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봄꽃향기 따라 경마장 소풍가자
Spring Flower Festival at Horse Race Park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그 꼬리를 내린다. 어디선가 봄꽃 화사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진해군항제, 제주 유채꽃축제 등 전국 방방곡곡의 이름만 들어도 향기로운 꽃 축제들이 움츠렸던 마음을 달뜨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찾는 경마장에서도 화사한 봄의 꽃축제를 만끽할 수 있다.

온갖 미사려구로 치장된 봄축제 이야기를 듣고 충동에 휩싸여 먼 길을 나섰다가 낭패를 본 경험을 한 두 번쯤 가지고 있으리라. 흐드러지게 핀 꽃들로 장관을 이루었다는 유명한 곳에 가려고 하면 오가는 데만 하루 반나절을 다 보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막상 도착해서는 사람 구경으로 지치고 만다. 아무리 꽃보다 아름답다지만 사람만 기억나니 제대로 꽃구경 다녀왔다고 하기 겸연쩍을 정도다. 주변 물가는 여름철 피서지처럼 왜 이리 비싼지 집에 있을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도대체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쳐야 조상들이 상춘곡을 만들어가며 만끽했던 봄나들이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까.

경마공원엔 봄꽃축제가 있다
자, 이런 고민에 빠진 분들이 있다면 긴 고민과도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피서지에 인파 적은 곳, 한적한 곳을 검색하듯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봄꽃축제 네 글자를 넣고 엔터를 두드리면 그만이다. ‘쫘~악’하고 뜨는 수백 개의 결과에 놀랄지도 모른다. 이 때 ‘가까운 곳’으로 또 한 번 결과 내 검색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숨겨진 비경 한 곳을 추천한다. 바로 지하철 4호선의 경마공원역이다. 이곳에서는 해다마 봄꽃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봄맞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4월 3일(토)부터 11일(일)까지 영롱한 봄의 빛깔로 당신의 가슴을 물들일 예정이다.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에서 벚꽃나무 길 사이로 마차를 달리는 낭만적인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경마공원에서는 더 이상 상상의 장면이 아니다. ‘벚꽃길’ 하면 으레 떠올리는 윤중로와도 비교를 거부한다. 야외 전시회, 음악회는 물론이고 예쁜 노천카페까지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 축제로 거듭난 지 오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이라면 ‘어린이 Book Cafe’와 ‘시화전’에 들러 머리를 즐겁게 하고, ‘봄꽃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겨도 좋다. ‘봉숭아 물들이기’, ‘봄꽃 향수 만들기’, ‘말 목걸이 만들기’, ‘봄꽃 심기’ 등은 행사에 참여하는 동안 연인과의 애정도가 급상승한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얀 벚꽃,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 그리고 즐거운 이벤트들은 봄이 가져오는 낭만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말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테마공간
경마공원의 봄꽃축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른 하나의 특징은 바로 곳곳에 ‘말(馬)’이라는 테마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토피어리 등 말을 테마로 한 각종 조형물들이 해마다 공원 곳곳에 새롭게 설치되어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난해에는 ‘소망 기원 자물쇠 달기’라는 행사가 열린 바 있다. 말 모형 철제 조형물에 소원이 적힌 열쇠를 걸어 조형물을 완성하는 행사로 선착순 고객 250명에게 열쇠를 1,000원에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 바 있다. 올해는 또 어떤 깜짝 놀랄만한 대형 말 조형물이 등장해 우리를 기쁘게 해줄지 사뭇 기대된다. 아주 작은 품종의 망아지부터 미끈한 승용마까지 색다른 말들을 코앞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것도 경마공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운이 좋으면 배고픈 망아지에게 당근을 먹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의미있는 축제의 시간, 경마장서 즐긴다
꼭 남쪽 지방에서만 봄꽃 축제를 즐기란 법은 없다. 우리사는 가까운 곳에서도 그것을 즐길  수 있다. 경마장에서 즐기는 이색적인 축제처럼 말이다. 경치를 보거나, 놀거리와 먹을거리도 뒤지지 않고, 교통편 역시 편리하다. 더불어 비용적인 면을 따지더라도 경제적이다. 오전 9시쯤 도착하면 무료 주차장도 맘껏 사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저렴하고 다양한 먹을거리까지 가득해 그야말로 눈도, 코도, 입도, 마음도 즐거워지리라.
아직 한 번도 경마공원의 새하얀 벚꽃길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섣부른 상상은 금물이다. 20여 년 전 경마공원이 과천에 터를 잡은 후부터 무럭무럭 자라온 왕벚꽃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눈꽃처럼 내리는 순간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숨 막히는 장관이 2주 이상 펼쳐지므로 사실 하루로는 부족하다 하겠다. 하루는 친구와 함께, 하루는 가족과 함께 경마공원의 변화하는 절경을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번 주말엔 꼭 봄으로 가는 4호선에 몸을 실어보자.
문의 서울 경마공원 http://park.k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