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의 마드모아젤, 몬트리올
Montreal

지난 해,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나는 몬트리올로 여행을 떠날 여름을 손꼽아 기다렸다. 야간버스를 타고 찾아간 그곳은 맑고 높은 7월의 하늘과 다양한 축제들로 가득차 있었다. 북미대륙의 마드모아젤, 몬트리올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토론토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중 아직은 겨울인 4월(이곳의 4월은 봄이라 해도 섭씨 0도 안팎을 맴도는 겨울 날씨다)에 오타와와 몬트리올, 퀘벡으로 2박 3일간의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짧은 여행은 결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을 손꼽아 기다렸다. 몬트리올에 다시 가기 위해.

봉쥬르~하우아유?
몬트리올이 캐나다의 일부라고 해서 영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몬트리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물론 퀘벡처럼 프랑스어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먼저 "봉쥬르"라며 미소 띈 인사말을 건네면 조금은 친절을 배로 베푸는 것이 몬트리올 사람들이다.
친구와 함께 야간버스를 타고 몬트리올로 향했다. 몬트리올의 여름은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따뜻한 햇살이 머무는 이곳의 7월은 맑디맑고 높디높은 하늘 아래 다양한 축제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금요일에는 몬트리올 시내 한복판을 순회하는 컬쳐 퍼레이드가 있었는데, 다민족국가인 만큼 이 퍼레이드는 무척 큰 행사다. 매력적인 몸매의 흑인들이 자신들의 음악성을 뽐내기도 하고, 화려한 옷차림의 인도 사람들이 춤을 추며 걸어가기도 했다. 야간버스를탔던 탓에 잠을 제대로 못자 비몽사몽이던 나와 친구는 이 흥겨운 광경에 순식간에 잠이 깨버렸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퍼레이드가 진행되던 때에 비바람이 몰아쳐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우리는 퍼레이드 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 불꽃 축제. 6개월 동안 배운 영어 중 기억에 남아있던 감탄사는 다 나왔던 것 같다. "와우, 잇츠 골져스, 어썸, 어메이징!" 정말이지 내 생애 그런 불꽃 축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매해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 축세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그날 몬트리올에서 본 장엄하고 화려한 불꽃들의 향연은 여의도 불꽃 축제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곳에도 "Ice~Beer~"라고 소리치며 주전부리를 파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는 여름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맥주 한 잔을 즐기며 불꽃을 만끽했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여기가 천국이지, 암!'
일요일에는 재즈 페스티벌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몬트리올 다운타운 곳곳에서 재즈 공연이 열렸고, 가는 장소마다 재즈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과 CD, 기념품이 널려 있었다. 고양이가 재즈를 연주하는 모양의 캐릭터 간판을 만났을 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도 느껴졌다. 마침 캐나다의 세일기간이었던 7월이라 저렴한 비용으로 쇼핑을 즐길 수 도 있었는데, 8시가 되도 해가 지지 않는 다운타운에서 쇼핑을 마친 친구와 나는 상점 앞 계단에 앉아 한없이 재즈 음악을 감상했다. 재즈 음악의 감미로움을 새롭게 느끼면서.

Old,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무한한 즐거움
햇빛 쨍쨍한 토요일, 우리는 올드 몬트리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여유롭게 그곳으로 향했다. 올드 몬트리올은 현대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오래된 건축물들과 따사로운 햇살이 풍기는 몬트리올 향기에 심취해 힘든줄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만난 것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우아한 상점들과 거리의 화가들, 우리에게 손짓하는 마부들이었다. 우리는 또 재미있는 길거리 공연가도 만났다. 북미지역 어디를 가나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지만, 누구나 재미있는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 재미있는 길거리 공연가를 만났다.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엉성한 폼으로 공 던지기를 하던 그의 영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재치있는 입담으로 관중을 모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관중들이 불어났는데, 우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의 공연에 빠져 있었다. 어린이 관중을 초대해 재미를 주는가 하면,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우리는 무의식 중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러댔다. 조직생활이 아니고서야 누가 잚은 근육맨들을 자기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까. 그는 재력이 아니라 재치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들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1달러, 5달러, 10달러 등 자신들이 공연을 즐긴 만큼 값을 치뤘는데, 나 역시 10달러를 줘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학생 입장인 나는 1달러밖에 꺼낼 수 없었지만, 나의 몬트리올 여행을 더욱 빛내준 공연 값이 너무 저렴해 미안한 생각이 가득했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어주었다.

보트카를 타보셨나요?
지상에서는 버스이지만 물 위에서는 배가 되는 보트카를 아시는지. 캐나다 대부분의 관광지에서는 보트카를 볼 수 있는데, 캐나다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단지 우스꽝스러운 버스로 인식할 뿐 그것이 보트카인지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그랬던 것처럼. 올드 몬트리올을 한참 걷다가 잠시 잔디밭에서 쉬던 친구와 나는, 이번만큼은 그 우스꽝스러운 버스를 꼭 타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보트카는 시티투어를 제공하는데, 한시간 반 정도 올드몬트리올을 순회한다. 물론, 성 로렌스 강을 따라 몬트리올을 감상할 수 있는 크루즈 투어도 포함된다. 유람선까지 태워준다는데 마다할 내가 아니었다. 보트카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 티켓을 끊으러 갔는데, 바로 다음 시간대의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다. 보통을 빨리 매진되어 다음 시간대 티켓을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운이 좋았던 것이다. 티켓의 가격은 국제학생 카드 할인을 받아 캐나다 달러로 36달러, 한국 돈으로 3만원 정도였다. 30분 정도 기다린 후 우리는 보트카를 탈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엽고 깜찍한 보트카를 탄다는 사실에 우리는 무척 들떠 있었다.
탑승시간이 되자 단정한 복장에 매너잇는 모습으로 가이드 아저씨가 나타났다. 겉보기에도 친절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보트카를 타고 나서는 아저씨의 가이드 실력에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사용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한 우리들조차 아저씨의 말과 행동에 웃음을 멈출 틈이 없었다. 우리 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 역시 보트카를 신기해 했고, 어떤 어린이들은 엄마에게 보트카를 태워달라고 보채기도 했다. 차 안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몬트리올을 향한 향수
아직도 나는 몬트리올에 채워져 있던 그 생생함을 잊을 수가 없다. 여전히 맑고 향긋한 자연, 센스 넘치는 사람들, 그리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몬트리올이 끊임없이 내머릿속에 채워져 있다. 언젠가 나는 또 다시 그곳으로 떠날 것이다. 이번에는 보지 못한 마드모아젤의 새로운 모습들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