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NY
NY, 그 두 글자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진 곳

20대 초반, 뉴욕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그레이하운드Greyhound에 몸을 실었다. 그레이하운드는 도시간을 연결하는 가장 큰 버스 운송 회사의 이름이다. 1914년에 설립되어 약 100년 가까이 되는 긴 세월 동안 매일 북미의 많은 도시를 향해 1만3천여 개의 출발 스케줄로 2,300개 이상의 목적지를 향해 떠나고 있다. 이 버스의 흔들림과 함께 추억 저편에 자리잡았던 뉴욕에 나는 정확히 8년 뒤, 20대가 아닌 30의 나이에 희망과 설렘을 품고 다시 가게 되었다.

뉴욕 곳곳에 숨겨둔 많은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꺼내기 보다는 3가지 테마로 뉴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첫 번째는 첼시, 두 번째는 브로드웨이, 세 번째는 뉴욕 마라톤이다.

고즈넉한 뉴욕의 예술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첼시Chelsea 첼시는 맨하튼 웨스트Manhattan West로 최근에는 꼼므 데 갸르송Comme des Gar?ons, 발렌시아가 부티크Balenciaga boutiques 등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의 샵들과 함께 다시 주목 받고 있는 핫 플레이스이다. 1990년대에 뉴욕의 비주얼 아트 커뮤니티가 소호SoHo에서 웨스트 첼시West Chelsea로 옮겨오면서, 컨템포러리 아트의 세계적인 중심지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 웨스트 첼시 예술촌The West Chelsea Arts District에는 약 370여 개의 아트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나 또한 뉴욕의 발렌시아가 스토어에 가기 위해 아름다운예술 촌에 입성했다. 처음에는 발렌시아가 모터 백motorcycle-inspired handbags을 ‘득템’하기 위한 단순한 목적에서의 출발이었지만, 가을날의 정취 때문이었을까. 첼시 골목 마다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들만의 분명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개성은 분명하되 전체적인 첼시의 분위기 속에 녹아든 듯, 한 톤 다운된 느낌이었다. 나도 잠시나마 첼시에 사는 여유롭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예술에 대한 강한 열정을 지닌 예술학도처럼 천천히 거리를 누비며 걸어갔다.
그러나 발렌시아가 매장에 다다랐을 때 뉴욕의 맨하튼의 쇼핑 메카인 5번가Fifth Avenue는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단순한 명품 샵이 아닌, 첼시 안에 있는 또 다른 갤러리로 자리잡고 있었다. 브랜드를 나타내는 간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의 3층짜리의 단아한 건물과 강렬한 레드로 포인트를 준 창문 프레임. 입구 유리에 BALENCIAGA라는 작은 검정색 글자만이 발렌시아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발렌시아가 부티크의 내부를 찍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중압감과 디자이너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내 가슴에만 찍어놓은 사진뿐, 나의 카메라에는 아무 것도 담지 않았다. 발렌시아가 홈페이지에 업로드 되어 있는 F/W 2010-2011 쇼를 보게 된다면 발렌시아가가 추구하는 정갈한 디자인을 흠뻑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발렌시아가 정신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이렇게 정갈한 발렌시아가 매장이 말해 주는 것처럼 첼시의 모든 샵, 부티크, 갤러리들은 첼시라는 예술촌 안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100년 이상의 깊은 울림을 가진 뮤지컬을 말하다, 브로드웨이Broadway 학생일 때는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 주는 매력을 몰랐었던 터라, 단순한 관광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비록 빠듯한 스케줄이었지만 나의 무료한 삶에 의미를 줄 수 있는 뮤지컬 한 편쯤은 보고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브로드웨이는 뮤지컬을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켜왔고, 세계 곳곳에 영향을 끼칠 만큼 그 영향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뮤지컬의 메카, 브로드웨이에서 나는 뮤지컬을 한 편 관람하리라. 
브로드웨이에는 위키드Wicked, 멤피스Memphis, 시카고Chicago 등 많은 훌륭한 뮤지컬이 있었지만 나는 지인의 추천으로 빌리 엘리어트를 선택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 북부 지방의 가난한 광부로 살아온 노동 계층 가정의 한 작은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빌리의 아버지와 형이 변화에 맞서며 힘든 삶을 살아나갈 때, 빌리는 술도 많이 마시고, 골초인 지방 댄스 강사와 비밀스러운 발레 강습을 시작하게 된다. 아버지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지만, 결국은 로얄 발레 학교Royal Ballet School 오디션을 치르게 되고, 결국은 입학할 기회를 잡게 되면서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된다는 한 소년의 성장기의 단편을 이야기 하고 있다.
꼬마 빌리 엘리어트의 연기에 나는 극장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쳐야 했고 아직도 작은 영웅을 통한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았다. 수많은 성인 연기자들의 감동적인 연기에도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작은 꼬마가 가지고 있는 파워는 그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는 과연 뉴욕 브로드웨이의 꼬마 영웅과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궁금하다.

나의 심장도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 싶다면, 뉴욕 마라톤 뉴욕 마라톤(The ING New Yor City Marathon) 대회는 매년 10만 명 이상이 지원하는 명실 공히 세계의 뛰어난 로드 경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70년 미국의 뉴욕 로드 러너스New York Road Runners(NYRR)의 주도로 시작되었으며 미국 보스턴 대회, 영국 런던 대회, 그리고 네덜란드로테르담 대회 등과 함께 세계 4대 마라톤 대회로 꼽힌다. 이 대회는 할로윈이 지난 바로 다음 주에 열리기 때문에 특이한 볼거리가 많다.
뉴욕 마라톤이 열리기 전날, 나는 ING 뉴욕 시티 마라톤 헬스 앤 피트니스 엑스포ING New York City Marathon Health and Fitness Expo에 들르게 되었다. 맨하탄, Jacob Javits Convention Center에서 개최된 ING 뉴욕 시티 마라톤 헬스 앤 피트니스 엑스포는 마라톤에 등록 여부에 상관 없이 건강과 피트니스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고, 배우고, 구매할 수 있는 자유로운 행사다. 100개 이상의 다양한 벤더들이 헬스와 피트니스에 관련된 제품들을 자유롭게 전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람회는 일반인들에게 오픈되어 있으며, 입장료 또한 무료다. 뉴욕 JFK 공항에서의 까다로운 입국 심사가 그러했듯이 ‘안전상 이유로 참여자들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보여주도록 요청 받을 수 있으며 또한 모든 가방과 겉옷 또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트레이닝에 관련된 각종 장비 및 제품 등 모든 것을 쇼핑할 수 있다. 만약 뉴욕을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할로윈 데이와 맞물려 뉴욕 마라톤을 함께 한다면 무료한 일상 속에서 반복된 비트로 일관된 심장 박동이 마라톤을 즐기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열정적인 러너들과 함께 심장의 리드미컬하게 변화함을 느낄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석양과 더불어 맨하튼의 Jacob Javits Convention Center의 낮은 건물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이 이 곳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을 부러운 눈빛으로 내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지나며 자국의 문화를 나누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나는 한국의 풍물패를 보고 애국심으로 가슴이 울컥 뜨거워졌다. 그리고 뉴욕 마라톤 결승 지점에서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사람들의 모든 리액션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뉴욕의 가을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반바지, 반팔 차림의 모든 선수들은 경기 기록과 상관없이 이 축제를 너무나도 현명하게 즐길 줄 알고 있었다.  
뉴욕에 대한 모든 것을 품고 가기에 일주일은 너무 짧다. 짧다면 짧았던 여정 동안 나는 많은 곳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30대 초반의 여유로움과 내 젊은 열정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기에 더욱이 특별했던 뉴욕 마라톤. 1년에 한 번 밖에 열리지 않는 큰 축제이기에 체재비가 오르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나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더 불을 지피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쯤 참가해 보는 것도 시크하고 냉정 하기만한 뉴욕의 색다름을 느낄 수 있기에 강력히 추천한다.

이혜진
현재 외국계 소비재 회사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고, 매 시즌 다양한 신상들로 지루할 틈이 없다. 이제는 여행에 대한 과도한 욕심 대신에,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연륜이 생기게 되었다. 만약 다음 번 여행에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스팅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을 들으며 영국의 고즈넉한 거리들을 음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