 따로 있다. 이곳에 있는 한NGO의 자원봉사자들이 여행객들의 하이킹 가이드를 해주고 그 비용으로 과테말라 아이들을 후원해 준다길래,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다. 하이킹을 하면서 길거리의 아이들도 도울 수 있다니 금상첨화 아닌가? 다음 날 아침 일찍NGO를 찾았다. 하이킹을 하고 싶다고 하자 식사를 하던 서양 친구들이 벌떡 일어나 반긴다. 분위기 좋다. 원래 내가 참석하려고 했던 하이킹은 1박 2일 코스였지만,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2박 3일짜리 하이킹이 훨씬 좋단다. 귀 얇은 나, 일명 아오자이 귀로 통하는 나다. 바로 2박 3일짜리 투어를 신청하고 입이 귀에 걸려 숙소로 돌아왔다. 앞으로 닥쳐올 시련은 생각도 못한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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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 하이킹, 그 첫 날 |
| 3일간의 하이킹이 지옥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일단 배낭 무게부터 심상치 않다. 내 3일치 식량에 방한복, 침낭, 세면도구 등등. 과테말라 하이킹은 일반 하이킹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헝그리 정신으로 해결해야한다. 교통수단은 물론 대중교통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미국에서 온 친구와 캐나다에서 온 친구인데, 5개월 정도 가이드를 하면서 하이킹 중 다른 팀을 만난 적이 한번도 없단다. 그만큼 여행객들이 없는 곳이니, 현지인들과 친하게 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럴 때는 나의 아오자 귀가 자랑스럽다. |
|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점심 1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강행군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극기 훈련. 이 서양 친구들의 다리는 왜 또 그렇게 긴지, 쉬지 않고 걸어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나중에는 평지를 걷는 것도 힘들어서 몇 걸음마다 쉬어야했다. 배낭은 왜 그렇게 내 어깨를 누르는지. 할매 귀신을 양쪽 어깨에 한 명씩 걸치고 걷는 기분이야 |
|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워낙 작은 산동네이기 때문에 지도에는 당연히 없다.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20분간은 아무 것도 안하고 쉬었던 것 같다. 밭에는 온갖 물집이 자리 잡아 다시 일어나 발을 땅에 대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트레킹하기에 난 너무 늙은 걸까. 설악산을 휘어잡던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
| 우리가 짐을 푼 곳은 누군가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다행히 사방은 다 막혀있고 대문까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가 전부 나가떨어진 것을 알고 가이드 두 양반이 직접 저녁을 만들어주었다. 마음씨도 고와라. 맛이 희한한 스파게티(양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소스는 거의 간장처럼 찍어먹어야 할 정도였다)와 나름(?) 훌륭한 스프를 먹고 바로 잠을 자기 위해 침낭을 깔았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왔지만, 오늘 밤은 그 한기마저도 가족처럼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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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들면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
| 결국 첫날밤에는 친구들의 권유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동네 파티에 가서 같이 춤을 추고 쇼를 했다. 그토록 아팠던 발도 술 마시고 노는 데는 협조를 해주었다. 역시 나는 놀면서 살 체질인가 보다. 동네 식당에다 부탁해 아침 식사를 얻어먹고는 바로 또 강행군을 시작했다. 그래도 어제 워밍업을 확실히 해서인지 어제보다는 숨을 쉬는 것이 확실히 나았다. 내가 나아진 것과는 달리 서양 친구들은 어제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그래, 난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기분이 들떠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잠시 머리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 새, 나무, 이 모든 것이 내 곁에 있었다. 그걸 잊고 땅만 쳐다보고 걷는다면 한 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여행 전의 내 삶이 그러했을까? 잠시만 고개를 들면 전혀 다른 세상이 있는데. |
| 하이킹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 일행이 찾아든 곳은 현지인들의 숙소였다. 그 동네에서는 교회로 쓰이는 곳이라고 했다. 어제와는 전혀 딴판이다. 일단 깨끗하고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식사도 현지인들이 손수 만들어 했다. 어제와는 전혀 딴판이다. 일단 깨끗하고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식사도 현지인들이 손수 만들어 준 치킨과 따뜻한 야채볶음으로, 어제와 비교하면 천국이다! 그 때문인지 모두 흥분한 상태다.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치킨은 두당 두 조각까지 만이라는 룰도 정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마시멜로도 구워먹고 게임도 하면서 좀 여유 있는 밤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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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지막 날, 한 가닥 햇빛이 머리를 들이민다 |
| 빨리 하이킹을 마치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 소금기도 좀 털고 싶고. 오늘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났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다. 정말 해돋이는 안 봐도 되는데, 정말 괜찮은데. 그러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침남을 개키고 일어났다. 나처럼 아침잠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코스를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
| 미리 준비한 랜턴을 하나 씩 들고 밤길을, 아니 새벽길을 나섰다. 칠흑 같은 밤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였다. 달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오기 전에는 랜턴 없이는 정말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그렇게 2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어두움의 끝을 비집고 한 가닥 햇빛이 머리를 들이민다. 강 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 그 금쟁반 같은 강의 가운데를 살포시 가르는 배 한 척. 내가 미사어구를 좀 더 많이 알았다면 그 모든 표현을 다 쏟아낼 것을. 나는 그저 그 풍경을 마음 깊숙이 담고 열심히 밥을 먹었다. 식사 후부터는 본격적인 하산코스다. 역시 긴장이 필요하다. 2시간 정도 더 산행을 한 후에 우리는 드디어 '라고 아띠뜰란' 이라 불리는 호수에 도착했다. 물을 보자마자 우리는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생각보다 물이 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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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거야 |
| 우리는 무사히 하이킹을 마쳤다. 한명의 낙오자나 부상자도 없었다. 사실 이 트레킹 코스는 좀 위험하다고 한다. 가끔은 강도를 맞기도 한단다. 물론 정해진 길로만 다니기는 하지만, 경제 사정으로 인해서 가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을 한단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만난 현지아이들은 누런 콧물을 줄줄 흘리며 사진 찍어달라고 달려드는 정도였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유머는 유머로 끝날 때가 많다. 아니면 내가 운이 억세게 좋은 것이든지. |
| 이제 또 각자의 길을 찾아 흩어질 시간이다. 하루 밤 정도는 같이 어울리며 힘들었지만 재밌었던 일정을 얘기하며 술도 마시고 즐기고 싶지만, 각자 일정일 바쁘다. 이것이 배낭 여행자들의 여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다시 또 만나리라는 것을. (김수연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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