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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도쿄]
기사제목
[ESSAY] 도쿄, 숨겨진 매력을 찾다 tokyo
| 유학생 친구가 있어 비행기 표만 끊으면 잘 곳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1년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도쿄에 다녀오게 됐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난 도쿄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 욕구가 점점 커지던 날! 나는 여섯 번째 도쿄 여행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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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쿄엔 왜 또 가? |
|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어느 날, 난 서울과 참 많이 닮은 도시 도쿄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도쿄'는 '스무살' 이라는 단어처럼 늘 설레고, 듣기만 해도 절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곳이다. 방황하던 청춘의 한 가운데 친구들과 떠난 첫 해외여행지인 도쿄는 스물한 살 이후 매년 한두 번씩 찾았던 도시기도 해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듯하다. 적당한 낯설음과 적당한 익숙함이 필요한 나는 또 다시 도쿄로 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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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도쿄로 떠난 진짜 이유, 도쿄타워 |
| "그것은 마치 팽이 심지처럼 꼭 한 가운데 꽂혀 있다. 도쿄의 중심에, 일본의 중심에, 우리 동경의 중심에. 그 원심력이 말끔히 전달되도록 정확히 측정한 자리에서 뻗어 올라갔다. 할 일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신계서 때때로 하늘 아래로 손을 내밀어 그것을, 고사리 돌아가듯 빙글빙글 돌린다. 빙글빙글, 팽글팽글, 우리도 돈다. 가로등에 모여드는 나방처럼 우리는 찾아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휘황한 불빛을 원하며 거기에 빨려들었다. 고향 땅을 버리고 기차에 흔들리고 마음마저 흔들리며 이곳에 끌려왔다."(릴리 프랭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첫 장에 적힌 말) |
|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된 진짜 이유는 도쿄타워를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소설이든 영화든 하나에 느낌을 받으며 꼭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데, 지난겨울에는 그 곳이 바로 도쿄타워였다. 릴리 프랭키의 소설 '도쿄타워'를 읽고, 일본 드라마에 전혀 관심 없던 나는 드라마 '도쿄타워'와 오다기리 죠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도쿄타워'를 봤고, 말 그대로 '도쿄타워'에 홀려 도쿄로 떠났다. |
| "그거 알아? 오전 0시에 도쿄타워의 조명이 꺼지는 순간을, 함께 본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대." |
|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 드라마 '도쿄타워'를 보는 동안, 두 주인공은 저 멀리,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순간을 꼭 함께 하고 싶어 도쿄에 도착한 그 날 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11시 30분쯤 무작정 도쿄타워로 향했다. |
| 약 20분을 걷고 뛰니 빠알간 도쿄타워가 내 눈앞에 다가왔다. 0시 0분. 타워에 불이 꺼지니 주변의 도쿄 커플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들의 영원한 행복을 빌었다. 함께 빌어줄 사람이 없던 나는 외로웠지만, 언젠가 함께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꼭 한 번, 환했던 도쿄 타워가 한 순간 어두어지는 그 정적을 같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첫 날과 둘째 날, 그렇게 도쿄 타워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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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보고 또 보고픈 도쿄의 각종 미술관 |
| 대학교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그 어떤 전공수업도 아닌, 교양으로 들었던 각종 미술수업이었다. 중, 고등학생 때 늘 미술점수가 좋지 않아 그림과 나는 절대 친해지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교양수업을 통해 나는 미술과 조금씩 친해졌고, 이제는 서울에서는 물론 여행지의 도시에서도 꼭 미술관을 찾을 정도로 그 사랑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알 게 된 우에노의 도쿄도 미술관. 내가 가장 놀란 건 관람객들의 태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있었지만, 모두들 조용했고,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중간 중간 편안한 의자에 마련된 도록들에선 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
| 우리나라에선 간혹 앙꼬 없는 찐빵처럼, 유명 작가의 대작들이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짜여진 일본의 전시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은 신주쿠에 있는 도고 세이지 미술관이다. 신주쿠 서쪽 출구에 가까운 이곳은 사실 전용 미술관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좀 작은 편이다. 하지만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을 만한 가치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 -'열다섯 송이 해바라기'는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과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바로 이곳에만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
| 또 하나는 시부야의 분카무라 백화점 안에 있는 미술관. 시부야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로, 수준 높은 전시가 두 달에 한 번씩 열린다. 2월부터는 한국 팬이 유난히 많은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의 전시가 열린다고 하니 이 때 도쿄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http://www.bunkamura.co.jp/english/ museum/event/index.html). |
| 우에노에는 정말 좋은 미술관이 많다. 지난 번에 내가 찾아갔을 때는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뭉크 전이, 우에노 로얄 미술관에서는 샤갈 전이, 도쿄도 미술관에서는 필라델피아 전이 열리고 있었을 정도로 뜨거운 미술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끔은 그냥 지나치는 우에노에는 반나절쯤 날을 잡아 미술 전시투어를 해도 될 만큼 수준 높은 전시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4 라디오가 가져다 준 우연한 행운, 미드타운 TOKYO FM
롯본기, 미드타운, 도쿄 국립 신 미술관 -이렇게 세 곳은 아트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복합 문화생활 공간, 미술관, 레스토랑의 천국. 이 세 곳은 걸어서도 10분 내외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도쿄를 여행하는 여자들이 꼭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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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토요일 점심 즈음 미드 타운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내 관심을 끈 곳은 다름 아닌 미드 타운에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위치한 도쿄 FM의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오늘도 방송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호기심에 발걸음을 옮겼다. |
| 부스 안에는 여성 DJ와 초대 손님으로 보이는 한 가수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가수는 크레이그 데이비드(Craig David)였다. 3집 발표 후 홍보를 위해 도쿄에 왔다는 그가 바로 내 눈앞에, 유리창 너무에 있는 거였다. 평소 팬이었던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라이브도 듣고, 도쿄의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도 봤다. 서울에서 매일 보는 모습을 또 여행지에서 그저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기분이 새로웠다(매주 토요일 2시부터 방송되는 도쿄 FM은 이곳에서 생방송 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주 초대 손님을 확인할 수 있다.http://www.tfm.co.jp/midtown/guestschedule.p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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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호텔 CLASKA |
| 도쿄 여행은 여러 번 했지만 호텔에서 잔 것은 단 한 번 뿐. 그것도 가장 저렴한 신주쿠 근처의 호텔이었다. 여행에서 잠자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왠지 호텔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환율도 많이 내렸고, 조금은 외로웠기에. 혼자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 그래서 도쿄 여행을 하기 전, 가격도 괜찮고 한 번쯤 들러보고 싶었던 디자인 부티크 호텔 'CLASKA'를 알아봤다. |
| 이곳은 장기 투숙자를 위한 호텔이라 단기 여행자를 위한 방은 9개뿐이라는 말에 우선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운이 좋게도 예약이 하나 취소되는 바람에 나는 그곳의 싱글 룸에서 묵을 수 있었다. 시끄러운 신주쿠나 시부야 근처가 아니라 도쿄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메구로 근처여서 그런지 한적한 도쿄를 느끼고 싶었던 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창밖으로 어렴풋이 도쿄타워가 보이는 그 방은 싱글 룸이었지만 다른 도쿄 호텔들처럼 그렇게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설렉트 CD까지 비치되 있어 음악을 좋아하는 내겐 천국이었던 호텔 CLASKA,505호. 호텔홈페이지:http://www.claska.com/). |
| 파리, 런던, 도쿄, 뉴욕. 유난히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누군가 물었다. "도시 여행이 뭐가 좋아? 난 휴양지에 가서 푹 쉬다 오는 게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전엔 미처 답하지 못했던 그 친구의 질문에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쁘게, 분주하게, 어디론가 향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볼 때 '살아있음' 에 대한 희열이 느껴진다고 예전에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라 돌아와 더 잘 살기 위해서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다. 그 말처럼, 난 도시여행을 통해 '다시 치열한 삶을 살자'며 다짐하고 돌아온다. (이지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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