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세레 Era Molto Buono!

납이 든 꽃게와 가짜 계란, 종이로 만든 무의 뒤를 이어 멜라닌까지. 상상 이상의 무서운 먹거리들이 뉴스 지면에 불꽃놀이마냥 펑펑 터지는, 뭐 하나 믿고 먹을 수 없는 나날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뉴스를 볼 때마다 땅바닥으로 떨어져내리는 입맛을 끌어올려야 할 터. 이탈리아어로 웰빙이라는 의미의 레스토랑 베네세레를 찾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신선한 제철 재료를 써서 빠르게 조리하는 것이다. 긴 장화모양의 이탈리아는 삼면이 바다인데다 지중해를 면하고 있어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하는 여러 문화 덕분에 긴 요리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이리라. 2007년 1월 오픈한 베네세레는 시칠리아 스타일이 가미된 북부 이탈리아 요리를 만날 수 있는데, 전통 이탈리아 요리에 현대적 감성을 응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요리를 책임지는 이는 최근 Q채널의 ‘더 셰프’에 출연하는 김상민 셰프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처음부터 이탈리아 요리를 전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JLPT 2급을 따서 일본 요리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일본이 아닌 밀라노 요리학교 IPCA에서 3년간 유학한 이유는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에 취했기 때문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들었다는 꽃장식이 반갑게 맞이한다. 자리에 앉자 식전 빵으로 이탈리아 중남부지방에서 서민들이 즐겨먹던 포카치아, 견과류가 붙어 있어 담백하고 고소한 스틱모양의 그리니시, 진한 맛의 미역빵과 함께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마늘과 우유를 끓인 것을 준다. 우유만 버리는 과정을 3번 되풀이하여 엔초비를 넣고 간 것인데, 마늘의 풍미와 엔초비의 독특한 맛, 우유의 고소함까지 어우러져 빵을 먹는 손을 멈출 수 없다.

이곳에서 맛본 메뉴는 전복 파스타와 비스마르크 피자, 샤프란 리조토를 곁들인 밀라노 풍의 송아지 꼬리찜이었다. 전복 파스타는 살아있는 전복을 잡아 내장을 소스로 했는데, 진한 전복의 풍미와 크림이 어우러져 깊으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이곳의 요리는 눈으로 한 번, 맛으로 또 한 번 먹는다는 자세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초록색의 소스와 검은 면의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직접 제작한 면은 딱 알맞은 알단테 상태인데다 오징어 먹물을 넣어 더욱 감칠맛이 난다. 전복과 오징어 먹물은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하니, 찬바람에 거칠어진 피부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아 흐뭇해진다. 비스마르크 피자는 주문받은 후 곧장 구워 따끈하면서도 담백하다. ‘비스마르크’는 위에 달걀 프라이를 얹어 조리하거나 곁들이는 풍의 음식에 붙는 말인데, 만든 직후 계란을 얹어 반숙 상태인 노른자를 터뜨려 피자와 함께 먹으면 된다. 매일 만든 반죽을 12시간 발효해서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덕분인지 쫄깃한 도우가 일품으로, 돼지 뒷다리를 훈제하여 만든 이탈리아 햄 프로슈토 고토와 토마토 소스, 생치즈와 계란 반숙만 얹었을 뿐인데 다양한 토핑을 얹은 그 어떤 피자에도 뒤지지 않는 깊은 맛을 낸다. 샤프란 리조토를 곁들인 밀라노 풍의 송아지 꼬리찜은 알맞게 조리된 샤프란 리조토와 송아지 꼬리의 감촉이 입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송아지 꼬리는 단단한 부위이기 때문에, 오래 끓여야 부드럽지만 너무 오래 끓이면 으스러지기 때문에 시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섯 시간 정도를 조리하는데, 매일 나가는 양만큼 준비하지만 미리 예약하는 것이 더 맛있는 꼬리찜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곳의 메뉴에 없는 이탈리아 요리도 미리 문의하면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예약은 필수가 아닐까 싶다. 마무리도 깔끔하다. 커피도 수준급인데다, 셰프가 직접 담근 상큼한 레몬 칵테일 ‘리몬첼로’를 식후주로 마시면 입맛이 산뜻해진다.

베네세레(Benessere)
영업시간 12:00~15:00, 17:30~22:30
위치 현대고등학교에서 신사동 가로수 길로 100m 정도 직진, 커피빈 건물 2층
문의 02-3444-7122 www.alfornell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