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recial Attractions of Riding
말(馬)에게 말(言)걸기

‘따그닥따그닥’, 리드미컬한 말발굽 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자연을 내달리는 힘찬 모습의 말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말의 기상 넘치는 늠름함과 신체적·정신적 발달의 탁월한 효과, 여기에 자연 속에서 동물과 교감하는 유일한 스포츠라는 묘미까지. 승마에 매료되지 않을 자, 누구인가?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에요.” 베르아델 승마클럽의 서주형 수석코치는 말을 달릴 때의 기분을 이렇게 전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승마에는 다른 어떤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승마만의 매력이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 이는 승마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매력을 갖추지 않은 레저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은 유독 이 부분을 강조한다. 문득, 이 애매모호한 말의 의미를 직접 깨닫고 싶어졌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을 만끽하고 싶어졌다.

데미안과의 첫 만남 차가운 겨울바람을 따라 밀려오는 비릿한 바다내음을 가르며 달린 지 1시간 남짓, 서해안 대부도에 자리한 베르아델 승마클럽에 다다랐다. 그들이 강조하는 승마만의 매력을 찾기 위한 장소다. 베르아델 승마클럽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마장을 비롯해 야외 잔디마장,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등을 갖춘 클럽으로, 현재 베르아델 승마클럽이 들어선 장소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고등승마술을 훈련하고 최상등급의 승용마를 조련시킨 최고의 승마시설이 자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추운 날씨 탓에 야외 마장은 조용했지만, 거대한 규모의 실내 마장에는 바깥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마를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실내 마장은 자외선 차단 UV 코팅의 특수 유리로 만들어진 돔 형태로, 내부에는 110개의 마방과 국제 규격을 갖춘 마장마술, 트랙이 갖춰져 있다. 기품이 느껴지는 시설에 걸맞게 이곳에 있는 53필의 말 또한 최고급을 자랑한다. 흔히 은퇴한 경마용 말을 승마용으로 쓰는 것과 달리 이곳의 말은 1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독일산 정통 승용마로, 늠름한 체격과 온순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말을 처음 타보는 사람들을 위해 승마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분간 말 위에 올라 마장 체조를 하고 말을 다루는 방법을 간단히 배우는 시간으로, 승마 초보인 기자에게도 체험 시간이 주어졌다. 기자와 짝을 이룬 말은 데미안이라는 이름의 녀석. 온순한 인상과 갈색 빛의 털에서 윤기가 흐르는 첫인상이 썩 마음에 든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서자 생각보다 너무 높은 탓에 덜컥 겁이 났다. 기자의 표정을 읽었는지 코치는 말을 탈 때는 최대한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말은 제 방귀 소리에도 놀랄 만큼 섬세한 동물이기 때문에 기승자가 긴장하면 말도 불안감을 느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칭찬은 말을 달리게 한다 승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먼저 등자(안장에 부착된 보조 용구로 발을 디딜 수 있는 발판) 끈의 길이를 조절하고 왼발을 등자에 끼운다. 왼손으로는 고삐와 갈기를 함께 잡고 오른손으로는 안장의 뒷부분을 잡은 후 발을 굴러 안장에 올라탄다. 고삐와 갈기를 잡은 손을 유지한 채 타자마자 오른발을 등자에 끼워야 하는데 이때 발볼이 가장 넓은 1/3부분이 등자에 걸리도록 해야 한다. 어깨와 골반이 일직선이 되도록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시선은 정면 45도, 허벅지와 종아리는 최대한 말의 몸통에 밀착한다. 어깨부터 허리, 발뒤꿈치까지 수직으로 일직선이 돼야 한다는데 그대로 하려니 발목이 꺾이듯이 아프다. 평소에 다리를 꼬고 앉거나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는 등 좋지 않은 자세 탓에 몸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삐를 잡은 팔꿈치는 옆구리에 붙이고 고삐를 너무 당기지도, 늘어지지도 않도록 가볍게 당겨 쥔다. 준비를 마치면 천천히 걷는 평보를 시작한다. 말을 출발시키려면 왼발 뒤꿈치로 말의 배를 살짝 눌러주면 되며, 멈추고 싶으면 고삐를 몸쪽으로 당기면서 어깨와 허리를 뒤로 젖히면 된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 고삐를,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 고삐를 살짝 당긴다.
이때 말과의 교감은 승마에 있어서 절대 종목이다. 말을 타면서도 수시로 이름을 부르며 목덜미나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기에 말을 걸어본다. “데미안, 잘했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데미안과 부쩍 친해진 기분이다. “승마는 살아 있는 동물과 함께 하는 유일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름을 불러주고 칭찬해주면서 말과 친해지는 것이 승마의 첫 번째 조건이죠. 내가 말 위에 군림하면서 조종한다는 생각보다는 말과 함께 한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서주형 수석코치는 말과의 대화를 강조하며 당근이나 사과 같은 먹이를 챙겨오면 말과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자연 속 바람을 가르는 묘미 바른 자세가 중요시되다 보니 승마가 자세 교정에 좋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장 운동이 활발해져 변기가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자궁운동으로 여성에게 탁월한 운동 효과가 있다. 단순히 고삐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으로 말을 콘트롤 해야 하기 때문에 전신의 근육이 고루 발달해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탄력 있는 몸매를 가꾸는 데도 좋다. 신체적인 운동이 전부가 아니다. 살아 있는 동물과 교감을 하는 스포츠인 만큼 정신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승마장에서 만난 한 40대 중반의 여성 회원은 심리적인 안정을 얻기 위해 승마를 시작했다고 한다. 말을 타면서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꼭 말을 타지 않아도 말과 교감하다 보면 우울증 증세가 완화된다며, 수면장애나 신경과민, 우울증에 시달리는 갱년기 여성들에게 승마를 권했다. 또한 정신지체, 발달장애, 자폐아 등 특수아동의 신체·정서 발달에도 효과가 있어 이들을 위한 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승마는 느리게 걷는 평보에서 시작해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의 중간 단계인 속보, 시속 20~30킬로미터로 뛰는 구보, 경주마처럼 시속 70킬로미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습보 등으로 단계가 구분된다. 약 20회 정도 말을 타야 코치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말을 탈 수 있으며 50~60회 정도 돼야 구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1년 정도의 경험이 쌓이면 비로소 승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외승을 즐길 수 있다. 교감을 통해 완벽한 일체감을 이룬 말과 함께 자연으로 내달리는 기분,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람을 가르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전해지지 않는가? 짧은 시간이지만 데미안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처음 말에 오르기 전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나도 말을 타고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승마만의 매력’이란 바로 나만의 든든한 친구를 얻은 듯한 지금의 기분을 두고 한 말이리라. 망설이지 말고 말에게 말을 걸어보라. 말과 교감을 이룬 순간, 그가 당신을 ‘구름 위를 떠다니는 세계’로 초대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