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 Money Story ⑨ Poland

폴란드식 위인전기, 즈워티
화폐의 얽힌 이야기와 함께 이번 여행에 목적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편이지만 다른 유럽 지역보다는 아직 국내 여행자들의 발길이 자주 닫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어릴 적 위인전에서, 최근 인터넷 뉴스에서 보았던 유명 인물이 새겨진 기념지폐를 보면 폴란드처럼 친숙한 나라도 없을 테다.
글 김수현 기자

▲폴란드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바벨성의 야경. 용과 관련한 전설이 있는 성으로 성곽 안에는 용이 살았을 것이라 여기는 동굴과 용 동상이 있다. 크라쿠프라는 도시 이름은 용을 물리친 구두장이 크라크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폴란드는 2004년 5월 1일 주변 9개국과 함께 유럽 연합의 회원국이 됐지만 여전히 기존 화폐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유로화 도입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퍼센트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 그러나 정부는 최대한 빨리 유로화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에 대한 홍보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다. 폴란드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화폐는 즈워티złoty, 또는 즐로티라고 부르며 5월 현재 1즈워티는 336원이다. 일부 관광지에서 유로화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달러를 포함한 외국 화폐가 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환전은 필수인데 즈워티는 대외 환경에 따라 환율의 변화폭이 꽤 큰 편이라 장기간 폴란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간을 두고 환율 변동을 주시하는 것이 알뜰한 여행의 지름길이겠다. ‘kantor’라 쓰여 있는 곳이 환전소니 기억해두자.

1995년 1월 1일 10,000 구 즈워티를 1 신 즈워티로 개혁하며 지금의 현행권이 탄생했는데, 주변 국가들의 화폐개혁에 비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현행권 지폐는 10즈워티부터 20, 50, 100, 200즈워티까지 총 5종. 지폐 앞면에는 중세에서 근대 순으로 폴란드에 군림한 왕의 초상이 새겨져 있으며 뒷면은 데나르 은화나 왕과 관련한 삽화로 각기 다르다. 동전은 즈워티와 보조단위인 그로쉬(1złoty=100grosz)로 나뉜다.

현지인이 아니라면 현행권보다 기념지폐를 통해 폴란드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이 지폐들은 수집가와 화폐연구가를 위해 특별 제작한 것이며 중요한 사건이 있거나 명사의 탄생 기념일 등에 한 번씩 발행한다. 삽화뿐만 아니라 색상이나 크기, 프린팅 기술 등에 있어서 일반 현행권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정식으로 나온 지폐라 어디에서든 사용이 가능하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액면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까닭에 마트에서
내는 것은 손해다. 첫 기념지폐는 국립 폴란드 은행 NBP에서 2006년에 처음으로 내놓았다. 세계 문화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사를 즈워티 지폐에서 만나보도록 하자.

2006년, 50즈워티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
첫 기념지폐의 주인공은 폴란드 태생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탈리아인이 아닌 교황이 무려 455년 만에 선출돼 더욱 유명하다. 앞면에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초상화가 있으며 전 세계를 한데 아우른 그의 업적을 지구로 표현했다. 1978년부터 27년간 교황으로 재위하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2005년에 선종했다.

2008년, 10즈워티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지폐 중 가장 작은 단위인 10즈워티지만 2008년 폴란드 독립 90주년을 맞이해 발행한 의미 있는 기념지폐다. 앞면의 인물은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로 리투아니아 태생이지만 가문의 영향으로 폴란드 부흥을 위해 힘썼다. 123년간 이어지던 국토 분할을 종식하고 국가가 독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폴란드의 정치가, 혁명가로 불린다.

2009년, 20즈워티
율리우시 스워바츠키
폴란드 문학사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 시인이자 극작가였으며 낭만주의 문학의 창시자인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지폐다. 초상화 옆 작은 집은 고향인 크르체미에니크 농가로 현재는 율리우시 스워바츠키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왼쪽에는 폴란드 국가를 상징하는 엠블렘이, 뒷면에는 시 <진정>의 한 부분이 새겨져 있다. 크라쿠프에는 그의 이름을 딴 극장이 있을 만큼 폴란드 문화예술에 있어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2010년, 20즈워티
프레데리크 쇼팽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이 2010년 기념지폐에 등장했다. 수도인 바르샤바 근교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연주로 주변 귀족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른 지폐들보다 좀 더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앞면은 나단조의 마주르카, 뒷면은 바단조의 에튀드 악보의 일부다.

2011년, 20즈워티
마리 퀴리
마리 퀴리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지 100년이 지난 2011년에 새로운 기념지폐가 나왔다. 그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라듐과 관련 삽화가 지폐 앞, 뒷면에 새겨져있다. 뒷면에는 노벨상 메달과 그녀의 연설문 한 구절이 새겨져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듐은 학회가 규명한 것이지만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게 소속된 재산이 아닌 모두의 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