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 in Eco World
자연과 예술이 들려주는 이야기

답답한 일상을 탈출하겠다는 욕구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걸 보면 역마살이 맞긴 맞는가 보다. 1박 2일의 시간도 낼 수 없을 만큼 바쁜데도 굳이 서울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가평으로 길을 잡았다. 구불구불한 산길과 호반을 끼고 달리는 도로 곳곳에 자연과 예술이 보물찾기처럼 박혀 있는 그곳으로. 

올림픽 대로를 신나게 달리다 고속도로를 만나게 되면 짧은 순간 고민에 빠진다.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 달려볼까?’ 이번에는 호반과 계곡이 있는 ‘푸른 연인’ 가평으로 길을 잡았다. 굳이 속력을 내지 않아도 좋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나름의 자태를 뽐내고 있고, 호수를 끼고 달리는 동안에는 고즈넉한 정취에 매료된다. 설렘 가득한 가평의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면 마치 자연 속에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한국 속 프랑스 마을에 가다
사진 한 장을 보더니 “거기가 어디에요?”라고 물어본다. 가평이라고 간단하게 대답을 했더니 “우리나라에 그런 곳이 있어요?”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성공이다. 아주 가끔은 문득 낯선 곳에 놓여진 것 같은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다. 평소 주변에서 느끼는 익숙함이 지루함으로 여겨질 때 낯선 곳에서는 느끼는 생경함이 신선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국적인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도 여유도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기에 좌절감은 더욱 배가된다. 그 좌절감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곳이 가평에 자리하고 있으니, 국내에서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쁘띠프랑스다. 까칠 대마왕인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 마을이다.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호명호수를 끼고 달리던 중 언덕 위에 빨간 지붕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국적인 풍경에 너도나도 기념 촬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스 전원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 뒤에는 어김없이 강마에의 작업실로 들어가 그의 의자에 한번 앉아본다. 강마에가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또 다시 독설을 퍼부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프랑스풍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프랑스 주택 전시관, 갤러리, 마리오네트 인형 체험관, 생 텍쥐페리 기념관 등에서 각종 프랑스 문화를 체험을 할 수 있다. 연주 공연, 프랑스 애니메이션 상영, 뮤지컬 어린왕자 영상 관람 등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동상과 벽화도 있어 잠시 이 마을을 걷는 것만으로도 어린왕자의 순수에 감염될 것만 같다. 오르골하우스로 들어서니 작고 귀여운 오르골은 온데간데 없고 커다란 책상 위에 골동품 상자 같은 것이 놓여 있다. 오르골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이 공간에서 골동품들이 직접 연주하는 그 환상의 하모니는 매 시 40분마다 들을 수 있다.

흙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프랑스 전원 마을에서 느낀 감흥을 깨기 싫어 조심스럽게 굽이 길을 돌아가는 도중 쁘띠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매력의 취옹예술관을 마주하게 됐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문화 공간을 꿈꾸는 취옹예술관에서는 전통 한옥에서 각종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신라시대 전통 방식으로 쌓아 올린 돌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600미터 정도 이어진 돌담은 크고 작은 돌을 짜맞춰 쌓는 방식으로 올려졌는데 이 기술을 보유한 장인이 몇 사람 남지 않았다고 하니 주인장의 돌담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만하다.
한옥의 멋과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취옹의 객사에 하루 정도 머물러 보는 것도 좋다. 전통 구들에 나무 장작을 때며 옛집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수향헌과 두꺼운 황토 온돌에서 자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백송재가 마련되어 있다. 객사 맞은 편에 미술관에서는 역량 있는 작가들의 전시가 펼쳐지고 공연 및 강좌도 열리고 있으니 전통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오색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수목원
취옹예술관에서 외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가다 보면 축령산 기슭에 자리한 아침고요원예수목원이 나타난다. 최근 사진 동호회의 필수 출사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이곳은 총 20개의 테마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수목원의 겨울은 하얀 눈꽃이 가득하고, 밤에는 조명이 별처럼 빛난다. 입구에서부터 오색찬란한 빛이 반짝이는 오색 별빛 정원전이 2월 말까지 계속되어 자연과 빛이 만들어내는 이색 풍경을 가슴 속에 담아갈 수 있다. 뼛속까지 찬바람이 스미는 밤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커플, “우와~ 멋있다.”하는 탄성을 터뜨리며 산책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가족, 돌아서는 것이 아쉬워 전망대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중년의 친구들이 별빛과 함께 했다.

오늘 하루는 자연과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가평을 가장 떠들썩하게 사건은  가을에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다.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의 공연과 자라섬의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축제가 가평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난 2008년에는 FICC 가평 세계 캠핑 대회가 열려 새로이 주목 받고 있는 오토 캠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바람이 매서운 이 계절에 과연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심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캠핑장에 들어서 보니 오토 캠핑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모빌홈과 캐러밴에 머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커다란 텐트를 치고 있는 캠핑을 하는 ‘텐트족’까지 볼 수 있었다.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잔다는 게 즐겁기만 한 아이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캐러밴에 자꾸만 들락거린다.
여행이란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한두 시간만 달리면 이토록 멋진 풍경이 펼쳐지다니, 단순히 계곡과 호수만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가평에 숨겨진 또 다른 보물을 찾아 다시 한번 그곳을 찾아야겠다.

Travel Info

먹을 곳 직접 농사 지은 재료를 이용해 웰빙 한정식을 선보이는 들풀(031-585-4322 www .dulpul.co.kr)에서는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기는 단호박 오리구이와 직접 담근 청국장을 맛볼 수 있다. 2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맛볼 수 있는 단호박 오리구이는 5만 원, 청국장과 연의 향기가 가득한 연잎밥 정식은 1인 1만 2천 원이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면으로 진입해 설악면사무소 앞 갈림길에서 홍천방향 2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들풀청국장정식 간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된다.

쁘띠프랑스 
영업시간 AM 11:00~ PM 6:00
입장료 성인 8천 원, 어린이 5천 원
찾아가는 길 청평댐 입구 삼거리에서 호명리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청평댐에서 75번 국도를 이용해 청평호를 끼고 약 10킬로미터 직진.
문의 031-584-8200 www.pfcamp.com
취옹 예술관 
관람시간 AM 10:00 ~ PM 6:00 (주중무휴)
한옥 객사 이용료 6만 원부터 12만 원
주소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563번지
문의 031-585-8649 www.chi-ong.co.kr
아침고요원예수목원 
관람시간 AM 8:00 ~ PM 8:30
입장료 어른 8천 원, 어린이 4천 원
(동절기 할인 있음)
문의 1544-6703 www.morningcalm.co.kr
찾아가는 길 경춘국도를 이용해 청평 방향으로 이동 후 청평검문소에서 현리, 일동 방면으로 좌회전, 37번 국도 이용 현리 방면 7킬로미터, 임초리에서 좌측으로 진입 후 4킬로미터
자라섬캠핑장 
수용규모 오토캠핑장 191사이트, 캐러밴 125사이트(캠핑 트레일러 100대), 모빌홈 40동
편의시설 화장실 3동, 개수대 3동, 전기 사용 및 애완견 입장 가능
이용료 오토캠핑장 1만 원, 캐러밴 사이트 2만 원, 캐러밴 5만~10만 원, 모빌홈 6만~12만 원
문의 및 예약 031-580-2700
jarasum.g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