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가장 가까웠던, 그리운 내 집 Gyunggi

달동네처럼 슬픔과 생명력과 감수성을 모두 가지는 이름이 또 있을까.
창문을 열면 거칠 것 없이 하얗게 빛나는 달이 보이고, 가난해서 슬픈 일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넘쳐흐르던 그곳. 그 흔적을 인천에서 찾았다.
글, 사진 이지선(수원/경기 통신원)

헉,헉헉…. 달동네 박물관과의 인연은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시작되었다. 박물관이 있는 수도국산은 옛날 송림산이나 만수산으로 불리던 곳으로, 한국전쟁부터 6, 70년대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일자리를 찾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인천의 전형적인 달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어려웠던 시절에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쉼터였으며 정이 가득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던 그곳은 지금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다행히도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실제로 박물관의 면적은 그다지 넓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작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좁은 땅에 여러 집이 모여 있었던 달동네처럼 꽉 찬 느낌이다. 아마 전시물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때로 되돌아 가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박물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얀 깃의 검정 치마 교복을 입고 청순한 여고생인 척 해보기도 하고, 달동네의 수도시설이었던 물지게를 지어보기도 하고, 아궁이에 연탄불을 갈아보기도 하는 체험코너를 통해서 말이다. 달동네 한 칸짜리 방안에서 여고 교복을 입어보며 좋아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바로 여고생의 해맑음이고, 물지게를 지는 방법을 몰라 어리둥절 헤매는 아이에게 “지게를 먼저 진 다음에 양동이를 고리에 걸어야지.” 일러주는 할머니의 미소는 한없이 따스하다. 이렇게 추억 속에 살아 숨 쉬는 전시는 머리뿐 아니라 마음도 자라게 하는 듯하다. 달동네 박물관은 크게 4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입 부분의 테마는 역사. 수도국산 달동네가 어떤 곳이었는지 얄팍한 배경지식이나마 알고 보는 것이 관람에 도움이 될 테니 당연히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다음은 상점가 부분으로, 당시에 실제로 영업을 하던 대지이발관, 송현 상회, 솜틀 집, 연탄가게 등이 재현되어 있다. 담배 ‘아리랑’이나 까만 연탄은 물론 ‘솜을 튼다’라는 문구에서조차 추억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세 번째는 좁다란 골목으로 이어지는 달동네 집들이다. 실제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신문으로 벽지를 바른 집도 있고, 구식 재봉틀이 놓인 집, 가족이 모여 미닫이문을 열고 TV를 보는 집도 있다. 달동네 탐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골목 벽에 붙은 갖가지 벽보들이다. 옛날 영화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쥐를 잡자는 홍보물을 거쳐 6, 70년대에 빠질 수 없는 반공포스터까지 다양한 벽보를 하나씩 읽다 보면 당시와 지금의 커다란 차이에 킥킥거리며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달동네라고 해서 어른들의 추억만을 되새기는 장소가 아닐까 했는데, 뜻밖에 한쪽 구석방에 마련된 주사위판에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다. 고무신이 운동화로 바뀌었어도 주사위판에 즐거운 아이들은 여전해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 주사위를 돌리는 방문 앞, 벗어놓은 운동화들이 정겹다. 알아야 할 것 하나. 갑자기, 그리고 조용하게 천장의 조명이 꺼지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이곳에서는 20분마다 낮이 밤으로, 밤이 낮으로 바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캄캄하게 어두워진 골목길을 밝히는 가로등의 붉은빛은 낮의 밝은 골목길과는 다르게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달빛 아래 달동네는 왜 이렇게 푸근한 기분이 드는 걸까. 박물관을 나서는데, 한쪽 벽에 적힌 글귀가 눈길을 끈다. ‘나에게 수도국산 달동네는 부끄럽거나 슬프거나 아픈 곳이 아니었어요. 지금의 나를 살게 하는 힘이지요.’

how to get there
대중교통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 하차 후, 송현시장 지나 도보 400미터(송현근린공원 내)
승용차 제1경인고속도로-
가좌 IC(동인천 방향)-재능대학-송림오거리-박물관
문의 032-770-6131~4 www.icdongg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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