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낭만적 이동, 오토캠핑 시대
What about auto camping? 

민족 대이동이 명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집을 축소해 차곡차곡 차에 싣고 자연을 향해 달린다. 이 대열에 합류하고픈 사람들을 위해 오토캠핑의 키와 몸무게를 보고한다. 지켜본 바, 가족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 이동은 가히 낭만적이다.

국민 소득 2만 불이 넘으면 오토캠핑의 시대가 찾아온다고 한다. 2007년부터 움직임을 시작한 오토캠핑의 시대는 드디어 표면에 드러났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캠퍼들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던 사람들도 ‘1박 2일’이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여파 때문인지 그 고생을 자처하고 나섰다.
밖에 나가 텐트 치고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일 뿐이라 여겨지던 캠핑.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은 자연을 향한 회귀 열망이자 개인 여가로 가족간의 거리를 형성했던 가장들의 뉘우침, 지형을 훼손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산수를 누리려는 진보된 국민성이었다. 거기에는 과시욕보다 성취감이, 이기심보다 협동심이 있었다. 체계적인 캠핑으로 전국 여행자들의 역마살을 부추기는 오토캠핑을 조명한다. 

입문자를 위한 캠핑 기본 정보
캠핑에 매력을 느끼지만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은 다음의 정보를 참고하자. 캠핑에 정답은 없지만 왕도 역시 없다. 군필자도 자만하지 말 것.

캠핑에 필요한 기본 준비물
캠핑이 체계화되면서 캠핑 장비의 종류는 무한 증식 중이다. 돗자리와 텐트, 코펠만으로 야영을 하던 때는 가고 고급 철제 테이블과 파이어 러그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왔다. 요즘 캠핑족들은 집을 떠났다고 해서 취미나 기호를 포기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핸드 드리퍼, 스피커 세트, 심지어 꽃병까지 챙긴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텐트, 침낭, 테이블과 의자, 주방 도구, 랜턴 등을 갖추면 된다. 우선 텐트는 가족 구성원에 따라 입식으로 꾸밀 지 좌식으로 꾸밀 지 정하고 돔이나 캐빈 등의 모양을 선택한다. 침낭 또는 매트리스는 보온성과 무게, 재료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므로 기호에 맞게 고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야전 침대나 해먹을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 요리를 책임지는 캠핑 스토브(일명 버너)는 연료에 따라 휘발유와 가스 스토브 중 선택하며, 난방까지 해결할 수 있는 화로를 덧붙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테이블. 가장 단순한 구조를 지녔지만 의외로 선택이 어려운 것이 테이블이다. 크기와 폴딩 형식은 비슷비슷하지만 작은 차이로 캠핑의 질 전체를 변화시키기 때문. 수납이 잘 되고 튼튼하며 이음새가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구입 후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예쁜 테이블보로 장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본 아이템을 포함하여 캠핑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300만 원에서 1천만 원 사이다.

좋은 캠퍼가 되기 위한 에티켓
캠핑은 일상 탈출의 주요 수단일 뿐 방종을 만끽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캠핑장의 특성상대부분의 생활이 노출되는 만큼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우선, 캠핑장에서는 남도 가족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부족한 물건은 빌리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나누기도 하는 것이 캠핑장의 흔한 풍경이다. 따라서 캠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면 캠핑 에티켓의 절반은 갖춘 셈. 여기에 밤 10시 이후에는 떠들지 않기, 공동 시설 깨끗하게 사용하기, 너무 많은 공간을 확보하여 주변 캠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등이 주된 에티켓으로 꼽힌다. 그리고 하나 더, 캠핑의 참된 의미는 자연에 다가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생산한 쓰레기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자.

겨울철 캠핑 시 주의점
한 겨울 눈 속을 누비는 스노캠핑이 캠퍼들의 로망이라고 하지만 초보 캠퍼에게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월동 장비와 화재에 대한 대비, 그리고 폭설이나 강추위라는 위험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내 난방. 실내에서 가스를 활용한 연소 기구나 높은 전력을 요하는 제품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전력 과부하로 다른 캠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기 부족에 따른 질식은 죽음까지 초래할 수 있다. 차에는 체인 등 겨울 용품을 구비해 두고 폭설 시에는 텐트에 눈이 쌓여 무너지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한다.  

캠핑은 어디에서 하나 
현재 전국에는 약 100여 개의 캠프장이 있으나 캠퍼들의 수요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의 난지캠프장, 가평의 자라섬캠핑장과 전곡의 한탄강캠핑장, 춘천의 중도관광리조트 등이 유명하다. 특히 자라섬 오토캠프장은 FICC 가평세계캠핑대회 행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작년 6월 250억 가량을 들여 개장한 것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밖에 지리산, 덕유산, 백양사, 오대산, 양양, 영월 등에 캠프장이 있다. 지자체는 골프장 건설보다 캠핑장 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캠퍼들의 전시장, 부엉이 오토캠핑 전국 대회 얼마 전 상암동에서 7천여 명이 참여한 캠핑 페스티벌이 있었다. 소규모 레저였던 캠핑의 급격히 성장한 것에 놀라던 차, 이와 비슷한 패밀리 대회가 있어 다녀왔다. 커뮤니티와 쇼핑몰을 통해 캠핑 활성화를 모색해 온 오토캠핑(www.autocamping.co.kr)에서 주최한 ‘부엉이 패밀리 전국 오토캠핑 대회’.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자라섬오토캠핑장에서 600여 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대규모 행사였다.
전국 대회는 심심할 틈 없이 알차게 구성되었다. 캠핑교실부터 장비 경매, 벼룩시장, 가족사진 전시, 비빔밥 만들기, 운동회, 부엉이 콘서트 등 부모와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이 적절하게 배분됐다. 지난 2004년 10월에 시작해 올해로 11회째(매년 5월과 10월에 진행한다)를 맞는 이 대회는 ㈜아우토반디자인하우스의 박성호 대표가 고안한 것이다. 외국을 다니며 접한 오토캠핑 문화를 국내에 전파하기 위해 커뮤니티 회원을 중심으로 릴레이 캠핑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대규모 대회로 발전했다. 행사와 더불어 지금까지 매주 소규모 캠핑이 이어졌으며, 회사 측에서는 횟수에 따라 회원들에게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등으로 이름 붙인 문패를 증정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홍혜선 부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반응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캠핑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마 캠핑의 마력 때문인 것 같아요. 어떤 캠퍼가 한동안 캠핑을 떠나지 않는다면 그건 질려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일 거예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급할 것 없잖아요 솔직한 심정으로, 캠핑장에 가면 모든 캠퍼들이 웃음으로 환영할 줄 알았는데 정작 그들은 취재진 따위에 관심도 없었다. 각기 자신만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고 타프(텐트 앞에 치는 천막)를 건드려도 몰랐다. 그러나 다음 날 사이트를 너덧 바퀴 돌며 사람들과 눈인사를 했을 때 사람들은 흔쾌히 자신의 텐트로 초대하고 차를 대접했다. ‘어제도 왔었는데 왜 몰라주나’며 칭얼거렸더니 한 캠퍼가 답한다. “급할 것 없잖아요.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캠프장에서마저 조급하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은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건 오히려 이쪽이었다. 캠퍼들은 그렇다. 텐트나 타프 설치에 시간이 많이 걸려도 짜증을 내기보다 그 시행착오의 과정들을 천천히 즐긴다. 행사가 끝나 동시에 자리를 뜨는 상황에도 교통 체증을 두려워하며 서두르지 않는다. 30분만에 식사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일상의 날들을 충분히 보상받으려는 듯 천천히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그 모든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캠핑 대회를 지켜보며 기자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레저에는 흥미의 유효기한이 있다. 캠핑은 평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