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어지럽고 다이나믹한 도시 BangKok

방콕은 다이나믹한 도시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전 세계 인종들이 다 모여 있다. 현지인과 여행객들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게 된다. 수많은 여행객에 치이면서 매연을 마시고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
이런 점을 방콕의 단점으로 꼽는이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방콕이다.

가이드를 자처하다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를 신경 써야 하는 게 싫어 늘 혼자 여행을 가곤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애초에 부모님과 함께 가기로 결심했던 만큼 어느 정도의 핀잔은 감수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끝까지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지만, 난 그동안의 여행경험을 바탕으로 멋진 여행 코스를 짜보겠다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내가 직접 코스를 짜고 가이드를 자처한 방콕 여행. 그런데 첫날부터 사고가 났다. 새벽 한시에 방콕에 도착했는데 호텔까지 픽업해줄 사람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헤매다가 결국 새벽 3시 쯤 공항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나중에 보니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택시 요금이 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 때는 얼마나 막막하던지.

방콕과의 첫 만남
여행 둘째 날. 택시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다. 태국에 왔으니 왕궁부터 가보는 게 순서 아닌가! 왕궁의 장엄함이나 에메랄드 사원의 아름다움도 물론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는 각양각색의 피부색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이 훨씬 더 경이로웠다. 그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도 왕궁의 모습을 떠올리면 왕궁의 외관과 함께 그 안에 바글바글하던 갖가지 머리색과 피부색을 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왕궁 왓포 왓아룬을 여행하면서 차오프라야 강도 유람했다(한강은 여기에 비하면 청정수역이다!). 이런 강 위에 그토록 많은 디너크루즈가 오간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왕궁을 둘러보고, 그곳보다 훨씬 더 복잡한 차이나타운까지 다녀오신 부모님은 상당히 지치신 눈치였다. 결국 예정된 코스를 모두 접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예약해두었던 시암 니라밋쇼를 보러갔다. 시암 니라밋은 어느 곳보다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시암 니라밋쇼는 우리나라로 치면 단군이나 주몽 이야기 같은 태국의 전통 서사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공연. 공연장은 세계 최대규모로 출연자가 무려 150명이나 등장한다.

우연한 만남과 두싯 동물원
다음 날, 예정에 없던 두싯 동물원에 가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어느 쾌활한 택시기사 덕분이었다. 말하기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는 처음 만난 동물원 직원과도 금세 말을 트고 잡담을 나눴다. 두싯 동물원 역시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였다. 한국의 동물원과 크게 차이가 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기자기한 쇼가 많이 펼쳐지고, 규모 면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동물원 여행을 마치고 가까운 차투착 주말시장에 갔다. 태국에 오면 가장 가고 싶던 곳이었다. 이 시장은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실내는 영상 40도 까지 올라갈 만큼 덥지만, 그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야생동물가게부터 옷가게며 조명가게, 골동품가게까지 이곳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다. 우리 가족은 예쁜 초를 10개 정도 샀다. 한참 쇼핑을 한 후 우리는 차투착 거리 한 편에 문을 연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거리에서 맛난 볶음국수도 사먹었다. 차투착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는데, 한참만에야 가까스로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차투착 시장 다음에 찾아간 곳은 디너크루즈였다. 배를 타고 3시간 정도 유람하면서 크루즈에서 뷔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사실 디너크루즈는 조금 비싸다. 4인 가족 기준, 10만 원이 좀 넘는다. 하지만 비싼 만큼 분위기나 맛은 확실하다. 배 위에서 한 태국 가수는 2시간 내내 열창했고, 노사연의 ‘만남’도 불러주었다. 식사를 하고 천천히 후식을 즐기면서 유명한 크루즈 위에서 왓아룬의 야경을 감상하며 방콕에서의 세 번째 밤을 보냈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하루
아침 첫 코스는 두싯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젊은 택시기사는 두싯은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를 보석 가게로 데려다 주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며 넘겼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어쩐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뭐 어쩌랴, 이것도 방콕의 한 단면인 것을. 우리는 보석가게를 두 군데나 들른 후에야 두싯에 도착했다. 두싯은 예전에 왕가가 살던 곳으로 궁전과 예쁜 위만멕 티크 맨션이 남아 있다. 첫날 왕궁에서와 달리 서양인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궁전이나 위만멕 티크 맨션은 추천할만한 관광지다. 특히 위만멕 티크 맨션은 부티크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할 만하다.
다음 코스는 짐 톰슨 하우스였다. 짐 톰슨이라는 미국 유명 디자이너가 살던 집이라고 하는데, 서양인들이 특히 많았다. 디자인에 별 달리 관심이 없었지만 문외한에게도 집은 더없이 예쁘다는 인상을 줬다. 짐 톰슨 레스토랑까지 둘러본 후, 우리는 방콕 쇼핑의 중심 시암으로 갔다. 볼거리는 많았지만 가족여행이다 보니 쇼핑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는 시암 센터에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바로 예약해 두었던 바이욕 스카이 뷔페로 향했다. 바이욕 스카이는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나는 단체 관광객을 피하고 싶어서 82층 뷔페를 택했다. 방콕의 꼭대기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먹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을 뿐 아니라, 음식도 디너크루즈에 비해 더 잘 나온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늦게까지 뷔페를 즐기면서 우리의 방콕 여행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디와나 스파’다. 태국에 와서 마사지를 다양하게 받아보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마지막 날 예약해 놓은 마사지 숍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디와나 스파는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보통 마시지 숍에 비해 3배는 비싸다. 하지만 그 시설이나 분위기, 마사지는 최고였다. 부모님들은 뭐 이런 걸 하냐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난 태국에 왔으니 꼭 해야 된다고 강력하게 권해드렸다. 여기가 방콕에서 제일 유명한 데라며. 호기롭게 권해드리긴 했지만 망사로 된 팬티하나 입고 누워있으려니 조금 창피하긴 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가고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다. 

여행을 추억하며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파트너가 필요하면 한명 정도가 좋다. 무엇보다 신경 쓰는 게 싫으니까. 내가 직접 계획을 짜서 부모님과 함께 방콕 여행을 하면서 사소한 의견충돌로 인해 티격태격했던 적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족끼리 함께 하면 방콕의 쇼핑이나 방콕의 밤의 분위기를 느끼기가 힘들다. 여행 도중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시는 가족들과 여행을 안가겠다’ 결심하기도 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추억을 되새겨 보니 지나간 시간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언제 또 가족들과 여행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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