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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8년 07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앙시]
기사제목
[ESSAY] 앙시, 축제의 도시에 가다 La Fete
| 홀로 떠나는 여행은 이제 겨우 말을 시작한 아이가 혼자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것과도 같은 막막함과 공포를 동반한다. 끊임없이 가방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기는 하지만, 나는 모험을 즐기는 부류가 아니며, 인생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유롭지도 못한 사람이다. 보헤미안들이 지녀야 할 덕목을 고루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런 내가 앙시에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연히 접한 축제 소식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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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라는 단어를 처음 '체험' 한 건 어릴 적, 막내 삼촌 손에 이끌려 밀양의 '아랑제'에 갔을 때였다. 일년 중 설날, 추석 다음으로 아랑제를 손꼽아 기다렸던 삼촌은 축제가 끝나고, 거둬진 천막들과 쓰레기들만이 휑하니 남겨진 풍경을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
| 그 당시, 총각이었던 삼촌은 축제날이면 항상 어린 조카들을 장터로 데리고 가 분홍색 솜사탕과 닭꼬치를 손에 쥐어주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장터에 가서 축제를 볼 때의 그 쓸쓸함이 버거웠던 것 같다. 삼촌은 축제 특유의 분위기-다양한 사람들과 소음, 그리고 모든 음식냄새가 뒤섞여 내뿜는 에너지-가 당신에게 바람을 불어넣어주실 것 같다며, 여럿이 어울려 떠들고, 구경하고, 누군가가 나와서 엉터리 쇼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다고 늘 그랬다. |
| 학교 게시판에서 '축제'를 발견했을 때, 삼촌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떨렸다. 하지만 모두 바쁜 유학생들인 탓에 선뜻 동행할 누군가를 찾지 못한 채 혼자 기차를 탔다. |
| 기차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도시 지도를 받고, 지도에서 현 위치를 파악한 뒤, 가고 싶은 곳을 펜으로 표시하고, 동서남북의 위치에 맞춰 지도를 돌린 후 발걸음을 옮긴다. 운이 좋게도 역 앞에 작은 카페가 보인다면 따뜻한 코코아나 커피로 몸을 데우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시내에 도착했을 때, 축제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도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소리, 그리고 갓 구운 빵 냄새로 가득했다. 이번 축제에선 '알프스 하계 목장 투어(Retour des Alpages)'란 표어에 걸맞게 갖가지 가축 행렬들이 시간대별로 이어졌다. |
| 다음 행렬이 올 때까지 티우(Thiou) 호수 주변을 산책하면서 주말 축제의 장 한가운데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백조 한 무리를 구경했다. 시릴 정도로 투명한 호수 위의 백조가 제이름만큼이나 새하얀 털을 내보였다. 앙시 시내를 가로 지르는 이 호수는 강처럼 도시를 가로질렀고, 그 주변에 지어진 집들은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연상시켰다. (김효정 부산 사하구 신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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