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kling Town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신비가 흐른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며 아이는 천문학자의 꿈을 키운다. 엄마는 어린 단종의 한을 그리며 눈물짓다가 어린
시절 보았던, 섶다리를 건너며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그리고 아빠는 지갑 걱정 없이 가족에게 마음껏 한우를 사줄 생각에 뿌듯해한다. 도시에서의 편리함도 세련됨도 없지만 강원도의 작은 마을 영월에서는 그렇게 온 가족이 풍요롭다.

서울을 빠져나와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에도, 제천 IC를 지나 지방도를 타고 한적함이 묻어나는 길을 굽이굽이 오르는 동안에도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봄날의 경치를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감기는 눈을 주체하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전날까지 이어진 밤샘 근무로 몇 시간도 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오른 여행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집에서 쉴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여행을 준비하며 메모해두었던, 한적하고 고요한 마을의 풍광 속에 스며 있는 어린 왕의 애환과 천체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빛, 그리고 푸짐하게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마을에 대한 기대는 기자를 집에서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리고 잠의 유혹을 뿌리친 그날 아침의 기특한 선택은 행복으로 기억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어린 임금의 슬픔을 보다 영월은 조선 6대 왕이자, 가장 슬픈 왕으로 기억되는  단종과 깊은 인연을 지닌 곳이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물러난 단종이 집현전 학사 출신 대신들의 주동으로 일어난 복위운동 실패 후 유배 길에 오른 곳이 바로 이곳 영월 땅이기 때문이다. 그때 단종의 나이 겨우 열여섯. 먹먹한 가슴을 붙잡고 넘었을 고갯길과 유배생활을 하던 청령포와 관풍헌, 그리고 17세의 나이에 사약을 받고 숨을 거둔 그의 시신이 잠들어 있는 장릉 등 영월 곳곳에는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된 어린 왕의 탄식과 애환이 배어 있다.
단종이 영월에 내려와 홍수로 인해 거처를 관풍헌으로 옮기기 전까지 기거하던 청령포는 삼면으로 서강이, 나머지 한 면은 험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땅 위에 소나무가 숲을 이룬 한적한 곳이다. 지금이야 5분 남짓,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 그 아름다운 산수에 넋을 빼앗기지만, 600여 년 전 정순왕후와 눈물로 이별을 하고 천연감옥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갇혀 지낸 어린 왕에게는 멀고도 먼, 지독히 고독했던 곳이었으리라. 그의 외로웠던 유배 생활을 보여주듯 복원된 그의 거처 뒤로는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쌓은 망향탑과 매일같이 올라 한양 땅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가 있으며 나무에 걸터앉아 오열하던 단종의 삶을 보았고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뜻의 관음송(觀音松)이 가지가 뒤틀린 채 60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쩌면 소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뒤틀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어린 임금의 한을 후대에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여행길에 마냥 들떴던 마음이 이내 숙연해진다.

“100퍼센트 다 한우래요”, 군침 도는 그곳 부끄럽게도 단종의 가엾은 삶에 저렸던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코스로 고대하던 한우 만찬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천면 주천리 섶다리 마을의 다하누촌은 2007년에 정육점 1개, 식당 3개로 시작, 현재는 10개의 정육점과 48개의 식당이 자리한 전국 최저가의 한우마을이다. 영월 축산농가와의 직거래로 유통마진을 대폭 줄인 덕에 한우 300그램에 8천 원이라는, 보고도 믿기 어려운 가격으로 고기를 맛볼 수 있어 주말이면 전세버스까지 동원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하누촌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고기 굽는 냄새에 코끝이 절로 반응을 보인다. 고기를 먹는 데는 순서가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한 뒤 식당에서 1인당 3천 원의 세팅비를 내고 자리를 잡는 것. 예사롭지 않은 마블링이 그려진 선홍 빛깔의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자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육즙에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는 잊은 지 오래다. 그리고 겉만 살짝 익힌 고기를 배어 문 순간, 부드러운 육질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육즙의 감동이 뒤따랐던 건 물론이다. 명품관에서는 1++의 최고급 한우를 따로 구분해 판매하며 주말에는 부위별로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있는 셀프코스를 운영한다.
다하누촌 뒤로 흐르는 주천강에는 섶나무로 만든 쌍섶다리가 있어 고기 만찬을 즐긴 후 잠시 산책하듯 거닐기에 좋다. 주천강의 쌍섶다리는 단종의 죽음과 관련한 사연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1699년에 숙종은 단종에게 사약을 내린 세조의 처사에 대해 200년간 계속된 주민들을 불만을 달래고자 당시 새로 부임하는 강원관찰사에게 장릉을 참배토록 했는데, 원주에서 오는 관찰사 일행이 타고온 사인교(四人轎)로는 외섶다리를 건널 수 없었던 것. 그래서 주민들이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하나씩 다리 놓기 경쟁을 벌였고, 관찰사 일행은 무사히 쌍섶다리를 건너 장릉으로 향했다고 한다.통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와 흙을 다져 만든 나무다리는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흔들거려 머뭇거리게 하지만, 소가 지나가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다고. 마치 말랑말랑한 쿠션이 깔린 카펫 위를 걷듯 푹신한 느낌이 향수를 자극하는 정겨움과 함께 운치를 느끼게 한다.

별이 쏟아지는, 별마로로 가요~ 어느새 주위가 어둑어둑해진다. 날이 저물면 영월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을 만나는 시간이 그것. 영월읍 봉래산 정산에 자리한 이곳 별마로 천문대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행성을 보며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주인공 최곤(박중훈)이 콘서트를 열었던 장소가 바로 별마로 천문대다. 별마로란 이름은 별과 마(정상), 로(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 이름 그대로 사방이 탁 트인 해발 800미터에 자리한 천문대에는 주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망원경을 갖추고 우주의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천체투영실에서 돔 스크린에 빛나는 가상의 별을 통해 별자리 찾는 방법과 탄생 별자리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면 관측실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조금 전 배운 성운과 성단, 행성 등을 직접 볼 차례다. 육안으로 보면 모두 똑같이 반짝이는 빛일 뿐이지만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그곳에는 새로 태어나고 사라져가는 별들의 삶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지금 보는 이 별들도 수십 광년 전에 빛을 보낸 것이니, 여전히 그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러고 보면 수억 광년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엄청난 수의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서 우리는 얼마나 아옹다옹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우주의 거대함과 신비로움에 새삼 경이로운 마음이 든다.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영월 시내의 밤 풍경도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기 전, 한반도를 그대로 옮긴 듯한 지형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선암마을로 향한다. 한반도 지형을 보려면 서면의 오간재 전망대로 가야 하는데 산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 올라가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를 쏙 닮은 선암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이룬 서강의 물줄기는 마을을 굽이쳐 흐르며 선암마을 변에 또 하나의 우리 땅을 만들어 놓았고, 은은하게 흐르며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만큼이나 영월은 내 기억 속에 일렁이는 선명한 추억을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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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poration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를 지나 원주를 지나기 전 만종분기점에서 남원주 방향의 중앙고속도로로 들어간다. 중앙고속도로 제천 IC를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 영월 IC로 빠지면 된다.

Sightseeing
곤충박물관
영월은 박물관의 고장이다. 이곳에는 호야지리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묵산미술박물관, 곤충박물관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15개의 박물관이 자리하며 올해 안으로 3개의 박물관이 더 개관할 예정이다. 그중에서 폐교를 리모델링 하여 개관한 곤충박물관은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설립자 이대암 교수가 30여 년에 걸쳐 채집한 국내외 곤충 1천여 종, 2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표본전시 외에도 살아 있는 곤충과 물속에 사는 수서 곤충을 만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북면 문곡리 604-1
개관시간 AM 10:00~PM 6:00    (동절기엔 PM 5:00까지, 월, 화요일은 휴관)
입장료 일반 3천 원, 청소년 2천 원, 초등학생 1,500원
문의 033-374-5888

선돌
영월읍 방절리, 소나기재 정산 부근에 서 있는 선돌은 영월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곳이다. 동강 래프팅으로 유명한 영월이지만, 영월의 서쪽 언덕을 끼고 도는 서강 역시 동강 못지않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데, 특히 절벽에 서 있는, 마치 칼로 쪼개다가 만 것처럼 윗부분이 갈라진 거대한 선돌의 바위틈으로 바라보는 서강의 경치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별마로 천문대
별을 관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시실과 영상강의실을 갖춘 교육관에는 유리로 된 천장을 통해 별을 감상하며 잠을 청할 수 있는 6실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산59번지 봉래산 정상
이용시간 4월~9월 PM 3:00~11:00(주말에는 AM 12시까지 연장)
　　　　 10월~3월 PM 2:00~10:00
휴관일 매주 월요일(5월 첫째 주에는 7, 8일 휴관)
천문대 이용료 성인 5천 원, 어린이 및 청소년 4천 원
교육관 이용료 성인 4만 원, 청소년 3만 5천 원(예약 필수)
문의 033-347-7460, www.yao.or.kr

다하누촌
주소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1238-4
가격 300그램 기준으로 생고기·육회 8천 원, 특반마리(등심, 제비추리, 토시살 등 부위별 모둠) 1만 4천 원, 꽃 등심 19, 500원, 상차림 1인당 3천 원
문의 1577-5330 www.dahanoo.com(서울사무실 02-478-7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