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오르기! Gyungnam

일상의 지친 허리를 쭉 펴고 높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굳이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인 요즘의 하늘인지라, 간간히 흐르는 조각구름이 다 부러워질 지경이다. 하늘에 오를 수는 없지만, 하늘이 닿는 지리산 천왕봉에는 오를 수 있다.

1967년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군하동군, 함양군 등에 걸쳐있는 커다란 산이다. 덕분에 등산로도 수십 가지로 다양한데,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능선(25.5킬로미터)은 천왕봉(1915미터), 반야봉(1732미터), 노고단(1507미터)의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다. 경남 진주에서 멀지 않은 중산리에서부터 시작해 최고봉인 동쪽 천왕봉까지 정상을 향하는 코스는 지리산이 가진 자연의 험한 산세 중 그나마 초보자도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 물론 녹록치는 않다.나는 산이라면 중학교시절에 특별활동시간에 '등산부'에 가입해 매달 산행 비슷한 소풍을 다녔고, 요즘은 강아지를 산책시킬 겸 동네 뒷산을 오르내린 게 전부인 등산 초보다. 그래서일까,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해도 중간 목표지점인 법계사는 멀게만 느껴진다. 산에서 만나는 등산객들과 눈인사로 안부를 전하고는 ‘얼마큼 가면 되나요?’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조금만 더 가면 되요. 힘내요!’라는 대답을 준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부푼 기대감으로 다시 배낭을 조여매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다가 지치기를 반복하며, 그들이 말한 ‘조금’은 그저 ‘파이팅’을 위한 ‘하얀 거짓말’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즈음에 목표점인 법계사에 다다른다.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해발 1450미터) 자리한 산사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여기까지 올라 온 것이 뿌듯하지만 아직 절반의 길이 남았다.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 천왕봉을 향해 내딛는다. 등산길은 아까보다 험준하다. 특히 단단한 바위계단을 오를 때는 발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자연학습장에서 법계사까지는 2.8킬로미터고, 다시 천왕봉까지는 2킬로미터를 가야하지만 체력이 소진되는 것과 등산로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잡아야 한다.
한참을 걷다가 반가운 식수대, 천왕샘을 만난다. 이 샘물은 서부 경남 지역의 식수원인 남강의 발원지로, 이곳의 바위틈새를 타고 흐르는 가는 물줄기가 우리 민족의 젖줄이 된다. 시원하게 한 모금 입을 적시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이윽고,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에 도착한다. 천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광경은 가히 절경중의 절경이다. 새파란 하늘과 구름은 내가 있는 곳이고, 높고 낮은 산이 발아래에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인생과도 같다고 했나. 성급히 욕심만 앞서면 쉽게 지쳐버리고, 힘들 땐 잠시 쉬다가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는 지리산을 오르며 산에서 인생의 의미와 깊이에 대해 한 걸음씩 터득해 갈 수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겨야 할 대상은 산이 아니라, 자신인 셈이다. 산악인 엄홍길은 산에 올라 정상을 밟는 것은 인간이 산을 정복한 것이 아닌, 산이 인간을 허락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How to get there
승용차 :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산청IC-59번 국도(지리산 방면)-시천-20번 국도-중산리
대중교통 : 진주-중산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 16회(06:20~21:00) 운행. 1시간 20분소요.
문의 : 055) 972-7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