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ysian Country Club
제주가 품은 그린 골프 코스

돌이 많고 여자가 많고 바람이 많아 '삼다도'라는 별칭까지 얻은 제주이지만 이곳 엘리시안 컨트리클럽에서만큼은 예외다.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게 들어선 골프코스에서 여성 골퍼를 배려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오름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들어선 정갈한 페어웨이에서 바람과 돌의 자취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잠시 주춤해졌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클럽을 빼곡히 챙겨 넣은 골프백을 메고 진 채로 탑승수속을 기다리는 골퍼들의 모습은 인천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였다. 태국의 외진 섬으로, 말레이시아로, 필리핀 어느 해변으로 향하는 그들의 행선지는 다양했지만 결국은 동남아시아의 골프장으로 귀결되곤 했다. 원화 하락과 대륙을 막론하고 맹위를 떨치는 플루가 그런 움직임을 대번에 올 스톱 시킨 이후, 관심은 국내로 다시 돌아왔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는 그래서 요즘 더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오름 속에 탄생한 컨트리클럽 북제주군 애월읍에 자리잡은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Elysian Jeju Country Club) 역시 골퍼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회원제 27홀과 퍼블릭 9홀, 총 36홀의 초대형 골프클럽은 오름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 많기로 소문난 제주에서도 안정적인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사계절 내내 변함없이 그린이 유지되도록 퍼팅그린에 벤트그라스 잔디를, 페어웨이와 티잉그라운드에 켄터키 블루그라스를 식재하고 관리해 바다와 맞닿은 코스에서는 멀리 한림 앞바다에서부터 자연스레 이어지는 푸른 그린이 펼쳐진다. 하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그린이니 빼어난 뷰를 갖춘 지리적인 조건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이름난 휴양지에 자리 잡은 골프클럽에서도 필수적으로 챙기는 요건들이다.
화려한 외적 조건이나 세심하게 골퍼를 배려하는 다양한 부대시설이 골프클럽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미덕이라면, 저마다의 차별성을 부여하는 관건은 역시 코스에 있다. 넓게 펼쳐진 그린을 배경으로 간간히 벙커와 해저드가 나타나는 기본 구성물은 같지만 어떤 짜임새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른 묘미를 주는 코스가 완성되기 때문. 코스 디자이너 송호 씨의 손으로 탄생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의 콘센트는 '오름으로 둘러싸인 지형을 이용한 편안한 코스' 정도로 정리되겠다.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친환경적인 설계는 역시 환경과 자연의 조화를 먼저 고려하는 미국의 조경 디자이너 빌 벤슬리와 만나 대부분의 코스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고, 제주의 바다와 하늘, 그리고 자연을 최대한 품에 안게 되었다. 7개의 호수와 접한 레이크 코스를 비롯해 홀과 홀 사이에 울창한 자연림이 그대로 보존된 파인 코스, 한라산과 초원을 테마로 초원의 특성을 살린 캄포 코스, 한림 앞바다와 비양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 코스 등 나름의 개성을 담은 골프코스에서 라운딩을 하다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엘리시안에 담긴 제주의 자연을 만나게 된다.

해저드와 벙커의 묘미를 살린 레이크 코스 지형의 특색을 살려 4가지 테마로 구분한 엘리시안의 골프코스는 다양한 취향의 골퍼를 만족시킨다. 평탄하지만 굴곡이 많은 편인 넓은 페어웨이를 갖춘 캄포 코스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골퍼들이,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파인 코스와 한림 앞바다가 펼쳐지는 오션 코스는 여유 있는 라운드를 즐기려는 골퍼들이 선호하지만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레이크 코스다. 제주도의 특색이자 단점이랄 수 있는 강한 바람이 퍼팅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 하지만 골프코스를 감싸다시피 솟은 오름 사이의 분지에 터를 잡은 레이크 코스에서는 바람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아 샷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페어웨이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이어서 비기너나 여성 골퍼들이 이용하기에도 부담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레이크코스가 만만하기만 하지는 않다. 아름다운 뷰를 구성하는데 일조하지만, 그 자체로 장애가 되는 워터 해저드가 많기 때문. 코스를 가로지르는 3개의 메인 호수와 중간에 놓인 작은 호수들까지 무려 6개의 호수가 있어 오히려 난해한 편이다.
특히 레이크 2번 홀을 주시할 것. 제주도의 명물이 된 도깨비 도로처럼 골퍼들로부터 착시현상을 일으켜 무한 슬라이스를 불러오는 홀이다. 그저 직선으로 보이는 페어웨이가 시실은 오른쪽으로 휘어 있어서 차라리 왼쪽으로 보고 치는 편이 낫다. 눈에 보이는 대로 정직하게 쳤다가는 십중팔구 워터 해저드로 입수하게 마련. 5번 코스 역시 착시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4번 코스의 워터 해저드와 극히 좁은 틈을 두고 다른 해저드가 붙어 있을뿐더러, 페어웨이에 안착이 되어도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아 좀처럼 긴장을 풀 수 없는 곳이다. 파 4홀의 4번 코스 역시 만만치 않다. 코스 중간에 놓인 큰 워터 해저드와 페어웨이 왼편으로 연속되는 벙커를 피해 네 번의 파 만으로 400야드를 넘겨 홀 인하기가 보통 일은 아닐 터.
레이크 코스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코스는 550야드로 이어지는 파 5홀의 6번 코스. 페어웨이가 좁고, 코스 중간에 크릭이 있어 뷰는 아름답지만 골퍼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종 홀인원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니, 무작정 겁먹지는 말 것. 게다가 홀인원에 성공한 골퍼에게는 수트, 렉서스 차량, 왕복항공권, 여행상품권 등 홀마다 다양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탄생한 부대시설 165만 3천 여 평방미터(50만 평)의 대지에 들어선 엘리시안 컨트리클럽은 총 36개의 코스 외에도 동남아시아풍의 삼각 지붕에 유리외관을 갖춘 화려한 클럽하우스, 132.23평방미터(40평) 50세대와 188.43평방미터(57평) 8세대의 객실을 갖춘 골프텔 등 제주에서의 여유 있는 주말을 꿈꾸는 골퍼를 배려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유명 건축가의 작업 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조경 디자이너 빌 벤슬리가 설계한 벤슬리 가든을 앞에 두고,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골프텔 엘 스위트는 도큐 설계를 맡은 수석 디자이너 요시다 토시키요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한 객실 내에서도 두 개의 현관과 커넥팅 도어를 두어 필요할 때는 두 객실을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고 역시 그의 작품인 클럽하우스는 토목 건축 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골프텔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미한 실내 인테리어는 베르떼-포쉬의 작품으로, 그와는 상반되게 경쾌한 원색을 사용해 독특하게 디자인한 소파가 클럽하우스 로비에 놓여 있다. 정면으로 백남준의 작품이 비치된 베르떼 포쉬의 의자는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짧은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