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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8년 05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벨기에] 도시분류 : [브뤼셀]
기사제목
[ESSAY] 나의 벨기에식 웨딩 Belgium
| 당신은 평생을 살면서 이루고픈 꿈이 있는가? 여기에서 꿈이라는 것은 하루에 한 번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기처럼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부터, 맥킨리 정복처럼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까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다. 즉, 당신이 이루고픈 모든 것들이 다 당신의 꿈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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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 2007년 어느 봄날, 나는 로렌스와 티에리로부터 한 장의 카드를 받는다. 그것은 바로 결혼 초대장!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서나 '결혼' 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는 이벤트일 것이다. 짧게는 십 여 년부터 길게는 몇 십 년에 이르는 기간을 '나', 그리고 '당신' 으로 살아왔던 신랑과 신부가 '우리'가 되는 날이기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
| 그래서일까?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멋진 턱시도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고 이 날이 얼마나 뜻깊은 날인지 온몸으로 보여주곤 한다. 더불어 로렌스와 티에리의 결혼식에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초대받은 친구들의 드레스코드! 여자는 '롱 드레스에 신기한 모자', 그리고 남자는 '펭귄 양복에 재미있는 양말' 이 이날의 드레스코드였다. 커플끼리는 여자의 드레스 색상과 남자의 넥타이 색상을 맞추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해 누가 누구와 커플인지 알아 맞추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
| 순백의 드레스 이외에도 신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 바로 결혼식 당일 신부가 오래된 물건 하나, 새로 산 물건 하나, 빌려온 물건 하나, 그리고 푸른색 물건 하나를 이용해 몸을 치장하는 것인데 이는 새 출발을 하는 신부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행해져 온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오래된 물건은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이룬 후에도 친정 가족들과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새로산 물건은 신랑과 신부가 새롭게 꾸미는 가정을 영원히 유지하고자 하는 소망을, 빌려온 물건은 그것을 빌려준 분에 대한 특별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그리고 푸른색 물건은 신랑과 신부의 서로에 대한 정절을 뜻한다고 하니, 참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전통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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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식 결혼식 |
| 벨기에의 결혼식은 두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시청 결혼식, 그리고 내가 참여했던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그것인데, 카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75퍼센트에 달하는 벨기에에서는 대부분의 결혼식이 신부님의 주례 하에 성당에서 천주교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
| 예식 전, 후에 진행되는 파티에는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까지 참여할 수 있지만, 성당에서 진행되는 본 식에서는 신랑, 신부와 정말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더욱 더 의미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결혼식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그 날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 예식장에 나타나서 축의금만 건네고 급하게 식사를 하러 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선지 두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 소중한 사람들만 모여 진심으로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하해 주는 로렌스와 티에리의 결혼식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축가 시간은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예식 내내 친구들이, 신랑이 직접 엄선하고 일요일마다 친구들을 모아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는 곡들을 연주하고 합창했는데, 모든 곡들이 하나같이 주옥같았다. 신랑, 신부과 결혼서약을 낭독하고, 신랑, 신부, 그리고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두 명씩 결혼 서약에 서명한 후, 하객들의 축하 속에 드디어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정원에서 진행된 칵테일파티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신랑, 신부 그리고 가족들과 절친한 사람들만의 자리가 준비됐다. 수영장이 있는 홀에서 진행된 웨딩 디너. 이날의 테마가 벨기에의 고급 해양휴양도시였던 만큼, 각각의 테이블은 바다내음 물씬 나는 콘셉트로 세팅 되었다.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다고 했던가? 하객들이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자리에 앉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랑, 신부를 기다리고 있던 찰라, 귀여운 오리 커플 인형을 하나씩 손에 든 신랑과 신부가 나타나 수영장에 오리 인형을 띄웠고, 이어 웨딩 디너가 시작되었다. 눈도 입도 즐거운 음식들과, 디너 중간 중간 진행되었던 신랑, 신부,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스피치는 이 웨딩 디너를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 일등 공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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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드레스 입고 스윙 추기 |
| 밤이 깊어가고, 디너가 끝나면서 홀에서는 이밤의 마지막을 장식할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다. 스윙에 단단히 빠져있던 이 커플은 그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이날, 하객들 앞에서 선보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땅에 끌리는 드레스를 손으로 부여잡은 채 끝까지 돌고, 점프하며 멋진 공연을 마무리 지은 이 대단한 커플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베일에 가려져있던 신혼여행지가 밝혀졌다. 신랑인 티에리가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곳은 바로 탄자니아! 티에리가 준비한, '탄자니아'란 글씨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로렌스는 기쁜 마음에 홀을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15시간 여에 걸쳐 진행된 결혼식은 새벽 네시까지 계속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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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됨의 미학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다. 그래서 혼자일 때 보다는 함께일 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또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오래 전에 깨달았나 보다. 하나됨의 미학을 멋진 이벤트로 풀어낸 로렌스와 티에리. 일년에 걸쳐 틈틈이 자신들의 결혼을 기획하며 가슴 설레 했던 그들인 만큼, 앞으로도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유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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