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ting House H-diner
‘미쿡’에서 건너온 엄마의 손맛
하루에 세 번, 개인에 따라서는 한두 번 밥을 먹는다. 항상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지만 결론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엄마가 만들어주는 ‘집 밥’이다. 도로 위를 달리다가 배가 고프면 잠시 들러 허기를 채워주는 다이너. 레스토랑이 아닌 ‘밥집’이고픈 이태원의 에이치다이너에서 ‘아메리칸 마마’들의 손맛으로 푸짐한 한끼를 해결한다.
아메리칸 푸드는 성의 없고 양만 많은 무식한 음식이다? 아메리칸 푸드라고 하면 몹시 뚱뚱한 몸매의 소유자가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콜라와 함께 먹고 있을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장면이 떠오른다. 트랜스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음은 물론 별다른 특색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크 푸드만이 아메리칸 푸드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만큼 가장 일반적인 맛을 만들어낸 미국의 맛은 합리적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탈리안도 아시아에서 날아온 차이니즈도 만족할만한 맛을 선보이는 것이 바로 아메리칸 푸드다.
캐주얼하지만 푸짐한 아메리칸 홈 스타일 푸드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밥집. 이태원에 자리잡은 에이치다이너(H-diner)가 추구하는 레스토랑 콘셉트다. 왠지 격식이 느껴지는 레스토랑이라는 표현도 부담스러워 ‘다이너’라 이름 지은 이곳의 메뉴는 인기 셰프 레이먼 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미식 기행 프로그램인 ‘더 셰프’로 얼굴을 알린 그는 지중해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레스토랑의 콘셉트에 맞게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늘상 접하던 아메리칸 푸드로 메뉴를 컨설팅했다. 한마디로 매일 먹는 밥, 미국식 백반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픈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째 접어드는 레스토랑에 밥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이 전체 손님의 60퍼센트 정도 된다니 밥집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사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매일 저녁상에 올릴 반찬을 고민하지만 결국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 요리가 올려지는 것처럼 에이치다이너의 음식은 특이하지만 특색이 없다는 것이 레이먼 셰프의 설명이다. 다만 캐나다 친구들의 어머니에게서 직접 배운 음식들을 메뉴로 승화시켜 거부감 없이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음식을 만들어낼 뿐이다. 물론 엄마가 가족을 생각하며 요리를 할 때처럼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모두 직접 다듬어 조리한다. 덕분에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맛만큼은 확실히 책임진다. 또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양도 푸짐하게 해 넉넉한 인심도 덤으로 얹어준다. 대부분의 메뉴가 1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양은 더욱 푸짐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가 추천해준 요리는 미국 사람들이 손님을 초대할 때 내놓는 로스트 비프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제 버거였다. 로스트 비프는 로즈마리를 듬뿍 묻힌 쇠고기 덩어리를 와인에 담가 이틀 정도 숙성시키는 데서 시작된다. 고기가 숙성되는 동안에는 고기를 끓이고 난 육수에 각종 채소를 넣어 20여 시간 동안 졸인 육즙 소소를 만드는데, 20리터 정도 되던 육수가 7리터로 줄어드는 동안 고기에서 배어 나온 육즙이 응축된다. 재워둔 고기에 소스를 끼얹고 오븐에 구워내면 완성.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정성스런 맛이 입안에 한가득 퍼진다.
틀에 박힌 맛과 트랜스 지방이 가득한 패스트 푸드점의 햄버거에 질린 상태라면 이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에이치 버거를 주문해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두툼한 쇠고기 패티에 볶은 양파, 버섯 등 각종 채소와 베이컨, 치즈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려져 있다. 보고만 있어도 신선함과 푸짐함을 느낄 수 있는 이 버거는 작은 상자에 예쁘게 담아 피크닉을 떠나고 싶게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반드시 맛봐야 하는 숨겨진 보석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멕시코 출신의 맥주 더블 엑스(XX)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이 맥주는 라거의 색이지만 부드러운 목 넘김은 에일을 닮았다. 라거와 에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하우스 비어와 함께 한다면 더욱 풍성한 아메리칸 가정식을 즐길 수 있다.
예쁜 레스토랑에서 든든히 밥을 먹고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즐기는 가벼운 산책, 이보다 행복한 봄날이 또 있을까.
H-diner
영업시간 11:30~23:00 (14:30~18:00는 음료만 주문 가능)
위치 이태원 캐피탈호텔 건너편 스타벅스 옆
문의 02-796-69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