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 Racing
짜릿한 질주본능이 깨어난다

스피드 본능을 억누르지 못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과속딱지를 떼는 남자친구, 신분증이 필요할 때만 장롱에 넣어둔 운전면허증을 챙기는 여고동창,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증세를 호소하는 회사동료, 그리고 온라인게임도, 장난감도 자동차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 열 살짜리 조카까지. “얘들아, 카트 타러 가자~!”

카트를 타러 간다고 하자 뚜르의 포토그래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카트? 카트라이더에 그 카트요? 그걸 타는 곳이 있어요?” 그렇다. 카트라이더의 그 카트다. 그리고 그걸 타는 곳이 있다. 온라인게임처럼 물풍선과 바나나를 던질 수는 없지만, (아마 빠른 스피드에 던질 정신도 없을걸!) 온라인 속 카트가 커브를 돌 때면 내 몸도 따라 움직이곤 했던 그 속도감과 묘미를 실제로 느낄 수 있다. F-1 황제 슈마허의 기분이 궁금하다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카트 레이싱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쾌감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알고 보면 엄청난 꼬마 자동차
카트 경기장에 들어서자 낮은 차체에 뚜껑도 없이 뼈대만 앙상한 꼬마 자동차가 신나게 서킷을 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온라인게임에서 보던 귀여운 카트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만만하게 여긴다면 곤란하다. 자동차의 기본적인 핵심부품으로만 이루어진 카트는 일반 레저용의 경우에는 시속 60킬로미터, 경주용은 13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를 내는데, 오픈형인데다가 차체가 워낙 낮아 온몸으로 자동차의 스피드를 느끼기 때문에 실제 느끼는 체감속도는 2배 가까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포뮬러를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미니 포뮬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카트는 포뮬러 원(F-1) 등 국제적인 자동차 경주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기본코스로 각광받는 모터스포츠다. F-l의 영웅인 미하엘 슈마허를 비롯해 전설의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나이젤 만셀, 폴 트레이시 등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수많은 드라이버들도 어릴 때부터 카트로 레이싱의 기본 실력을 다졌다고. 카트의 역사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기술자 아트 잉겔스(Art Ingles)와 루 보텔라(Lou Bortella)가 파이프 프레임에 잔디깎기용 엔진을 얹어 만든 것이 시초로, 1957년 최초의 카트 클럽인 ‘고 카트(Go Kart) 클럽’이 탄생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10여 년 전에 처음 소개됐는데, 유럽이나 이웃나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경기장 또한 많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한 번 타면 푹 빠져들 만큼 매력을 지닌 스포츠가 바로 카트 레이싱이다.

나는야 카트라이더
카트 레이싱을 체험하기 위해 찾은 곳은 파주 파평면에 위치한 스피드파크다. 스피드파크는 전장 1.2킬로미터 국내 최장 카트 전용 서킷을 갖춘 곳으로, 초보자용부터 선수용 카트까지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카트 레이싱 외에도 어린이 레이싱 체험, 교통안전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카트 레이싱을 즐기려면 먼저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카트에는 레저용인 레저 스포츠 카트와 경기용인 레이싱 카트의 두 종류가 있는데, 출력이 높은 2사이클 엔진을 장착하고 가벼운 차체를 지닌 레이싱 카트는 그 속도가 상당해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지만, 낮은 출력의 4사이클 엔진을 사용하는 레저 스포츠 카트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추고, 액셀을 밟으면 앞으로 나가는 원리만 알면 남녀노소 누구나 면허 없이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조작은 간단하다. 자리에 앉아 다리를 뻗으면 왼쪽이 브레이크, 오른쪽이 액셀 페달이고, 복잡한 기어조작도 필요없다. 핸들링은 1:1구조로 이뤄져 있어 일반 자동차에 비해 핸들이 무거운 것이 특징. 차체가 낮아 전복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정해진 코스에 따라 한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에 운행 중 무리하게 정차하거나 카트를 이탈하지만 않으면 안전 또한 문제 없다.
교육이 끝나면 헬멧을 쓰고, 드디어 출발! 액셀 위에 얹은 오른쪽 발에 힘을 주자 서서히 카트가 앞으로 나간다. 속도감을 익힐 요량으로 천천히 서킷을 도는 것도 잠시, 3랩을 돌 때쯤 되자 있는 힘껏 액셀을 밟고 달리면서 엔진의 소음과 커브를 돌 때마다 들려오는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를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낮은 시야,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없어 온몸으로 전해지는 노면과의 마찰, 코너링 시 한쪽으로 몸이 쏠리는 아찔함,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듯한 쾌감까지.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순간,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스피드의 갈증을 해소하다
단 10분. 나에게 주어진 질주의 시간은 10분이다. 안다. “겨우 10분?”하고 반문할 것이라는 걸. 기자도 처음에는 너무 짧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스피드를 온몸으로 지탱하면서 10분간 7~8랩을 주행하고 나면 옆구리가 욱신거리고, 손과 발이 파르르 떨릴 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실제로 카트 레이싱은 팔과 악력, 목, 가슴 근육을 많이 사용해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체감속도가 빨라 주행 시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 마음껏 속도를 높여 달리고 난 뒤에 오는 스릴감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운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차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는데, 실제로 카트 레이싱을 즐기고 나서 운전면허를 딴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어린이의 경우에는 자동차 원리와 교통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가족 단위로 찾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마음속에 속도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 질주의 본능이 꿈틀댄다면, 그래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짜릿한 스피드와 함께 날려보내고 싶다면 당신에게 카트 레이싱을 처방하는 건 어떨까? 단, 잠들어 있던 스피드 본능이 깨어나는 순간 카트의 매력을 넘어선 마력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터이니 주의할 것! 그리고 또 한가지, 카트 레이싱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유로에서의 스피드업은 금물이다.

피노카트 레이싱팀 소속의 드라이버 서주원 선수와 김택준 선수가 말하는 카트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꿈
Q. 카트를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고 계기는 무엇이었나?
A. 서주원 선수(이하 서) : 1년 3개월 정도 됐다. 캐나다 유학시절에 우연히 F1 경기를 보게 됐는데, 짜릿한 속도감에 반해 카트를 시작하게 됐다.
김태준 선수(이하 김) :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를 따라서 처음으로 카트를 탔다. 재미있었고, ‘나도 차를 타고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구나.’하는 매력을 느끼게 됐다. 본격적으로 선수로 활동한 것은 8개월 전이다.

Q.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A. 김 : 조금 걱정은 하셨지만 큰 반대는 없었다. 사실 카트는 그리 위험한 스포츠가 아니다. 지금은 부모님 모두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다.

Q. 레이싱을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A. 서 : 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

Q. 앞으로의 목표는?
A. 서 : 내년에 열리는 포뮬러 BMW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국 최초 F-1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 : 올해와 내년에는 카트 대회를 준비하면서 기량을 쌓을 생각이다. 그리고 포뮬러 BMW 스칼러십, F-3을 거쳐 최종에는 F-1까지, 차근차근 도전할 것이다.

서주원 선수는 지난 6월 파주 스피스파크에서 열린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KCC) 6전 로탁스 맥스 클래스(Rotax Max Clss, 배기량 125cc)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로탁스 맥스 부분 최연소 챔피언으로 등극한 실력파다. 김택준 선수 역시 8개월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야마하 클래스(Yamaha Class, 배기량 100cc)에서 3위를 차지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의 어린 선수들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F-1 선수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힘찬 도전을 계속하는 이들. 두 선수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피노카트 레이싱
2005년 창단한 팀으로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공인 카트 팀이다. ‘피노(PINO)’는 ‘Power In Nonstop Ourselves’의 약자로 ‘내 안의 멈추지 않은 강렬한 열정’이라는 뜻. 현재 6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으며 동호회 형식의 클럽팀을 운영, 매월 1회 이상 일반인도 함께 카트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문의 cafe.naver.com/racersacame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