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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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영월,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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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ELD] 달콤한 휴식의 맛, 영월·평창

 




For My Sweet Relaxation, Yeongwol·Pyeongchang

달콤한 휴식의 맛, 영월·평창

 

뗏목을 타고 강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고 시인과 소설가의 발자취를 따라 문학의 향기에 한껏 취한다. 거기에 선선한 가을바람과 넓게 펼쳐진 목가적인 초원의 풍경이 더해진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찾아 강원도 영월과 평창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최은주 기자 취재협조 영월군청 www.yw.go.kr, 평창군청 www.happy700.or.kr, 데모스 www.demos.co.kr

 

서울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에 몸을 기대니 주말마다 강원도로 떠나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별장이라는 거창한 이름하에 부모님은 강원도에 작은 아파트를 사두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주말마다 가족여행을 떠나고 싶은 염원을 담아 6인 가족에게는 다소 과분한 스타렉스도 구입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던 사춘기 소녀는 정작 매주 주말에 떠나는 강원도 여행이 고루하게만 느껴졌다. 작은 읍내에 위치한 아파트에는 푹신한 침대도, 무한으로 다시보기가 가능했던 최신식 텔레비전도 있었지만 열일곱 여고생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했고 열넷, 열세 살의 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랐다. 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완벽한 휴식을 찾아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직장인은 그때의 아버지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강원도의 공기는 그 시절 철없던 소녀가 맡았던 것과 같다고 하기에 너무나도 상쾌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바람과 함께 만난 영월, 평창. 서울의 중심에서 두 시간 반, 도심 속에서 결코 누릴 수 없던 휴식은 그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에 반전을 가져다주며 시작되었다.

 



선암마을에서 시작한 팔도유람기

영월 하면 가장 먼저 한반도지형을 떠올린다. 감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사계절 내내 출사장소로 선호될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명소다. 서강 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지형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징까지 우리 국토를 쏙 빼닮아 한반도지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모습 또한 경이롭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선암마을의 뗏목체험장으로 향했다. 뗏목 위에 몸을 실으니 이내 흰색 민복을 차려입은 뗏꾼이 양손에 노를 꼭 쥐고 앞뒤로 힘차게 팔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20여 명을 태운 배가 서서히 서강 변을 따라 전진한다. 영월을 대표하는 두 개의 강인 동강과 서강이 합류하면 남한강으로 발전되고, 그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울의 한강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나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이전의 선조들은 빠르면 보름, 느리면 한 달에 걸쳐 영월에서 한양 나루터까지 뗏목을 타고 이동했다. 이동수단 이외에도 뗏목은 훌륭한 운반수단이었다. 경복궁을 짓기 위한 소나무의 운반을 책임졌으며 각종 한옥에 들어가는 자재, 땔감을 수송하는 등 영월의 선조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혜롭게 뗏목과 강을 이용해왔다. 

지형을 한반도라 놓고 봤을 때 목포지점에 이르러 뗏목이 멈춰 섰다. 한반도 전체를 건강한 두 다리만 있다면 누빌 수 있는 팔도강산 트래킹의 시작지점이다. 오랜만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천천히 숲길을 따라 올라갔다.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덕에 이곳의 자연은 각별히 보호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트래킹 코스가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편. 그러나 그만큼 훼손되지 않은 청정자연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현재는 강원도를 넘어 전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이곳이 세상에 알려진 지는 불과 15년이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나 진기한 광경을 자랑하는 관광명소가 과거에는 쓰레기매립지 후보 중 한 곳이었다고.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영월 태생 이정만이라는 청년에 의해 발견된 지형의 특이성은 언론을 타고 이목이 집중되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영월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짧은 트래킹 코스가 끝나고 선암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줄배에 탑승하기로 했다. 선암마을과 한반도지형을 잇는 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주로 이용되었으며 뗏목선착장까지 이어진 줄을 당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예스러움을 잔뜩 간직한 교통수단이다. 요령 없이 줄을 당기거나 격하게 몸을 움직인다면 삽시간에 배가 뒤집힐 수 있으니 줄배로 강을 건너는 순간만큼은 새색시마냥 다소곳이 앉아있도록 하자. 다시 선암마을에 도착하니 어느덧 제법 시간이 흘러있었다. 서강 위를 떠다니는 뗏목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삼면의 바다를 훑었고, 팔도강산 트래킹을 통해 단숨에 대한민국 전체를 누볐다. 이제 막 국토대장정을 끝내고 망망대해를 항해한 것 같은 뿌듯함이 선암마을을 떠나는 내내 감돌았다.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솔솔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타고 영월과 평창으로부터 짙은 문학의 향기가 전해져 온다. 첫 번째로 만난 문학인은 영월의 김삿갓. 본명은 김병연, 영월 관풍헌에서 펼쳐진 백일장에서 조부 김익순을 비판하는 시로 장원급제하였다가 모친으로부터 집안의 숨겨진 내력을 알게 되고 자신이 조상을 욕되게 한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스스로를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겨 삿갓을 쓰고 이곳 영월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민중을 위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김삿갓문학길로 향했다. 영월, 청송, 봉화, 양양 네 개 군에 걸쳐있는 외씨버선길 중 열둘째 길에 해당하는 숲길이다. 김삿갓문학관을 시작으로 김삿갓 계곡, 와석리를 지나 김삿갓면사무소에 이르는 것으로 끝이 나는 장장 12.4km의 트래킹 코스.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다면 다섯 시간을 소요해야 비로소 종점에 도착할 수 있다.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벗 삼아 그가 거닐었을 법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묘와 시비, 주거 유적 등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한 소절의 시, 아니 유행하는 노래 가사라도 읊고 싶은 기분이 든다. 무미건조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누구나 이곳에서는 풍월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다.



영월을 대표하는 문학인이 김삿갓 시인이라면 평창에는 이효석 작가가 있다. 봉평면에 위치한 효석문화마을에서는 이효석 생가와 문학관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품인 <메밀꽃 필 무렵>을 테마로 한 문화 예술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제일 먼저 발걸음이 닿은 곳은 이효석 문학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한쪽 벽면 전체를 빽빽하게 채우는 연보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실 내부는 이효석과 그의 작품과 관련한 여러 가지 자료가 전시되어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이효석의 창작실이었다. 사진과 문헌을 토대로 재현한 공간으로 이효석의 생활과 취향을 그대로 담았다. 실제로 그는 영화와 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나 이국적인 정취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효석 문학 작품의 상당수가 모더니즘적 성향과 낭만적 심미주의의 경향을 띠고 있다. 교과서와 수험서에서 만났던 그를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워 꽤나 오랫동안 전시실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렀다. 문학관 이외에도 마을 곳곳에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메밀밭, 물레방앗간, 충주집 등이 있어 마치 작품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래전이라 그의 작품 속에 배경이 되었던 장소가 뚜렷한 이미지로 떠오르지 않는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로써 평창을 다시 방문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자꾸만 뒤를 돌아다봤다.

 



바람도 머물다가는 대관령 삼양목장

‘저 푸른 초원 위에~’ 구수한 리듬과 걸쭉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서 그려지는 장면은 초원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 그리고 곁에는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하는 것이겠다. 대학 시절 엠티를 가는 버스 안에서나 불렀던 노래지만 평창의 대관령 삼양목장에 도착하니 머릿속에서 무한정 반복 재생되더라. 인간과 동물이 가장 살기 쾌적하다는 해발 700m가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평창. 그만큼 목장에서 마주할 청정자연에 기대감이 부푼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 도착한 목도 지점에서 목장을 둘러보려 하니 그 넓은 크기 탓에 한눈에 전경이 다 들어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동양 최대의 초지 목장이라 불리는 만큼 총면적이 600여만 평에 이르며, 1년 동안 소의 발자국이 한 번도 지나지 않은 곳이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말이다. 360도 회전하기를 몇 번, 그제야 삼양목장의 크기와 풍경에 제대로 압도당하며 숨넘어갈 듯 끊어질 줄 모르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올려다보려면 목이 뻐근해질 정도의 거대한 53대의 발전기는 강릉의 60%, 5만여 가구의 전기를 공급하는 친환경 에너지 장치. 사실 풍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잠시나마 풍경을 위해 인위적으로 설치된 조형물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선선한 바람이 이는 목도의 경치는 휴식을 즐기러 찾아온 이들을 한순간에 영화의 주연배우로 만들어 버릴 만큼 아름답다. 그것도 가을에 딱 맞는 달달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도착과 동시에 목도에서 감상한 목장의 풍경으로 이미 기대 이상의 충분한 감동을 얻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크게 총 다섯 개의 구간으로 나뉜 목책로를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매일이라도 이곳을 방문할 수 있는 평창 사람들에게 부러움마저 느끼게 되었으니까. 목도에서 시작하는 1구간과 2구간을 지나 3구간에 들어서자 대관령 삼양목장의 핵심인 방목된 동물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날 비가 온 탓이었을까. 비록 기대하던 폭신하고 뽀얀 털을 지닌 양들은 아니었지만 여유롭게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초원을 뛰노는 양과 함께 우리가 상상하던 목가적인 풍경을 완성시킨 것은 얼룩덜룩한 무늬의 젖소들. 느리게 걷거나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그곳에서도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 있다면 역시나 여물이 쌓여있는 곳이더라.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넓은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그 틈을 비집고 힘겹게 식사를 하려는 몇몇 가녀린 소들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온 광장의 목장 쉼터에서 따끈한 컵라면으로 산책으로 인한 허기를 달래니 목장에서의 평화로운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한동안 평화로운 미소가 얼굴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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