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Auto Camping
봄기운 머금은 산 속에서의 하룻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따라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산자락으로 퍼진다. 자연에서의 하룻밤이 그저 즐거운 듯 까르르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 또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만큼이나 빛난다. 내장산 백양사지구 가인오토캠핑장에서 자연을,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이들을 만났다.  

취재가 아니었다면 지난 주말도 어김없이 거실 소파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며 TV 삼매경에 빠져 보냈을 것이 뻔하다. ‘나의 황금 같은 주말을 빼앗기다니!’.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밖으로 나서니 어느새 무채색의 겨울이 지나고 성큼 다가온 봄기운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도심의 번잡스러움과 답답한 일상에 지쳤다면 이번 주말 텐트를 짊어지고 자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잔디 위에 집을 짓고 별빛이 반짝이는 하늘을 이불 삼아 보내는 하루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온전한 자유를 가져다줄 테니 말이다.

산 속에 집을 짓다  하필이면 무섭다는 꽃샘추위가 몰려온 날이었다. 어째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이내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오후가 되자 비는 그쳤지만 한동안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난 후 만나는 세찬 바람은 한겨울의 그것보다 더 쌀쌀함을 느끼게 한다. 이쯤 되자 추위는 둘째치고 캠퍼들이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캠핑에 문외한인 기자의 소견으로 보면 이 추운 날 밖에서 캠핑을 한다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내장산 가인오토캠핑장에 들어서자 세차게 부는 바람을 뚫고 텐트를 치느라 땀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오후 3시경이 되자 자동차 트렁크에 텐트와 먹을거리를 한가득 실은 이들이 속속 모여든다.
“눈이라도 내리면 캠퍼들은 더 많이 모여들어요. 스노캠핑이야말로 캠핑의 백미거든요.”
어느 캠퍼의 말처럼 적어도 날씨는 캠핑에 방해요소가 되지 않는 듯했다.
아빠가 오늘 하루 가족들의 아늑한 집이 되어줄 텐트를 치는 동안 엄마는 저녁을 먹기 전 요기할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캠핑장의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기 바쁘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학원으로 빡빡하게 짜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주말이면 컴퓨터와 TV에 빠져지내는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나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무얼 해야 할지 머뭇거리지만 이내 옆 텐트 아이와 친구가 되어 스스로 자연 속에서 놀거리를 찾아낸다. 이런 환경 덕분인지 캠핑을 다니다 보니 내성적인 아이의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목포에서 왔다는, 태어난 지 18개월 된 꼬마도 처음 접하는 산 속으로의 나들이가 신나는지 텐트와 텐트 사이를 잠시도 쉬지 않고 아장아장 걸으며 캠퍼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텐트를 치는 이들에 비해 캐러밴(캠핑카)을 몰고 온 이들은 조금 여유롭다. 작년까지 텐트를 가지고 다니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캠핑카를 장만했다는 광주에서 온 가족은 아늑한 캐러밴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캐러밴 안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의 여자 아이는 “컴퓨터가 없어서 심심해요.”라며 캠핑의 불만을 토로했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자연을 닮은 맑은 표정에는 캠핑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텐트를 치고 난 후 저녁식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면 봄이 시작된 백암산의 경치를 감상할 차례다. 내장산 백양사지구 가인오토캠핑장은 내장산 국립공원 지역에 포함돼 있지만 내장산이 아닌 백암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천년고찰 백양사(白羊寺)가, 그리고 주변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산책로와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로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야영장을 나와 백양사로 가는 길은 버드나무와 벚나무, 단풍나무 등 각종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 올라가자 쌍계루가 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흐르는 계곡이 합쳐지는 곳에 지어졌다 하여 이름 지어진 쌍계루는 뒤쪽의 비자나무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겉에서 보는 것도 그렇지만 누각에 올라 바라보면 지나온 숲길과 물 위에 비친 쌍계루의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누각에는 고려시대의 충신으로 유명한 정몽주를 비롯해 쌍계루와 백양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옛 시인들의 시를 적은 현판이 가득하다.
백양사 경내로 들어서자 대웅전과 아미타 부처를 모신 극락보전,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는 명부전 등의 가람이 한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명찰로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는데, 조선 선조 때 하늘에서 흰 양이 내려와 이곳에서 설법을 듣고 극락으로 갔다 하여 백양사라 불리게 되었다고. 백양사의 아름다움은 대웅전에서 절정을 맞는다. 대웅전의 고즈넉함도 물론 아름답지만 흰 빛깔의 바위로 이루어진 백암산의 정상인 백학봉이 대웅전 뒤로 솟아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백양사 옆으로는 약암사, 영천굴, 운문암 등 산 속에 자리한 암자로 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으므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천년고찰이 주는 여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캠핑장의 텐트에도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온다. 랜턴에 불을 밝히고 모닥불을 피운 텐트에서는 저마다 저녁 준비에 한창인데, 텐트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온 동네가 밥 짓는 냄새로 가득해지던 시골마을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역시 야외에서의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 단연 인기! 깜깜해진 것도 아랑곳없이 뛰어놀던 아이들도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지자 텐트로 돌아가 모닥불 앞에 자리를 잡는다. 자연을 품어서일까? 캠핑을 나온 사람들은 마음 또한 넉넉해 아무 텐트나 방문해 인사를 건네면 하나같이 의자를 내주고는 소주 한잔 따라주며 낯선 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집에서는 각자 컴퓨터 앞에, TV 앞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야외로 나오면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게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이죠.” 이 묘미에 빠져 1년째 주말마다 캠핑을 다닌다는 어느 캠퍼의 말처럼 밤하늘에 별이 총총 뜰 때까지 모닥불가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그 훈훈한 모습에 봄을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일찌감치 달아난 모양이다. 꽤 매서웠던 바람도 잦아들고 한결 따스해진 밤 공기가 어깨를 스쳐 지나간다.

잠들 줄 모르는 야외에서의 밤

Transportaion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로 나가 1번 국도를 타고 장성 방면으로 간다. 장성호를 지나 쌍웅리에 들어선 후 중평리 약수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내장산 백양사 지구가 나온다. 매표소를 지나면 캠핑장이 있다.

내장산 백양사지구 가인오토캠핑장 백암산의 멋진 풍광 속에 자리 잡은 캠핑장. 도보 10분 거리에 백양사가 있어 백양사지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많은 캠퍼들이 모여도 전혀 번잡하지 않을만큼 넓은 잔디밭에 자리 잡고 있다. 화장실과 급수대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매점과 식당도 가까이 있어 편리하다. 야영료는 성수기 기준으로 소형텐트는 3,500원, 중형텐트는 5,500원, 대형텐트는 7,500원이며 야영장을 이용하려면 국립공원 입장료와 주차료, 야영지 사용료를 모두 내야한다.
문의 내장산 국립공원 백양사지구 관리사무소 061-392-7288

Restaurant
더덕과 표고버섯, 각종 산채나물 등 20여 가지의 푸짐한 반찬으로 상다리 휘어지게 한 상 가득 차려내는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내장산 백양산지구 입구에 여러 식당이 있으며 가격은 더덕정식 1만 2천 원, 산채정식 1만 원, 산채비빔밥 7천 원이다.

Sightseeing
홍길동 생가 허균의 ‘홍길동전’ 주인공인 홍길동이 장성군 황룡면 아치실 마을에서 태어난 실존인물로 밝혀지면서 홍길동 출생지를 복원한 관광마을. 홍길동 생가터와 길동샘이 있으며 생가터의 발굴 작업과 고증으로 복원한 홍길동 생가에는 홍길동과 길동의 아버지, 생모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의 모형이 꾸며져 있다. 또한 전시관이 있어 홍길동에 관한 각종 자료와 캐릭터 모형, 입체 영상물 등을 통해 홍길동의 생애를 감상할 수 있다. 2011년까지 이곳에 청소년 야영장, 무예수련장, 민속마을, 전통체험거리 등 테마파크를 조성할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장성호 관광지 장성호 상류와 국립공원 백암산 자락에 있는 장성호 관광지는 뛰어난 풍광의 장성호를 끼고 야외 공연장과 수변테크, 야영장 등이 조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잉어와 쏘가리, 붕어 등 각종 민물고기가 많아 강태공이 즐겨 찾는 곳이며 여름이면 호수에서 수상스키, 카누 등의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호수 옆에 조성된 장성문화예술공원에는 국내 및 세계 문화예술인의 작품 103점이 설치되어 있다.

필암서원 조선시대 유학자 하서 김인후(1510~1560년) 선생과 그의 사위 고암 양자징(1523~1594년) 선생을 모신 호남의 대표적인 서원. 선조 23년(1590년)에 하서 김인후를 추모하고자 세워졌다가 불타 없어진 것을 인조 24년(1624년)에 복원하였다. 학생들의 휴식처인 확연루를 시작으로 객사 건물인 청절당, 인종이 하사한 묵죽도(墨竹圖)의 판각을 보관하고 있는 경장각, 김인후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우동사 등 공부하는 곳을 앞쪽에, 제사지내는 곳을 뒤쪽에 배치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필암서원 옆 유물 전시관에는 고서적과 문서,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