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인문학을 만나다 Academic Autumn

얼마 전 신문에서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재소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단 20명만 신청할 수 있는 강좌에 수십 명이 몰린다고 했다. 이들의 인문학에 대한 이 같은 호응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문학이 인간을 올곧게 다듬어 주는 참빗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올 가을 보풀처럼 일어난 마음결을 차분히 다듬어 줄 풍성한 인문학 강좌들을 만나보자.

오늘의 미술 산책 두산아트센터
종로5가. 낙후한 건물들과 약국들, 건강보조기구를 파는 가게들 뒤편으로, 모던한 스타일의 건물이 서있다. 두산그룹 창립 111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문을 연 두산아트센터다. 이곳은 뮤지컬 전문극장인 연강홀과 연극, 무용, 음악, 콘서트,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 적합한 가변형 소극장 스페이스 111,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아트 인큐베이팅 공간인 두산갤러리까지 3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두산아트센터 1층의 두산갤러리에서는 ‘Korean Young Artist’ 세 번째 시리즈로 10월 9일까지 한국의 젊은 조각가 세 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KOREAN YOUNG ARTISTS 3: Sculptures & Objects  Solitary Meditation’ 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김현수 작가는 정밀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내면의 꿈을 형상화하며, 폐타이어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 지용호는 뮤턴트를 주제로 점점 더 본질을 상실해 가는 인간을 표현했다. 최수앙은 스컬피와 우레탄을 사용해 실제와 꼭 닮은 미니어처 인간 안에 고립되고 변질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고독한 명상(Solitary Meditation)’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현대 조각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독한 개인인 작가가 지속적인 명상을 통해 이를 극복해가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제다.
한편 두산아트스쿨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대미술관련 강좌를 무료로 운영한다. 지난 3월에는 박영택 교수의 ‘현대미술 보기 & 읽기’ 강좌를, 7월부터는 미술평론가 임근준 씨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강좌를 진행했으며, 향후 현대미술의 이해와 관련된 강좌 뿐 아니라, 미술관 운영과 전시기획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강좌도 열 계획이다.
관람시간 11:00 ~ 20:00(매주 월요일은 휴관)
위치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1번 출로 나와 첫 번째 골목에서 왼쪽
자세한 문의 02-708-5015
홈페이지 doosanartcenter.co.kr 708-5001

인문학의 허브를 꿈꾸다 문지문화원사이 
복합문화예술공간 문지문화원 사이에서는 다양한 인문학 관련 강좌와 세미나, 심포지움,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아카데미를 개강하는데, 올 가을에는 ‘들뢰즈 차이와 반복 강해’, ‘지젝 읽기: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신화로 만나는 인도 신화’, ‘중남미 노래 운동’ 등 인문사회 강좌와 ‘과학 기술과 사이버 문화’, ‘물리학과 현대 문명 ’등 과학 강좌, ‘시읽기와 쓰기’, ‘세계문학을 찾아서’등 문학 강좌를 비롯해 영화와 디자인, 이야기 창작학교, 공연, 미디어 아트 관련 강좌들을 선보인다. 강의횟수는 한 학기당 6~10회 정도로, 인문학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68혁명’, ‘왜 민주주의인가’처럼 그때그때 화제가 되는 사안에 관해 특강을 열기도 한다. 의외로 고전 문학이나 철학 등 일반인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강좌에 수강생이 더 몰린단다.
매주 토요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학과 음악, 문화, 영화 관련 기획 행사가 열린다. 참가비는 없으며 선착순으로 입장하게 된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등단 작가들이 만드는 ‘문학동인 페스티벌’, 둘째 주에는 한예종 음악원 작곡과 정재호 교수의 ‘음악의 경계를 넘다’, 셋째 주에는 문화 기획자 김창조 씨의 ‘얼터너티브 보이스’ 행사가 열리며, 넷째 주에는 이동하 프로듀서가 ‘한국 젊은 영화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작품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감독들과의 대화를 주선한다. 10월에는 ‘내 청춘에 고함’의 김영남 감독, 11월에는 ‘방문자’의 신동일 감독을 초청할 예정이다.한 학기에 두어 번 열리는 무료 공개 세미나는 본격적으로 아카데미 수업을 듣기 전 기본기를 닦는 데 도움이 된다.
강의시간 매주 토요일 19:00~21:00(토요문화기획)
위치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신촌 방향으로 가는 길,
삼거리 오른쪽 모퉁이 건물 2, 3층
자세한 문의 02-323-4207 홈페이지 saii.or.kr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  책사랑, 책다방
청계천9가에 위치한 서울문화재단 1층에서는 매달 시민문화예술강좌가 열린다. ‘일곱 가지 빛깔로 만나는 우리 시대 작가들’이란 주제로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박범신 소설가와 김선우 시인, 김정환 시인, 조경란 소설가, 은희경 소설가가 강연했고, 올 10월 8일에는 함성호 시인이 시와 공간에 대해, 11월 12일에는 유홍준 시인이 시 창작에 관해 강의할 예정이다. 모든 강의는 무료이며,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나 네이버 카페(cafe.naver.com/seoulbookcafe)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이메일(jeu ngpill@sfac.or.kr)로 신청하면 된다. 강의가 열리는 서울문화재단 책사랑은 강애란 작가의 디지털북을 주제로 꾸민 공간으로, 예약 시 무료로 대관할 수 있다.
건물 오른편에 자리한 책다방은 한국 몬테소리에서 기부한 310권을 포함, 총 1,700여 권의 책을 구비한 도서관으로, 무료로 책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옛 선비들이 책시렁으로 썼던 사방탁자를 확장한 서가 위로 나무 물고기들이 떼 지어 헤엄쳐 간다. 김연희 작가가 만든 ‘어몽(魚夢)’이다. 세 개의 서가 중 가운데 서가에서는 신발을 벗고 편히 기대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매달 넷째 주 수요일에는 이곳에서 어린이 창작 프로그램도 열린다.
올 가을,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오래 전 덮어두었던 책장을 한 번 펼쳐보는 건 어떨까?
이용시간 09:00~18:00
(강좌가 열리는 날은 21:00까지) 
위치 지하철 1호선 제기역 4번 출구에서 정릉천을 따라 청계천 방향으로 내려와 우회전
자세한 문의 02-3290-7000,
02-3290-7043(대관문의)
홈페이지 sfac.or.kr

미술작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아트선재센터
알쏭달쏭한 미술을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바로 도슨트(Docent)다. 도슨트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파생된 단어로, 1845년 영국에서 처음 생겼으며 1907년 경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식견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도슨트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 없이 일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트선재센터의 도슨트 강좌는 한 기수당 총 6회에서 8회 정도 열리는데, 미리 기획된 전시와 연계해 운영하기 때문에 코스 기간과 시기는 유동적이다. 도슨트 프로그램과 전시기획을 담당하는 최윤아 실장은 미술 전공자보다는 비전공자가 본인의 시각으로 작품을 보는 데 더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첫 1~2주 동안에는 도슨트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기본 교육이 이뤄지며, 나머지 기간에는 특정 전시와 관련해 실질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10월 말부터 11월 사이에는 아트선재센터에서 ‘ I have noting to say and I am saying it’을 주제로 사간동 지역 12개 미술관이 함께하는 현대예술 축제인 ‘플랫폼 서울(Platform Seoul)’이 열린다.
관람시간 11:00~19:00
위치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직진, 정독 도서관 맞은편
자세한 문의 02-733-8945
홈페이지 artsonje.org

옛것을 배워 새것 알기 고전 아카데미 
굳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새로움을 도출해내는 것임을. 동의과학연구소의 박석준 소장은 철학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문제의식을 담은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전 아카데미를 열었다. 그는 경제학과 졸업 후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한의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을 접하면서 그동안 자연스럽게 여겼던 사고와 생활의 방식들이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동의보감’이나 ‘황제내경’ 같은 고전을 통해 동양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면서 차차 그 이유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고전 아카데미는 이 같은 그의 경험이 십분 녹아있는 공간이다.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바퀴가 달린 책상을 들여놓고, 벽 한 면 전체에 칠판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멍석을 깔아 여름 밤 잔치마당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고전 아카데미의 강의는 2~3개월 동안 이루어지며, 같은 주제로 수업이 3~4번에 걸쳐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사상의 흐름, ‘논어집주 강독’, ‘악기 강독’ 등 동양 고전 외에도 ‘철학의 탄생’, ‘현대철학과 우리 현대 철학에세이’ 등 서양 철학과 회화 수업도 연다. 한편 ‘황제내경 강해’, ‘허준과 동의보감’ 같은 한의학 관련 수업도 눈에 띈다. 박 소장은 이에 대해 우리 시대의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동서고금의 문제를 먼저 건드릴 필요가 있는데, 한의학이 이 같은 문제를 담기에 적합한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과 대학원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구구단을 익힌다고 숫자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워두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고전 이해 역시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전 강좌에 관심이 있다면 수강에 앞서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2시간 동안 열리는 황제내경 무료 강독에 참석해 보자.
강좌시간 매주 월요일 19:00~21:00(황제내경 무료강좌)
위치 지하철 3호선 양재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편에 위치한 
동일한의원 2층 자세한 문의 02-583-6566
홈페이지 classics.or.kr 583-6566

저자에게 듣는다 독서대학 르네21 
르네21은 학문과 예술의 부활을 의미하는 르네상스(Renaissance)와 새로운 세기를 뜻하는 21의 합성어로,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강좌와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중적인 인문학 부흥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르네21의 강좌는 책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성공회 사회선교국이 한국출판인회의와 함께 만든 것으로, 엄선된 도서를 바탕으로 저자 혹은 전문가가 강의를 진행하며, 번역서가 아닌 이상 저자직강을 원칙으로 한다. 르네 21 수요인문강좌는 학기(총 16주)마다 인문교양, 동양고전, 서양고전 등 3개의 강좌를 운영한다. 인문교양 강좌에서는 1년간 저자 직강을 들으며 8권의 책을 심도 있게 읽게 되는데, 2학기에는 ‘이덕환의 과학 강좌’와 ‘진중권의 미학 강좌’, ‘김찬호의 문학 강좌’, ‘박성훈의 정치 강좌’가 각각 4주씩 진행된다. 서양고전 강좌는 시대별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서양고전과 당대의 문학을 포함하여 2년간 15~20권의 책을 읽도록 기획되었고, 동양고전 강좌에서는 2년에 걸쳐 8권의 동양고전을 읽게 된다. 수강료는 4개월에 20만 원. 다음 학기는 2009년 3월부터 시작된다.
한편 금요대중강좌는 매달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10월에는 독서를 주제로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 씨, ‘하리하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 이은희 씨, 김성희 교수, 도서평론가 이권우 씨가 강의를 맡았다. 수강료는 4회 기준 5만 원.
강의시간 금요일 19:00~21:30(금요대중강좌 )
위치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3번 출구에서 직진하다 왼쪽 첫 번째 골목으로 10미터 정도 들어오면 오른편에 위치한 대한건물성공회 대성당 내
자세한 문의 02-722-2897 홈페이지 rena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