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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8년 0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그리스] 도시분류 : [아테네]
기사제목
[ESSAY] 꿈속의 아틀란티스 greece
| 흰빛과 푸른빛이 넘실대는 지중해의 섬.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걱정거리가 있을까, 이들도 과연 내가 사는 것처럼 고민하고 힘들어할까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아마도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일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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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는 나에게 환상이었다 |
| 죽기 전에 한번 가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꿈결같은 여행지. 비교적 싼 가격에 금방 다녀올 수 있는 동남아시아와는 다른, 여행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거리감이 있었다. 신화가 곳곳에 스며든 아테네도 물론 탐이 났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이미 파란 지붕의 교회가 있는 산토리니 섬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역할 수 없는 뭔가에 홀린 듯 난 결심해 버렸다. 그래, 그리스로 가자. 15시간이 넘는 비행이 힘들만도 했지만 공항에 내려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나를 100퍼센트 충전해도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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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도시 아테네 |
| 밥도 먹기 전에 서둘러 찾아간 곳은 아크로폴리스 언덕. 그곳에서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을 보았다. 전쟁으로 인해 파손된 부분의 보강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신전은 마치 깁스를 한 환자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 흉한 철근과 공사 장비들로 둘러싸여 있다 해도 그 웅장하고 우아한 자태는 감출 수가 없다. |
|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테네의 전경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준다. 서울처럼 크고 화려한 빌딩은 없어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신화속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물씬풍기고 있다. 신화와 역사, 선조들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현대의 아테네. 웅장하고 고풍스런 신전과 수많은 유적들이 아테네 전역에 두루 펼쳐져 있다. 어딜 가도 볼 것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아테네가 참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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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식 샐러드, 그 상큼한 매력 |
| 처음 먹어 본 그리스 음식은 양고기로 만든 케밥이다. 소시지처럼 긴 고기를 피타라는 얇은 빵과 함께 먹는 요린데, 고기를 저며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살이 쫄깃쫄깃하니 씹는 맛이 있다(다만 소스가 없어서 계속 먹다 보면 조금 느끼할 수 있다). 두 번쨰는 기로스. 돼지고기를 족발처럼 잘 게 썰어서 먹는 요린데, 약간 돼지 냄새가 나긴 해도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세 번째는 수블라끼. 여행 전, 그리스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면서부터 기대를 가졌던 수 블라끼는 우리나라의 꼬치구이와 비슷한 음식으로,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것도 있고 닭고기를 사용한 것도 있는데 닭고기는 조금 퍽퍽한 느낌이다. 이렇게 느끼한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그리스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복부비만의 기미가 보인다. |
| 그럼에도 그리스인들의 수명은 우리보다 길고 잔병치레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비결은 바로 올리브유다. 토마토와 오이, 양파, 치즈 위에 올리브유를 듬뿍 넣고 매일같이 먹기 떄문이라고 한다. 음식이 너무 느끼해서 나도 그리스식 샐러드를 매일 같이 먹었다. 상큼한 토마토가 느끼함을 깨끗이 씻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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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로운 도시, 느긋한 사람들 |
| 그리스 사람들은 참 여유롭다(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다).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국가로 자리매김한 만큼, 그리스인에게 치열함이란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이 아니다. 게다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 철학의 발상지이기 때문인지 먹고 마시고 토론하는 것이 그들의 취미라 하니, 나처럼 성격 급한 사람들은 그리스에서 살다간 답답해서 죽을 지도 모른다. |
|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기도 하다. 하여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리 같은 여행객에겐 그들의 문화가 적잖이 낯설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리스 인근의 섬에 들어가야 하는데 항공사가 갑자기 파업에 들어갔다. 모레면 그리스를 영영 뜨는데, 마지막까지 아껴두고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섬에 못 가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더 놀라운 건 아무도 이에 대해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업이 언제 끝날지는 자신도 알 수 없다며 나를 향해 웃는 항공사 직원. 모두 근로자가 파업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데 반대할 수 없는 게 그리스인들의 생각이다. 결국 너무나 민주적인 그들의 국민성 때문에 난 12시간 동안 배를 타고 산토리니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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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틀란티스 산토리니 |
| 코발트블루 빛(이라고 흔히들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새까만 색에 가까운 물빛)의 지중해를 건너면 동화속의 섬이 나온다. 처음부터 나의 꿈은 이곳이었다. 파랗고 하얀 집들이 절벽위에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그 섬. 지중해가 살살 남실대는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에 난 감탄하고 감동했다. |
| 그 조그만 섬에 예쁜 가게와 레스토랑이 얼마나 많던지. 게다가 두 집 컬러 하나 있는 호텔에는 어디에나 수영장이 있었다. 산토리니에는 자연경관 이와의 볼거리도 참 많다. 교회는 파란 지붕으로 덮여있고, 하얀색 집들은 때도 안타는지 하나같이 깨끗하고 환해 보인다. 내가 묵었던 피라마을에는 수많은 기념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상점과 맛있는 냄새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건너의 이아마을은 조금 한적했지만 경치는 더 예뻤다. 또 따뜻하지만 덥지 않은 마른 날씨는 습한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딱 알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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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유다~ |
| 바다가 코앞에 펼쳐져 있는 카마리 비치의 한 노철 카페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감미로운 노랫소리를 듣는 여유로움이란. 사방이 시원히 뚫린 인적 드문 평지에 렌트한 차를 아무렇게나 대어놓고 혼자 춤추고 뛰어다니면서 세상 어딜 가도 이렇게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고 힘들기만 했던 내 삶 속에 그리스 여행은 낙낙한 쉼터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산토리니의 따스한 햇살과 지중해의 달콤한 바람이 느껴진다. (이혜린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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