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된 것처럼 해자를 따라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를 즐겨 보자.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 으로 마츠에성을 둘러싸고 있다. 마츠에성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호 리카와 선착장이 보인다. 길고 낮은 배의 중앙에는 따뜻한 코타츠가 자 리 잡았다. 만화 ‘짱구’의 거실에 있는 코타츠가 배 위에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배가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자를 한 바퀴 둘러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0분. 배는 무사들이 살았던 동네 옆을 지 나쳐 어느새 수풀 사이로 들어섰다. 200살이 넘은 나무들이 호수 양옆 으로 우거져 있고, 손닿을 거리에 오리들이 헤엄쳐지나간다. 따뜻한 코 타츠에 들어가 꿈같은 호수풍경을 바라보며 물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 가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 하지만 선비노름을 방해하는 것이 있었으 니, 그건 바로 다리. 배는 몇 개의 다리 밑을 지나가게 되는데 다리가 너무 낮아서 배의 지붕을 낮춰야한다. 그럴 때마다 배에 납작 엎드려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노름에 취 해서 풍경에 정신을 팔고 있다가는 내려오는 지붕에 머리를 쾅하고 박 을지도 모르니 항상 주의하길. 다리의 높이 말고도 주의해야 할 것은 다리의 폭. ‘저 사이로 배가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 큼 좁디좁은 다리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배가 지나간다. 다리는 2미터, 배는 1미터 80센티미터라고 하니 수준급의 드라이빙 실력이 있지 않으 면 벽에 쾅하고 충돌하기 십상이다.

능숙한 운전 실력의 뱃사공이 배가 지나가는 곳마다 설명을 해준다. 재 밌는 사실은 호리카와 유람선에는 수십 명의 뱃사공이 있는데 모두 색 깔이 달라서 어떤 배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거친 드라이빙을 즐길 수 도 있고 또 어떤 배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온화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도 있다고 한다. 기자는 운 좋게 친절한 뱃사공을 만난 셈이다. 해자에 대해 설명을 해주던 뱃사공이 뜬금없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한다. 얼 떨결에 박수를 치고 마츠에 지역에 관련된 노래를 한 곡 들으며 다리하 나를 지나갔다. 지나고 보니 그 다리의 이름이 바로 가라오케 다리. 모 두 박장대소가 터졌다. 친절한데다 센스까지 넘치는 뱃사공이다. 어떤 뱃사공을 만나느냐에 따라 별난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니 배에 타기 전 어떤 스타일의 뱃사공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도 좋겠다.

문의 blog.naver.com/shimanekko 




 

돗토리 현

택시를 리무진처럼 즐기기

요나고 공항에서 JR라인 기차를 타고 요나고 역을 거쳐 돗토리 역으 로 향했다. ‘돗토리’란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기자 역 시도 그랬으니까.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의 촬영지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요나고 역으로 가는 기차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풍경은 바로 파밭. 요나고의 특산물인 파는 매서운 바다 바람을 맞아서 달게 자란다. 그래서 그런지 요나고 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보인 것 또 한 파를 이용해 만든 파 캐릭터였다. 뭐든지 귀여운 캐릭터로 만드는 재능을 가진 아기자기한 일본은 파까지도 캐릭터로 승화시켰다.

돗토리에 온 관광객이라면 꼭 타야할 것이 바로 1000엔 택시다. 교통비 가 매우 비싼 일본에서 택시 한 대에 단돈 1000엔으로 이용할 수 있는 행운을 놓쳐선 안 되니, 재빨리 돗토리 역에 위치한 관광안내센터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택시이용을 신청하도록 하자. 요금은 무조건 한 대에 1000엔. 4명까지 탈 수 있으니 한 사람당 250엔만 부담하면 택시를 리무진처럼 즐길 수 있다. 택시기사와 상의해서 코스를 정하면 목적지마다 편하게 태워다주고 관광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돗토리 역 으로 돌아온다.

1000엔 택시의 첫 번째 목적지를 해안 사구로 정했다. 그러나 여행만 했다하면 비를 몰고 다니는 기자 때문인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 하더니 이내 우산을 쓰고 있기도 힘들만큼 비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 했다. 날아가려는 우산을 겨우 붙잡고 사구의 문턱까지 올라갔지만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만큼 비와 모래가 섞여 눈을 찔러댔다. 하지만 거 친 바람을 너무 미워하진 말자. 이 바람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사구가 만들어졌을 테니. 

 

순간의 예술

매년 테마를 바꿔가면서 전시되는 모래 미술관. 올해의 6번째 테마는 ‘모 래로 떠나는 세계여행·동남아시아 편- 왕조의 영화와 다시 살아난 신비 의 나라들‘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전 세계 17명의 모래조각가가 참여 했다고 한다. 실내 모래조각전시는 돗토리의 모래미술관이 세계에서 최초다. 오늘같이 날씨에 실내전시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래조각의 과정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진다. 건 설가가 모래를 20센티미터씩 쌓고 다져서 단단한 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작업.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보통 3미터의 기본 틀을 만드는데 20센티미터씩 15번의 작업을 반복해야만 겨우 틀이 만들어지는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다. 그 후에 조각가가 단단한 모래로 조각을 시작한다. 한 작품에 소요된 가장 긴 시간은 3주. 조각 도중에 실수를 하면 수정할 수 없기에 디자인을 바꾼다고 한다. 한 번의 실수 도 용납되지 않으니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이 모래 조각이 1년 내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한 전 시가 끝나고 나면 조각을 부수고, 같은 모래로 다음 작품을 만난다고 하니 동남아시아 편은 지금이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진귀한 작품이 다. 언젠간 사라질 것들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앙코르 와트에서부터 보로부두르 유적, 필리핀의 바로크양식 교회, 방콕의 왕궁 등까지 동남아시아의 역사적인 건축물이 모래로 다시 태어났다. 모래로 조각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한 표정묘사가 놀랍다. 야외에서는 조각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다. 모래더미가 점차 예술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작품이 된다.

문의 tottori.or.kr/ tottori-blo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