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이야기할 때 ‘한지’를 빼놓으면 정말 양념장 없는 비빔밥이 되고 만다. 한지야말로 전주를 이루는 보이지 않는 속살과 같은 것이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비빔밥을 떠올린다. 이어서 매년 4월 넷째 주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TV 사극의 촬영장소로 사랑받는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있는 경기전도 이방인들의 머릿속을 한 번쯤 스친다. 그러나 전주를 이야기할 때 ‘한지’를 빼놓으면 정말 양념장 없는 비빔밥이 되고 만다. 한지야말로 전주를 이루는 보이지 않는 속살과 같은 것이다.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전통 한지원’은 전주 한지를 가장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지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무료로 한지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한지는 닥나무에서 채취한 나무껍질로 만들어진다. 이것을 찌고 나서 물과 풀 그리고 천연염료와 함께 잘 반죽한다. 이때 반죽은 너무 묽어서도 너무 되어서도 안 된다. 환상적인 배합률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 반죽은 초지공(종이를 처음 뜨는 장인)이 나무틀에 반죽을 쏟아 붓고서 앞뒤로 몇 번 흔들어 한 장의 종이형태를 만들어낸다. 이것을 보고 ‘물질한다’라고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게 만들어야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종이의 두께가 균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틀을 흔들어대며 질량을 가늠하는 초지공의 손놀림은 가히 신기에 가깝다. 겹겹이 쌓아놓은 초지를 보면 마치 몇 백 겹 층층이 구워 만든 고급 패스트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부드러운 질감은 푸딩이나 젤리를 만지는 듯하다.  
 
이 초지는 24시간 동안 무거운 기계로 눌러놓아 물기를 쫙 뺀다. 물기가 빠진 종이를 이제 한 장씩 일일이 떼어내어 열판에 굽는 과정을 거친다. 종이 두께마다 다르지만 대개 40초 정도 열판에서 꼬들꼬들 말리면 비로소 한 장의 한지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여름, 전주전통 한지원은 무척 분주했다. 특별히 여름이라는 계절을 타는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여름방학과 휴가를 맞이해 한지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온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관광객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체험을 하고 난 뒤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무척 신기해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완성된 한지만 보아왔던 그들에게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는 마치 목판에 글자를 파서 책을 만드는 것처럼 낯설고 신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날아간 듯한 느낌이 주는 기쁨과 소소한 즐거움. 그것이 더 크지 않았을까. 
체험관 옆에 있는 전시장에서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한지들과 한지로 만든 생활용품, 기념품, 장신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소개된 모든 한지는 일일이 작업장에서 직접 사람의 손을 거친 ‘수제품’들이다. 흐물흐물했던 반죽 덩어리였던 닥나무껍질이 빛과 결이 고운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한 한지의 다양한 종류와 쓰임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 동안 한지는 많은 이들에게 선선한 바람을 선사한다. 한지로 만든 합죽선은 빼놓을 수 없는 인기아이템이다. 그렇다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과 겨울은 어떤가. 한지는 보온력도 뛰어나다. 한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기상조건에 따라 공기를 머금기도 하고 또 흡수도 한다는 사실이다. 전주전통 한지원 강갑석 대표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한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그 사이에 20~30층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 공기가 있어 가능하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패스트리가 과장된 비유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체험자들을 위한 간이 체험장이 있어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체험만 하고 그냥 오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전통한지체험장으로 오는 길이 제법 운치 있다. 굳이 체험이 내키지 않는다 해도 호젓한 돌담길, 골목길이 생각난다면 전주 전통한지체험장에 한번 들러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