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마을에서 즐기는 문학여행 Gangwon

막걸리 한 사발에 걸쭉한 시를 읊어대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랑 시인 김삿갓. 그의 소중한 흔적들이 고이 모여 있는 영월의 한 작은 마을. 바로 이곳에서 파란만장했던 그의 운명과 삶, 그리고 세상을 향한 통쾌한 외침이 녹아든 그의 문학세계가 펼쳐진다.                                                                                                                 

가을빛에 살짝 물든 영월의 오후, 그림 같은 풍경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영월군 하동면에 위치한 김삿갓 유적지. 향긋한 풀냄새와 바람이 지나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김삿갓 문학관을 비롯한 김삿갓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 후기 부패한 양반들과 시대상을 비판하고 가난한 서민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간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3년 10월에 개관한 김삿갓 문학관은 삿갓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아담한 곳이다. 문학관 앞 널찍한 마당엔 다양한 모습의 김삿갓 조각상이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그 왼편에 자리한 기획 전시실엔 김삿갓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정암 박영국 선생이 기증한 김삿갓의 과거 시험지와 그의 시가 수록된 오랜 서적 등 수많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그가 왜 삿갓을 쓰고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살아야했는지 궁금증이 풀리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그의 기구한 운명은 그가 20세가 되던 1827년 시작된다. 영월 동헌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그는 그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 어머니로부터 숨겨왔던 집안의 내력을 듣게 된다. 그가 다섯 살 되던 해 일어났던 홍경래 난에서 그의 조부였던 평안도 선천부사 김익순이 홍경래에게 투항해 목숨을 구걸하였고, 난이 평정된 후 결국 처형당하고 집안도 풍비박산 났던 것. 집안이 폐문당하는 위기에서 그의 어머니는 그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 영월의 깊은 산중에 숨어살았고, 김삿갓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자랐다. 하필 그가 응시한 백일장의 시제가 김익순이었고 그는 자신의 조부를 비판하는 글을 지어 장원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조부를 욕되게 하였다는 죄책감에 방랑길에 오른다. 하늘조차 바라보기 부끄럽다는 생각에 삿갓을 쓰고 평생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게 된 그는, 가혹했던 운명과는 반대로 서민들의 생활상을 해학과 재치로 풀어내었고 세상을 향한 통쾌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일대기실 맞은편 난고 문학실엔 그의 문학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많은 시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가난한 서민들을 대변하여 시를 읊었고 그들과 함께 평생을 살았던 그의 생애를 보고 나니 그의 삶이 녹아든 시가 더욱 마음 깊이 와 닿는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서 찾은 곳은 그의 묘와 집터가 있는 김삿갓 유적지. 시원스럽게 내려오는 계곡물 옆으로 다양한 조각상들과 시비, 묘소가 자리하고 있어 잘 꾸며진 조각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꼭 김삿갓 유적지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족단위로 놀러와 휴식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의 묘와 집터는 1982년 정암 박영국 선생이 처음 발견하여, 아름다운 계곡과 그를 기리는 작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유적지 중간쯤에 고이 보존되어 있다. 묘소에서 1.8킬로미터 올라가면 그가 살았던 집터를 만날 수 있는데, 경치가 좋아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유적지 주변에는 ‘조선민화박물관’과 ‘묵산 미술박물관’이 있어 서민들의 소박한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매년 가을엔 ‘난고 김삿갓 문화 큰잔치’가 열리고 있으니 그 시기에 맞춰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랑시인 또는 천재시인으로 불리는 김삿갓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영월의 작은 마을. 이곳에서 싱그러운 자연과 그의 문학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모두 느껴보자.

How to get there
대중교통 영월에서 난고 김삿갓 문학관까지 시내버스가 오전, 오후 각 2회씩 운행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제천 나들목→ 영월 방향(외곽순환도로․38국도)→ 장릉→ 고씨굴→ 감삿갓 유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