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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말레이시아] 도시분류 : [코타키나발루]
기사제목
[ESSAY] 푸른 바다 속 열대어와 함께한 코타키나발루 여행
| 읽어버린 디지털 카메라 |
코타키나발루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동안 호텔에 도착했다. 예정된 숙소는 리조트였지만 현지 사정으로 인해 호텔로 변경된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던 화려한 조명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리조트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살짝 실망이 되었다. 방을 배정받고 침대에 누워 잠시 새로운 곳에 있다는 느낌을 만끽하고 짐을 풀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가방이 살짝 틀어져 있었던 것. 얼른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디지털 카메라가 사라져 있었다. 기내용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쇼핑할 생각을 하니 귀찮은 마음이 동해 수화물로 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그 시간에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 내에 있는 경찰서에 가서 분실 신고도 하고 경위서도 작성했다. |
| 즐겁고 유쾌한 여행을 기대했건만, 도착하면서부터가 이렇게 꼬이기 시작하다니.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일단 카메라를 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두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자유여행으로 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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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도시에 '발도장' 찍기 |
| 다음 날 아침. 친구와 나는 전날 있었던 유쾌하지 않은 사건은 한국에 돌아갈때까지 잊어버리고 유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첫날이니 먼저 도시를 익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호텔에서 아침을 대충 챙겨 먹고, 로비에서 시내 지도를 한 장 집어 들고 시내로 향했다. |
출발한 지 십여 분이 흐르자 등에서 땀이 흐르고 얼들을 차례로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슈퍼에 들러 저녁에 간단히 먹을 간식거리로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컵라면과 하루의 피로를 씻어줄 맥주도 한 병 사두었다. 지도를 들고 발길 닿는 대로 다녀서인지 우리와 같은 여행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대신 현지인들이 힐끔힐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노천식당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여럿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기에 우리도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메뉴도 복잡해서 주변의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맛있으 보이는 것들 로 몇가지를 주문했다. 옆에서 한 아저씨가 열심히 코코넛 열매의 꼭지를 따고 있기에 코코넛도 추가했다. 잠시후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에 쌀국수를 좋아했던 지라 기대를 하고 국물을 한입 떠먹었다. 한국에서 먹을 때보다 느끼한 맛이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늦은 점심이었기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어린아이가 노란색 튀김 같은 것을 맛있게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호기심이 강한 친구와 나는 직원을 불러서 손짓으로 그 아이가 먹고 있는 음식이 뭔지 물어보고 똑같은 멘를 주문했다.
노란색 튀김의 정체는 바나나였다. 바나나에 튀김옷을 입힌 그 메뉴는, 그날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시내 곳곳을 쇼핑을 겸하여 둘러보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또 바나나 튀김을 사 먹었다. 나중에 알 게 된 그 튀김의 이름은 '피상고렝' 이었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식당을 나왔다. 계산을 해보니 배부르게 먹었던 점심은 우리 돈으로 삼천 원 남짓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내심 흐뭇해진 우리는, 해외에 나오면 다들 팁으로 얼마씩을 줘야한다는 말에 거스름돈을 여유 있게 남겨 놓고 식당을 떠났다. 그런데 식당점원이 우리를 부르더니 거스름돈을 손에 쥐어주었다.
일하는 학생 같아 보였는데 순수한 표정으로 거스름돈이라며 내어주는 것을 보니 기분이 꽤 좋아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렇게 돌아다니고 식사를 했던 곳은 빈민가여서 외국인들은 되도록 피해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렇게 맛난 음식을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면 그 정도 위험쯤은 감수할 만하지 않을까? 숙소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보니 금새 온몸이 나른해진다. 방으로 돌아와 맥주 한 잔을 하니 피곤한 몸은 어느새 잠을 청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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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못할 추억, 사피 섬에서의 스노클링 |
둘째 날 아침이 밝자 우리는 사피 섬으로 스노클링을 하기로 한국에서 미리 약속을 해놓은 다른 일행들을 만났다. 사피 섬으로 가는 중간 중간, 꿈꿔왔던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들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위에서 내려 보기만 해도 신기했는데, 사피 섬에 도착해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 속에서 들어가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등이 까맣게 타는 줄도 모르고 스노클링의 재미에 흠뻑 빠져 말레이시아의 바다를 맘껏 유영했다. 중각에 작은 섬에 내려 열대어들에게 빵 조각을 던져 줄 수도 있다. 식빵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바다 밑을 보고 있으면 고기들이 손가락 사이의 빵 조각 냄새를 맡고 손을 쪼기 시작한다.
내 손 밑으로 모여들어 빵 조각을 먹던, 청록색 바다 속의 열대어들.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그러다보면 손이 꽤 따끔거리는데, 손을 쫙 펴서 항복을 하지 않으면 열대어들은 계속 공격을 퍼부어댄다. 그 많은 물고기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공격하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즐거운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보니, 다른 일행들은 발마사지를 받으러 나간다고 했다. 우리도 피곤함을 달랠 겸 따라나섰다. 시내 큰 상가의 마사지숍에서 우리는 1시간 여에 걸친 훌륭한 발마사지를 받았다.
가격은 물론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저렴했다. 그렇게 하루의 피로를 풀고 근처의 재래시장을 둘러본 후 바닷가의 노천카페에서 저녁을 주문해 먹었다. 현지에 가면 현지 음식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먹어보기로 다짐했던 터라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해 우리식대로 음식을 품평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단지 운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식성이 좋은 건지 음식은 대체로 입에 잘 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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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나발루 공원에서의 정글 트레킹 |
셋째 날, 같은 숙소에 머물던 사람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에 가자고 제안을 해왔다. 우리는 흔쾌히 동행하기로 했다. 무턱대고 출발했던 우리와 달리 그들은 꽤 숙련된 여행자들이었던지 미리 택시까지 예약해 두었다. 출발한지 두 시간 후, 동남아에서 제일 높고 유명하다는 키나발루 국립공원 정상에 도착했다(물론 걸어서 올라가진 못하고 택시를 타고 올라갔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배려로 우리는 저 아래의 키나발루 산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과연 장관이었다. 산자락을 돌아 우리는 밀림 한 가운데에 철제 와이어와 판자로 만들어진 다리인 캐누피가 있는 곳까지 정글 트레킹을 했다. 힘겹게 올라간 캐누피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새삼 사람이 경이로워 보였다. 그 높은 나무 중간에 그런 다리를 엮어 내다니. 더군다나 그렇게 길도 제대로 닦이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말이다. 캐누피를 체험하고 내려오는 길에 유황 온천인 포링 온천에 들렀다.
포링 온천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자국 군인들을 위해 휴양지로 개발한 곳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라 더 이상의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족욕을 하며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날을 한껏 즐겼다. |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저녁이 다 되어 시내에 도착했다. 우리는 또다시 전날 갔던 워터프론트의 노천 식당에 가서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식당의 종업원이 이틀째 같은 자리에 앉아 즐겁게 떠들고 있던 우리에게 어디서 왔는지 내일 또 올 것인지 물어보며 아는 체를 해 주었다.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시간이 다 가고 있음이 아쉬웠지만, 그들의 친절한 마음이 훈훈해졌다. 휴가를 마치며, 한껏 풀어져 있던 나의 마음을 추스르고 짐을 정리했다. 출발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지만, 코타키나발루는 여행 내내 즐거운 기억을 선사했다. 황금 같은 휴가에 작별을 고하고, 우리는 다시 춥지만 단단한 삶의 터전인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안미영 충남 계룡군 암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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