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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7년 08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아를]
기사제목
[ESSAY] 반 고흐를 찾아 떠난 프로방스 아를 ar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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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를에 가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사업차 파리에 갈 일이 생겨 왕복 7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가 예정되었던 출장이 돌연 취소되면서 졸지에 공짜 프랑스행 티켓 한 장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내친김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프로방스를 정복하고 오겠노라 단단히 마음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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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선물한 아를행 티켓 |
| 할인 항공권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베트남에서 경유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하노이 시내로 나가지 않으면 우리나라 고속터미널 만한 공항에서 10시간을 넘게 기다려야한다. 아니, '묶여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나는 갈 때와 올 때 모두 공항 안에서 10시간 이상을 홀로 보내야만 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반 고흐에 대한 책을 몇 권 사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반 고흐의 생애, 동생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그의 그림들을 보는 동안 마음을 벌써 아를에 가 있었다. |
|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아를에 도착! 일단 안내소에서 저렴한 호텔 몇 개를 추천 받아 사내 중심부로 향했다. 내가 묶었던 숙소는 '고갱의 호텔' 이었다(유감스럽게도 고흐의 호텔은 없었다). 가격대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테라스가 있는 노란 외벽의 건물이 마음에 들어 주저 없이 그곳을 택했다. 테라스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방에 들어가자 강렬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던 것이다. |
| '오전에 청소를 해서 그럴 거야. 저녁 때쯤 돌아오면 냄새가 사라지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크나큰 착각이었음을,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그 정체모를 냄새는 심지어 한국에 돌아와서 열어본 트렁크 속의 옷에서까지 배어 나왔고, 나는 나와 함께 한국행을 한 그 냄새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아를에서 반 고흐를 만나다 |
| 사실 그런 냄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프로방스, 반 고흐가 살아생전 돌아다녔던, 그리고 수많은 그림을 그렸던, 바로 그 아를에 와 있지 않은가! 건물들은 프로방스의 뽀송뽀송한 햇살 아래서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날씨 또한 따뜻했다. 아를이라는 곳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색감이 예쁜 마을이었다. 3층을 넘지 않는 아담한 집들은 모두 각자의 취향에 맞는 파스텔 톤의 벽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위에 널어놓은 빨래마저 비례와 색감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예술적이었다. 그런 마을 풍경을 보고 있자니 '반고흐가 원색의 색감을 잘 쓴 것이 아니라, 이 마을의 색감 자체가 강렬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
| 이제 동네도 한 바퀴 돌았겠다. 본격적으로 반 고흐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반 고흐가 머물렀다던 요양원에 들렀다(지금은 물론 요양원이 아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카페가 있는 이곳은 이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그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 눈을 꼭 감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감성에 푹 젖어들었다가 눈을 떴을 때, 내 눈 앞에 반 고흐가 있었다. 귀에 붕대를 감고 그림을 그리는 반 고흐가! 근처의 카페에 앉아 그를 응시했다. 그는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무르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지자 조용히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는 행위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걸까? 지금까지도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
| 요양원을 나와 '아를의 도개교와 빨래하는 여인들' 이라는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곳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그곳은 한없이 조용했다. 도개교가 놓인 물길은-그림과는 달리-심심한 도랑 이상으로 봐 주기 어려웠다. '별이 빛나는 밤' 의 배경인 강도 운치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평범했다. '이런 강을 그런 색감으로 표현하다니 역시 반고흐다!' 나는 또 한 번 그에게 감탄했고, '반 고흐 따라잡기' 여행이 점차 끝나갈 무렵엔 '그림이 실제보다 더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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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프로방스, 나의 아를 |
| 어느새 밤이 되었다. 출출하기도 하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동안 가고자 벼르고 별렀던 '밤의 카페'로 향했다. 조명을 한 몸에 받으며 멋진 자태로 서 있던 카페를 발견한 그 순간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아를에 오게 된 이유다! |
| "밤의 카페를 감상하고 싶다면 그 옆의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라." 던 누군가의 충고가 기억났지만, 나는 주저없이 카페 안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했다. 여기까지 와서 그곳에 들르지 않는 건 용서받지 못할 일 같았으니까. 메뉴는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았지만, 서비스는 정말 최악이었다. 늙은 지배인은 30분이 넘도록 음식을 가져오지 않았고, 미안해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그는 계산서를 내밀며 서비스를 했으니 팁을 달라고 대놓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의 카페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곳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결국 옆 카페에 앉아 카페크림을 홀짝이며 한참동안 밤의 카페를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색 차양이 드리워진 밤의 카페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
| 프랑스로 여행을 간다면 루브르나 베르사유 궁전도 좋지만, 하루 정도 아를에 꼭 들러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듯 그곳을 둘러보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한 그곳이 따분할지도 모르겠지만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를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선미 서울 강동구 천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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