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mantic Winter

한겨울의 낭만을 만나다
횡성으로의 1박2일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그 어떤 여행에서보다 뿌듯함이 밀려온다. 발그레한 뺨에는 후끈한 강원도 참숯의 열기가,
가슴에는 겨울의 풍경을 완성하는 자작나무의 반짝임이, 두 눈에는 어젯밤 천문대에서 보았던 밤하늘 별빛의 황홀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한 손에 들린, 횡성을 출발하기 직전 구입한 따끈따끈한 안흥찐빵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허기마저 달래준다.

아침 일찍 출발한 탓에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조수석에 앉아 잠을 청했다. 자면서 언뜻언뜻 차가 빠르게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격히 속도가 줄어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어느새 꽤 깊이 잠이 들었나 보다. 도착했다는 소리에 눈을 뜨니 예상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새말 I.C.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빨리 달린게야?’하는 눈으로 운전을 하는 사진기자를 바라보니 그는 100킬로미터까지 8초대에 주파하는 재규어 XF의 파워에 도취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고속도로에서의 스피드도 그렇지만 재규어 XF는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내비게이션에서는 계속해서 “급커브 지역입니다.”라며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지만 뒤따라오는 차를 가볍게 따돌리는 속도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정도의 흔들림이 전부인 부드러운 코너링은 운전자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그렇게 운전의 묘미를 느끼며 횡성에서의 첫 방문지로 하얀 자작나무가 숲을 이룬 우천면 두곡리의 미술관 자작나무숲에 들어섰다.

자작나무가 주는 겨울의 낭만
내비게이션도 찾지 못하는 숲 안쪽에 자리한지라 새말 I.C.를 빠져나와 횡성 방향으로 몇 번씩 유턴을 하며 헤맨 끝에 자그마하게 표시된 미술관 자작나무숲의 이정표를 발견했다. ‘미술관 자작나무숲 ’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이곳은 숲 속에 지어진 미술관이기도 하지만 숲 자체가 전시의 일부인 곳.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의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자 햇빛에 빛나는 하얀 자작나무로 둘러싼 곳에 아담한 건물의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겨울 자작나무로 무성한 숲을 본 적이 있는가? 여름에는 다른 나무와 별다를 것 없는, 아니 오히려 가느다란 나무줄기가 보잘 것 없는 나무지만 다른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한 채 시시해지는 겨울이 되면 자작나무는 비로소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줄기를 드러내며 제 매력을 과시한다. 어딘지 가냘프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찬란한 흰빛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자작나무. 이 미술관의 주인이자 사진가인 원종호 관장도 이 모습에 반해 1991년 이곳에 자작나무 1만 2천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4년에는 미술관을 개관, 제1전시실에는 원종호 관장이 강원도 일대의 산에서 찍은 자작나무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제2전시실에는 5월부터 10월까지 작가들의 기획전이나 초대전을 열어 작품을 전시한다. 두 개의 전시관 외에도 클래식부터 전통 판소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는 야외 공연장과 통나무로 지어진 두 채의 팬션, 은은한 향이 풍기는 차를 맛볼 수 있는 아늑한 카페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자 원종호 관장은 ‘철쭉 꽃길’이라는 푯말이 쓰여진 산책로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곳은 자작나무 숲 사이로 미술관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자작나무 사이로 알록달록한 빛깔의 지붕을 얹은 미술관의 경관을 바라보며 탄성을 내뱉자, 원 관장은 산책길 양쪽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철쭉에 붉은 꽃망울이 터지는 봄이 되면 또 다른 장관을 선사한다며 귀띔한다.

숯가마에서 한겨울의 추위를 녹여보자
횡성에 갔다면 추운 날씨에 차가워진 몸을 녹여주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책임지는 재래식 숯가마에서 찜질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의 강원참숯은 40여 년간 전통 숯가마를 운영해온 숯 생산지로, 숯가마를 활용해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개의 가마에 약 8톤 분량의 통나무를 채워넣고 불을 지핀 다음 황토를 발라 입구를 막고 6일가량 그대로 두면, 바깥공기와 차단된 채 1,200도의 고온에서 타오른 참나무가 단단한 숯이 되어 나오는데, 이 숯을 꺼낸 뒤 열기가 남은 가마를 그대로 활용해 찜질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래전 한 스님이 숯을 뺀 이곳의 가마에서 잠을 즐기는 것을 본 후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숯 찜질을 즐겼으며 2000년부터는 정식으로 문을 열어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다. 해독작용을 비롯해 공기 정화, 탈취, 살균 등 숯의 효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이곳의 숯가마는 온통 황토로 뒤덮여 있어 다량의 원적외선을 방출, 피부미용은 물론 피로회복, 류머티즘, 관절염에 좋을 뿐 아니라 암환자들까지도 소문을 듣고 모여들 정도라고 한다.
강원참숯의 이정표를 따라가면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나는 광경이 멀리서도 숯가마에 다다랐음을 알게 한다. 입구에 적힌 ‘오늘의 찜질’ 간판은 그날그날 찜질이 이루어지는 장소 안내판이다. 총 38개의 숯가마에 돌아가며 불을 피우기 때문에 매일 찜질을 할 수 있는 가마의 위치가 바뀌는데 평일에는 2~3개, 주말에는 4~5개씩을 개방한다. 숯가마 앞에는 실내복을 입고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채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숯가마를 즐기는 요령은 수건으로 얼굴과 목덜미를 감은 채 3~4분씩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 그렇게 들락거려서 무슨 찜질을 하겠느냐 싶겠지만 높을 때는 섭씨 100도, 평균 60도에 달하는 숯가마 안에 오래 앉아있기도 어려울뿐더러 고온의 열기는 이내 온몸을 땀으로 뒤덮는다. 신기한 것은 이곳에서는 땀을 흘려도 전혀 끈적이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며 숯의 좋은 기운을 몸속에 간직하기 위해서라도 샤워는 4시간 후에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별도의 샤워시설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집어삼킬 듯한 시뻘건 불더미에서 숯을 빼내는 장면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며 바로 옆 식당에서 판매하는, 막 숯을 뺀 숯가마의 높은 열에 삼겹살을 3초간 넣었다가 뺀 후 맛보는 3초 삼겹살도 별미다. 찜질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야간 운영을 한다. 실내복과 수건을 대여할 수 있지만 미리 준비하면 단돈 5천 원으로 천연 숯 찜질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이왕이면 따로 챙겨가는 것이 좋을 듯. 단 나일론 소재의 옷이나 염료가 들어간 원색 계열의 옷은 가마의 열기로 인해 녹을 수 있으므로 면 소재의 흰색 옷과 수건을 준비하도록 한다.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황토방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한다.

별자리의 세계에 빠지다
강원도 밤하늘에 뜬 별을 보기 위해 천문대에 가기 전 근처의 장송모도자연구원에 들렀다. 공근면에 자리한 장송모도자연구원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6호인 장송모 선생이 1989년 설립한 곳으로 대학박물관에서 출품한 통일시대에서 조선후기까지의 도자기를 비롯해 장송모 선생이 직접 재현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천이나 여주의 도자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강원도 도자기는 조금 생소한 것이 사실. 하지만 알고보면 강원도는 고려시대 이래 조선시대 후기까지 왕실에 납품하는 도자기를 생산하던 지역으로 장송모 선생은 이곳에서 강원도 도자의 전통과 문화를 재현, 방문객들에게 도자기 역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시실 외에도 이곳에는 도자기 관련 강의가 마련되어 있어 도자기의 종류와 발달사, 도자기 감상법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1인당 만 원의 비용을 내면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거나 초벌구이 된 도자기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체험을 즐길 수 있어 꼭 한번 들러봄 직하다.
온 하늘을 반짝이는 별이 수놓은 깜깜한 밤이 되면 횡성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은 천문대로 향한다. 우리별천문대는 해발 300미터 계곡의 무공해 청정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사설 별자리 천문관측 시설로, 불빛으로 인해 도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밤하늘의 아름다운 은하수와 쏟아질 듯 빛나는 별과 행성 등을 볼 수 있는 곳. 당일 체험은 보통 저녁 7시부터 시작하며 식사와 숙박이 포함된 1박2일과 2박3일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우선 실내 프로젝트 천문교육을 통해 현재 밤하늘에 떠 있는 행성과 별자리를 찾아보고 카시오페이아를 기준으로 북극성을 찾는 방법, 태양과 행성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12개의 별자리인 황도12궁 알아보기, 인공위성을 보는 법 등에 대해 배운다. 이어 천체망원경으로 조금 전 천문교육에서 공부한 행성과 별을 관측하고 직접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마침 그곳에 체험학습을 온 인제에서 왔다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망원경을 들여다볼 때마다 빛을 발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행성과 별의 모습에 연방 탄성을 내뱉는다. 또 한쪽에서는 고개를 있는 힘껏 젖히고 ‘W’모양으로 떠 있는 카시오페이아를 발견한 뒤 조금 전 배운 대로 그곳에서 일정거리에 떨어져 있는 북극성을 찾아내곤 으쓱해 보이기도 한다. 별자리 관측에 신이 난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천체망원경을 들여다 보고 아름다운 행성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해 지고,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별자리 수업을 떠올리며, 그때도 이렇게 공부를 했더라면 여행기자가 아니라 천문학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하며, 밤늦도록 밤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 찾기에 여념이 없는 건 기자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Travel Info
먹을 곳 횡성 하면 역시 횡성 한우를 빼놓을 수 없다. 우천면의 장미산장(033-342-2083)은 암소갈비만을 쓰는 유명한 한우집으로 생갈비는 1인분에 5만 원, 꽃등심은 3만 5천 원이다. 곤드레나물과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는 곤드레밥은 이 집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 안흥읍내의 심순녀 안흥찐빵(033-342-4460)은 40년 전통을 지닌 유명한 안흥찐빵의 원조로 막 쪄낸 따끈한 찐빵은 여행길에 맛보는 별미 중의 별미다.

잠잘 곳 횡성군 우천면에 자리한 팬션 ‘차꽃 따러 가는 길’은 횡성 내 볼거리 대부분이 20~3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편리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팬션은 단체를 위한 본채와 가족과 커플을 위한 두 개의 별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채는 모든 벽면이 황토로 이루어진 2층 건물로 1층에는 1개의 룸과 벽난로가 갖춰진 거실, 주방이 있으며 2층에는 2개의 룸과 아담한 주방, 거실이 마련되어 있다. 본채는 198제곱미터의 규모로 많은 인원이 수용 가능하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최대 15인까지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온돌식의 가족룸은 최대 6인 기준, 침대식의 커플룸은 최대 3인 기준이며 각각 취사시설, TV, 오디오, 냉장고, 에어컨 등이 갖춰져 있다. 본채와 별채 앞에 마련된 테라스에서는 아담한 정자와 연못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차 한잔 즐기기에 좋다. 여행을 좋아하는 포근한 인상과 넉넉한 인심의 주인 부부가 직접 만든 도자기용품을 판매하며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가격은 본채는 비수기 25만 원, 성수기 30만 원이며 가족룸은 비수기 8만 원, 성수기 9만 원, 커플룸은 비수기 5만 원, 성수기에는 6만 원이다.
주소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산전리 90
문의 033-344-0072, www.teafl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