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live I Can Fly
날아올라, 저 하늘!

날고 싶다, 푸른 하늘이 눈부신 날 날아가는 새를 보면 감춰져 있던 욕망이 꿈틀댄다. 날고 싶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몇 시간씩 갇혀 있다 보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날고 싶다, 마감의 압박에 쫓기는 지금 이 순간 뻥 뚫린 공간을 가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안 되겠다, 날아야겠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늘을 날기로 한 날’, 하필이면 눈이 펑펑 내렸다. 눈 오는 날은 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게 일주일을 기다렸다. 다시 날기로 한 이틀 전날 밤, 또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날겠다는 꿈은 꿈으로 끝나려나? 하지만, 내 간절함이 통했다. 당일 아침, 약간 쌀쌀하지만 하늘은 화창했고 날아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신나는 마음으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비행스쿨 에어로마스터에 도착했다.

경량비행기에 도전하다
비행장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모형 비행기 같은(물론 그보다는 조금 큰) 자그마한 경량항공기 몇 대가 나란히 서 있다. 아무리 경량비행기라지만 그래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인데, 생각보다 작은 기체에 ‘어? 나 저걸 타고 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살짝 든다. 하지만, 이내 활주로 끝쪽에서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경량항공기 한 대가 하늘을 향해 가뿐히 떠오른다. “우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경량항공기란 기체와 연료, 사람의 무게를 합한 총이륙 중량이 600킬로그램 이하의 2인승 항공기를 말한다. 이전에는 총중량 225킬로그램 미만의 2인승 항공기를 초경량항공기라 불렀는데, 얼마 전 중량에 여유를 두면서 자체중량 115킬로그램 초과, 총이륙 중량 600킬로그램 이하는 경량항공기로 분류하고 있다. 레저용으로 즐기는 비행기이지만, 에어로마스터에서 초보자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비행기인 빙고503(이탈리아 산)의 경우, 연료를 가득 채우면 5시간까지 날 수 있다고 한다. 순항속도는 시속 140킬로미터, 3시간이면 제주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날고 싶다는 꿈이 이뤄지기 직전이다.

무한한 자유, 한없는 평화
오늘 기자의 꿈을 이뤄줄 이는 에어로마스터의 박문수 교관이다. 비행조종사가 되고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때마침 터진 IMF로 조종사 채용 인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귀국을 해야 했고, 이후 경량항공기 교관으로 변신, 2001년 에어로마스터를 창설하고 체험비행이나 비행교육을 통해 기자처럼 날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고 있다.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박 교관의 옆자리에 앉아 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드디어 경량항공기에 시동이 걸리고 예열을 마치자 항공기의 몸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전해진다. 잠시 후 항공기는 활주로 앞에 멈춰 서더니 “자, 이륙합니다.”라는 박문수 교관의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달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붕’하고 하늘로 뜬다. ‘날았다!’, 꿈이 이뤄진 순간이다. 항공기는 시속 120킬로미터로 날아 하늘로 향한다. 일반 비행기는 덩치가 커서 하늘을 날고 있는지조차 느끼기 어려운 데 비해 경량비행기는 기류에 민감해 비행이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만큼 쾌감과 스릴이 넘치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으냐는 걱정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박문수 교관은 경량항공기는 공중에서 엔진이 꺼져도 특유의 활공성능으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어 안전수칙만 준수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땅에서 바퀴를 뗀 항공기가 하늘을 향할수록 점차 시야가 넓어진다. 그리고 조금 전 옆으로 스쳐갔던 세상은 발아래로 펼쳐진다. “이야!” 탄성이 이어진다. 교통체증도 없고 앞을 가로막는 건물도 없이 뻥 뚫린 하늘을 가르는 기분, 세상을 발아래 둔 이 느낌. 그토록 날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괜한 욕심이 아니었다. 무한한 자유로움에 도취해 한껏 상기되었던 기자가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자 박 교관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경관을 가리킨다. “저 산너머 보이는 곳이 안산시고 왼쪽은 송도 신도시에요. 발아래는 시화호 갯벌이었던 곳이죠.” 그리고 조종간(비행기를 조정하는 장치)을 왼쪽으로 돌리자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저 뒤에 섬은 제부도고, 앞에 큰 섬은 대부도입니다. 그리고 저기 뒤쪽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 보이세요? 그곳은 충남 당진이에요.” 맑은 날에는 서울 63빌딩과 서울타워, 인천공항까지 보인다고 한다. 땅에 있을 때는 짜증 나는 일도, 스트레스받는 일도 숱하게 많았는데,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한없이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날고 싶은 자들이여, 도전하라
옛 속담에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했던가. 잠깐의 체험비행을 마치고 나니 조종간이 잡고 싶어진다. 실제로 체험비행을 왔다가 조종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량항공기를 조종하려면 반드시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자격증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져 있으며 17세 이상이면 응시가 가능하다. 에어로마스터에서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비용은 400만 원. 이론교육을 비롯해 실기시험의 자격조건인 20시간 비행경력이 포함된 것으로, 주말을 이용해 교육을 받을 경우 3개월이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비행기 조종이라 꽤 까다로울 것 같지만 경량항공기는 비교적 가볍고 조종성이 좋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조작원리 또한 생각보다 간단하다. 조종간을 앞으로 밀면 기체가 하강하고, 뒤로 당기면 올라간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싶으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스틱을 돌리면 된다. 다만, 조종간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침착성과 섬세함이 요구된다.
취미로 RC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직접 타보고 싶다는 생각에 경량항공기를 시작했다는 한 회원은 자동차는 도로가 있어야 달릴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비행기는 하늘로 오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점이 경량항공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아마 이곳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빠져들지 몰랐을 거에요. 하늘을 나는 묘미를 느끼고 나면 다들 마니아가 되죠.” 옆에 있던 교육생이 한마디 거든다.
비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들로 꽉 막힌 도로가 다시금 하늘을 그립게 한다. “언젠가 도로가 포화상태가 되면 경량항공기를 타고 다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에어로마스터의 교육생이 했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에어로 마스터
2001년 문을 연 에어로마스터는 자가용 항공기 25대를 비롯해 총 28대의 경량항공기가 있다. 교육비행, 체험비행은 물론 매년 가을, 경량비행기 비행 페스티벌을 개최, 다양한 항공기 전시와 기종별 시범 비행, 곡예비행 에어쇼 등을 볼 수 있다. 체험비행을 원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삼존리 622-13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IC에서 306번도로(대부도, 남양 방향)를 이용한다. 비봉IC에서 15분 정도 가다가 구리섬 휴게소를 지나 우회전한 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입구까지 가면 비행장이 보인다.
이용요금 체험비행 15분 코스 5만 원, 30분 코스 10만 원, 60분 코스 20만 원
         비행교육 이론 및 실기 20시간 400만 원, 항공기 대여 시간당 15~17만 원 선
문의 031-356-2023 www.aeromast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