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the Tradition
안성맞춤 놀이 한 마당, 얼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알립니다! 안성에서 매주 토요일, 바우덕이 남사당 풍물단의 공연이 열리는 것을 아시는지요?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줄타기와 입담 걸쭉한 재주꾼들의 흥겨운 놀이마당을 직접 보시고 싶은 분들! 안성으로 달려와 보세요. 우리 한 번, 흥겹게 놀아봅시다. 얼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햇볕 따뜻한 토요일 오후.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사이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놀이꾼들이 등장한다. “따라해 보세요. 얼씨구 절씨구 조오옿다!” 관객들은 이 신명나는 추임새를 따라 외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이 벌이는 신명나는 놀이마당으로 빨려 들어간다.
낮부터 저녁까지, 쉴 틈이란 없다
사물놀이, 접시돌리기, 재주넘기, 줄타기, 탈놀이 등 남사당 풍물단의 여러 재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연은 저녁이 되어야 열리지만 공연장 곳곳은 한낮부터 흥겨운 소리들로 넘쳐난다. 우선 찾아볼 곳은 우람한 나무와 풀로 둘러싸인 ‘숲속 공연장’이다. 이곳에서는 오후 3시부터 종목별 공연이 열리는데 덧뵈기(탈놀이, 첫째, 셋째 주), 안성 박첨지놀음(인형극, 둘째, 넷째 주), 살판(땅재주, 다섯째 주) 등이 진행된다. 기자가 안성을 찾았던 날은 덧뵈기 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덧뵈기는 각시와 시정잡배, 승려, 머슴, 양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탈놀이 공연이다. 공연의 키워드는 단연 ‘관객과의 소통’. 놀이꾼들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붙이고, 그들을 무대 속으로 불러들인다. 중간 중간 끼어드는 해학과 날카로운 세상 풍자에 속이 시원해지는 것은 물론, 슬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우리네 조상들의 놀이 문화는 사람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을 그려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저녁에 열리는 종합공연은 바우덕이 풍물단의 모든 재주를 한꺼번에 즐기는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의 포문을 여는 것은 줄타기 공연이다. 줄타기 재주꾼인 어름산이가 양반과 함께 풍자 가득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줄 위에서 온갖 재주를 부린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양반 역의 재주꾼이나 어름산이가 모두 어린 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양반이 저러니 나라꼴이 우습지”라는, 세태를 꼬집는 말들이 더욱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다. 그 신통방통한 재주와 배꼽을 쥐게 만드는 날카롭고도 걸쭉한 아이의 입담에 반해 관객들이 돈을 쥐어주는 일도 다반사. 돈을 주기 위해 공연 도중 때때로 무대 위로 올라가는 관객이나 그 광경마저 공연의 한 부분으로 녹여내는 것은 마당에서 펼쳐지는 우리네 전통 놀이가 아니면 보기 힘든 흐뭇한 풍경이다. 공연은 멍석 위에서 펼치는 어릿광대와 재주꾼의 땅재주 놀이인 ‘살판’과 막대, 담뱃대 등을 이용해 가죽 접시를 돌리거나 던지는 ‘버나놀이’, 어린 아이를 어깨 위에 태우며 노는 기예인 ‘무동놀이’, ‘상모놀이’ 등으로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마지막까지 관객들은 마당 안으로 끌어 들여지는데, 재주꾼들의 공연이 모두 끝난 후, 관객과 재주꾼이 함께 어우러지는 뒷풀이가 이어진다.
이 밖에도 낮 공연과 저녁 공연 사이에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교실이 문을 연다.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미리 예약(전화 예약시 12,000원, 인터넷 예약시 10,000원)하면 탈놀이와 풍물놀이, 버나놀이 등을 직접 체험하며 익힐 수 있다.
전설적인 인물, 바우덕이를 기억하다
사실 남사당패의 시초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워낙 적은 수의 문헌에 단편적으로 기록되어 있는데다가 그나마도 지배층에 의한 서술이어서 ‘풍속을 해치는 패륜집단’ 정도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로 조선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서민층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예인 집단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안성 바우덕이 남사당 풍물단은 이름에서 보여지듯 ‘바우덕이’라는 전설적인 인물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풍물단이다.
조선 후기에 안성에서 태어난 바우덕이는 안성 남사당패의 꼭두쇠-남사당패의 우두머리-였다. 주목할 것은 바우덕이가 여자라는 사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어 남사당패의 유일무이한 꼭두쇠가 된 것은 그녀가 탁월한 능력과 개성으로 전국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유명해진 그녀의 남사당패는 결국 당시 진행되던 경복궁 중건에 투입되기에 이른다. 힘든 일에 사기가 떨어진 백성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라는 흥선대원군의 특명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바우덕이가 공연을 할 때는 백성들이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얼쑤, 얼쑤’ 하며 신바람 나게 일을 했다고 하니 분위기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흥선대원군은 이 공을 높이 사, 당시의 사회 분위기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당상관 정삼품’이라는 높은 벼슬을 천민 집단인 바우덕이 남사당패에게 내렸다. 그 후 ‘바우덕이’라는 인물 명칭으로 불리게 된 남사당패는 전국 어디를 가나 최고의 기예 집단으로 대접을 받았으며 김복만, 이원보, 김기복 등으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그 맥을 잇고 있다.
사실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이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끊어졌던 끈을 다시 이은 것은 지난 2003년 4월. 바우덕이의 고향이자 남사당패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안성에서 남사당패를 다시 살리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안성시의 힘이 보태져 풍물단이 창단된 것이다. 그렇게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수해와 같은 천재지변에도 단 한 번도 공연을 쉬지 않았을 만큼 풍물단 단원들은 열정이 넘친다. 이런 그들의 노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고, 지금도 매주 토요일이면 1,500~2,000여 명의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남사당 놀이를 접할 수 있도록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전통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우덕이 풍물단은 해외에 남사당 놀이를 알리려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에 공연을 다녀왔고, 올 하반기에는 불가리아, 중국, 대만 등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공연장 주변으로 큰 규모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장터와 공예센터, 남사당 전용 실내 공연장 등으로 구성될 안성맞춤랜드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은 2010년 중순경에 완공될 전용 실내 공연장 오픈에 맞춰 현대를 배경으로 한 남사당 놀이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공연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단절되었던 문화를 찾아내 계승했던 것처럼 더욱 발전된 문화를 창조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안성 남사당 전수관 야외 공연장에서는 이번주 토요일에도 역시, 노래와 춤, 놀이와 재주, 사람과 대화가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놀이 한 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낮 공연은 3시에 시작하며 저녁 공연은 6시 30분(6월 20일~8월 29일은 7시)에 시작된다. 요금은 무료.
전통적인 남사당패 구성원
꼭두쇠: 패거리의 우두머리.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골뱅이쇄: 패거리의 2인자. 조선시대에는 마을에서 공연을 하려면 양반 사대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골뱅이쇄가 이를 담당했다.
뜬쇠 : 각 연희 분야의 우두머리. 상공운님(상쇠), 징수님, 고장수님, 북수님, 희적수님(날나리), 벅구님, 상무동님, 회덕님(선소리꾼), 버나쇠, 얼른쇠(요술쟁이), 살판쇠(땅재주꾼), 어름산이(줄꾼), 덧뵈기쇠(탈놀음), 덜미쇠(인형극) 등 14명 내외로 구성된다.
가열 : 뜬쇠가 이끄는 각 연희 분야의 보통 기능자.
삐리 : 기예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 뜬쇠들의 판단에 따라 적당한 놀이에 배정되어, 잔심부름을 하면서 기예를 익힌다. 가열이 되기 전까지는 여장을 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등짐꾼 : 연희에 쓰이는 장비를 운반한다.
* 현재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은 꼭두쇠와 뜬쇠, 상임단원, 비상임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