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즈의 품은 넓다. 선상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은 너무나 다양해서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낙원'이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창살 없는 감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꿈의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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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생애 한 번쯤 해보고 싶은 크루즈 여행! 얼마 전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했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 보이저호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를 출발해 7박 8일 동안 바하마 낫소, 세인트 토마스, 푸에르토리코, 아이티공화국 라바디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
| 늦은 밤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내리자 온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미풍이 불었다. 이번 크루즈는 인솔자 없이 알아서 마이애미 항구까지 찾아가 크루즈 선박에 탑승해야 하는 자유여행이었다. 미국 비자를 받기도 힘들었지만, 까다롭기로 이름난 입국심사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배에 오르는 순간까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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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이 이어지는 선상 위의 행복 |
| 스무 시간이 넘는 비행 이후 낮과 밤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에 오르는 순간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졌다. 3층 오션뷰 선실에 들어가 커튼을 젖히니 마이애미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첫날은 카리브해 밤하늘의 무수한 별처럼 쏟아지는 잠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고 말았지만, 이튿날부터는 카리브해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제대로 즐겼다. 새로 준비한 드레스로 갈아입고 역시 멋진 정장 차림을 한 평생지기 남편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하며, 나는 왕비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
| 저녁엔 라 스칼라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남편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오페라의 유령' 으로 시작된 공연은 '드림 걸즈'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
| 크루즈 여행은 각자의 취향대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기항지에서는 관광과 쇼핑을 했고, 저녁이면 음악 감상과 춤추기를 좋아하는 나는 살사댄스와 디스코를, 남편은 조깅과 미니 골프를 즐겼다. |
| 크루즈 여행의 큰 재미 중 하나는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면 원형테이블에 6명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데, 우리는 미국 텍사스에서 온 찰리 부부와 쿠바에서 왔다는 은발의 소와 할머니 부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영어실력이라 진땀을 뺐지만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들은 기항지나 선내에서 만나면 가족처럼 반겨주었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즐거워해주었다. 크루즈 여행은 국적, 나이, 성별을 떠나 친구가 되는 최고의 기회였던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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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브해 동부를 가로지르며 즐긴 첫 기항지 바하마 낫소 |
| 싱그러운 아침 햇살에 잠이 깨었다. 벌써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여행의 첫 기착지는 바하마 낫소였다. 생애 처음 맞이한 선상의 일출은 아름다웠다. 낫소는 쿠바 북쪽 바하마제도의 뉴프로비던스섬 북동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크루즈선에서 내린 우리는 그림 같은 해안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열대의 바다에서 금방 건져 올린 듯 윤이 반들반들한 고둥을 파는 상인들 뒤로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졌다. |
|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를 감상한 후, 마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섬은 카리브해의 강열한 태양을 닮은 원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바하마 주민들은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들의 후손이란다. 항구 인근의 시장엔 강렬한 원색의 그림을 파는 가게와 해적을 소재로 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눈길을 끌었다. 1800년대 초 노예무역의 집결지였던 탓인지, 낫소에서 본 그들의 그림에서는 삶의 애잔함이 묻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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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항구가 인상적인 세인트 토마스 |
| 정찬식당에서 담당 웨이트리스가 세인트 토마스에 가면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에 꼭 가보라고 한다. 전날, 기항지 선택 관광으로 '세인트 토마스 베스트 .투어를 신청해 놓은 터였다. 평평한 낫소와 달리 세인트 토마스는 거대한 산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었다. 미니버스를 개조한 대형택시에 올라 투어를 시작했다. 택시는 곧장 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향했다. 활처럼 굽은 해안에는 붉은색 지붕으로 덮인 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바다에는 출항을 기다리는 멋진 보트들이 즐비했다. 이어 섬과 섬을 연결하는 수상비행기가 연신뜨고 내리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4월 중순의 태양은 무척 뜨거웠다. |
| 세인트 토마스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핵심 관광지란다. 18세기까지 카리브해를 주름잡던 해적의 본거지였던 이곳은 유명한 해적 블랙버드와 드레이크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 얼마 전까지도 탐사가 이루어진 보물섬이다. 항구에는 멋진 카페와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았는데, 직므은 면세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명품들은 국내의 1/3수준으로 저렴해, 결국 아이들 옷이며 남편 옷을 몇 벌 사고야 말았다. (김태연 서울 양천구 신월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