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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7년 11월호] 대륙분류 : [남태평양] 국가분류 : [괌] 도시분류 : [괌]
기사제목
[ESSAY] 두근두근, 괌 코코로드 레이스 참가기
| 초여름 새벽,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기나긴 코스를 달리던 나에게 따뜻한 남쪽나라에서의 마라톤 대회는 유혹 그 자체였다. 시합을 마치고 집으로 가자마자 괌에 대한 정보를 뒤적거렸고 괌에서 한 판 달려보겠노라고 마음을 굳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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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7월 1일 : 괌 여행을 결정하다 '괌에서 왠 마라톤이람?' |
| 새벽강변마라톤 대회에 갔을 때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던 '코코로드레이스(Ko' Ko' Road Race)'에 대한 플래카드를 보고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다. 휴양지에서 마라톤이라. 와서 며칠 쉬다가 마라톤도 하라는 말인가? 대회 이름이 좀 귀엽긴 하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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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2일 : 가을의 땅을 떠나 여름의 바다로 |
| 한 달 전부터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예약하고, 괌관광청 웹 사이트에 링크된 대회 공식홈페이지에서 대회 참가비 입금을 마친 후, 가뿐한 마음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
| 항상 그렇듯이 이번 괌 여행도 나 혼자. 뭔가를 즐기러 갈 때에 누군가를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질색이다. 휴양지의 신혼 커플들이 염장을 좀 지르기는 하겠지만. 저녁 8시. 비행기는 귀를 먹먹하게 하며 마침내 하늘로 솟았고, 나는 랩탑에 저장해 놓은 영화를 보다 잠에 빠져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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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3일 : Warming Up |
| 괌에 도착해 공항을 나선 시간은 대략 새벽 2시.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후욱, 하고 내 가슴에 안기는 열대의 따스한 공기! 에어컨 냉기를 막기 위해 걸쳐 입었던 외투를 벗어 버리고 호텔로 향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라 내일부터 열심히 놀아야 한다. 체크인하고 호텔 방에 들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곧장 잠을 청했다. |
| 다음날 아침, 호텔 뷔페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바다로 향했다. 호텔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스노클링 도구를 챙겨들고. 스노클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고기에게 주는 빵을 챙기는 것이다. 해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인근 해역에도 산호초가 형성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등짝이 햇볕에 벌겋게 익을 때까지 마음껏 물고기와 노닥거렸다. |
| 오후 느지막이, 선수등록을 위해 마련된 부스로 향했다. 내가 묵었던 힐튼호텔 바로 옆에는 괌을 포함한 인근 섬의 주민들이 모여 한 판 축제를 벌이는 '마이크로네시아 아일랜드 박람회(Micronesia Island Fair)'가 한창이었다. 박람회장 한 구석에 있던 코코로드레이스 부스에서 선수 등록을 마치고 기념품들을 받아든 후에 축제장소를 한 바퀴 돌았다. 괌과 그 인근 섬에서 나는 온갖 특산물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행사장 메인 스테이지에는 신나는 민속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슬렁슬렁 몸을 흔들고 있었다. 마치 시골 동네잔치에 온 듯한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 예상하지도 못했던 의외의 축제는 내일 있을 시합 때문에 벌써부터 두근거리던 마음을 다소 느긋하게 해주었다. 괌의 주민들과 어울려 맥주 한 잔 하면서 공연을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가 이른 잠을 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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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4일 : 한 판 달려 볼까나 |
| 새벽 4시 기상. 괌의 뜨거운 한 낮 햇살을 피하기 위해 경기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마라톤 채비를 한 후, '증거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허리춤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새벽 5시. 출발 총성이 울렸다. 나를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숨을 크게 몰아쉬며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괌의 새벽 공기는 상쾌하고 신선했다. 약간 습하고 더운 기운도 없진 않았지만 달리기에는 딱 알맞은 조건이었다. 달리기 시작한 지 10분쯤 지나 갑자기 등장한 언덕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잠시 후 완만한 평지가 나타나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
| 얼마나 달렸을까. 괌 시내를 통과한 마라톤 코스는 어느덧 나를 해안 도로로 이끌었다. 저 멀리 수평선 주위가 발그레해지더니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구름과 바다를 예쁜 핑크빛으로 물들인 괌의 아침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했다. 보통 장거리를 뛸 때는 시선을 전방으로 두기 마련이지만, 나를 포함한 대회 참가자들 대부분이 이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몸이 나아가는 방향과 시선을 달리하고 있었다. |
| 1시간가량 달렸을까, 어느덧 터닝 포인트(Turing Point)인 괌정부종합청사에 도달했다. 원래 일반인에게는 좀체 공개되지 않는 곳이지만 대회 참가자들은 특별히 청사 내부를 한 바퀴 순회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한다. 해안 언덕에 잡은 청사는 그 자체가 멋진 전망대였다. 청사에 올라 창가에 서니 벌거벗은 바다가 내 눈앞에 놓여 있었다. 나는 달리는 페이스를 망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 서서 그 광경을 내 가슴과 카메라에 담았다. |
| 터닝 포인트를 돌기 전까지 내가 보았던 바다가 어스름 깔린 새벽녘의 그것이었다면, 결승점을 향해 달리면서 나를 반겼던 바다는 어제 내가 신나게 놀던 에메랄드빛의 공간이었다. 햇살이 만들어지게 투영되어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곱게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출발할 때 마주쳤던 언덕길에 도달했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총 20킬로미터의 '달리면서 경치 구경' 코스를 마무리 지었다. |
| 골인 지점에서 한 숨 돌리면서 대회 본부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읽어보니, 코코로드레이스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괌의 국조(國鳥)인 코코새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데 대회의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달리면서 건강도 챙기고, 괌의 수려한 경치도 감상하고, 더불어 자연환경을 지키는 데에도 한 몫을 하게 되니 몇 달 동안 술, 담배를 줄여 마련한 참가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
| 이번 코코로드레이스를 계기로 앞으로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마라톤 대회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심했다. 한국에도 멋진 절경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마라톤 대회가 있겠지만, 괌 코코로드레이스와 같이 해외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을 찾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할까 고민하면서 다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허재석 서울 마포구 서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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