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Essay :: Germany

Small Towns in Germany

독일 소도시 여행
누구나 한 번쯤 유럽의 작고 아름다운 소도시 여행을 꿈꾼다. 그중 독일의 바이에른 주는 소도시 여행만의 매력을 최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넓게 펼쳐진 숲과 호수 사이사이로 늘어선 중세의 고성들, 소소한 전원 풍경을 따라 소도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차를 렌트해도 좋고기차를 타도 좋다. 대도시에선 만날 수 없는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글과 사진 손서연 에디팅 이소윤 기자  
손서연 l 서울시 종로구 신영동
스무 살 이후로 배낭여행에 빠져 부지런히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 뚜르드몽드의 열혈독자. 이십 대 안에 5대양 6대주를 다 밟는 것이 일차 목표다.

중세 독일의 투박하고 정겨운 건물들로 가득한 로텐부르크 거리

시골기차를 타고

‘DB(Deutsche Bahn AG)’라고 불리는 독일 철도는 시설 좋고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시골 소도시를 다니는 열차는 규모가 작고 의자도 불편하고, 화장실 또한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고 싶지 않게 생겼다. 하지만 바로 이런 면이 핵심이지 않을까! 시골 간이역과 덜컹거리고 텅텅 빈 기차. 그 안에는 현지인 노부부와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독일 꼬마가 타 있고, 창밖으로는 들판과 구불구불한 차도가 펼쳐진다. 다들 소리 없이 창밖 시골 농가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그 장면이 내 기억 속에 너무나도 따뜻하게 남아 있다.

중세의 동화 마을, 로텐부르크

2번을 경유했는데도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로텐부르크Rothenburg. 그곳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인데, 아직 중세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독일 특유의 투박한 건물과 알록달록 흥겨운 거리들이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여행 중에 내가 상상하던 풍경, 바라던 날씨, 원하는 그림을 한꺼번에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루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게 여행이다. 그런 점에서 로텐부르크는 행운이었다. 행사를 하고 있는지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골목골목 투박하고 흥겨운 건물들 뒤로는 파란 하늘이 걸려있다. 햇살도 기분도 너무 좋아

1.로텐부르크의 명물 슈니발렌. 고향에서 먹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2.중세 독일의 투박하고 정겨운 건물들로 가득한 로텐부르크 거리

일단 로텐부르크의 명물 ‘슈니발렌’을 맛볼 겸 노천카페에 앉아 쉬어 가기로 했다. 최대한 여유롭게,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서 이 작은 중세 마을을 바라보고 싶었다. 슈니발렌은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망치로 부숴 먹는 방식은 수입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원조 슈니발렌은 입으로 베어 먹어도 될 만큼 부드럽고 맛있다. 여행 중 떨어진 혈당보충용으로 딱이다.

다시 걸음을 옮겨 로텐부르크의 또 다른 명물인 1년 내내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한다. 입구는 평범한 상점 같지만 다 둘러보고 나오려면 족히 2시간은 걸릴 만큼 넓다. 안에는 로텐부르크 마을을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에 흰 눈으로 덮인 트리가 장식되어 있고, 수천 가지의 크리스마스 장식 소품과 다양한 기념품들을 살 수 있어 눈으로 구경하는 것만도 좋고,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에도 좋은 곳이다.

맥주의 성지, 뮌헨

바이에른 주의 수도 뮌헨Munchen은 그 유명한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으로,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뮌헨의 중심부인 시청사를 지나면 뮌헨에서 가장 큰 시장인 빅투알리엔 시장이 나오는데, 유독 한 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가봤더니 족히 50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시장 한 편에 마련된 비어가든에서 백주 대낮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와 스케일, 그리고 내 상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수백 명의 ‘단체 낮술’ 현장이 내가 맥주의 나라에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뮌헨에 왔다면 이 도시의 상징인 '호프브로이Hofbrau’ 비어홀을 가보지 않을 수 없다. 호프브로이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술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하루에 팔려 나가는 맥주의 양만 1만 리터라고 한다. 비어홀에 들어서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 때문에 자리를 잡는 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그래서 자리가 조금이라도 비어 있다면 일행이 아니어도 한 테이블에 그냥 앉기 마련이니 그 순간부터 앞, 뒤, 옆에 앉은 난생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그날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비어홀의 중앙에는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홀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다 같이 잔을 들어 건배를 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뮌헨을 여행할 땐 매일 밤 1리터짜리 생맥주를 마시며, 소란스러워서 더욱 즐거운 뮌헨의 하루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뮌헨의 반전이 있는 궁전

‘님펜부르크Nymphenburg 궁전’은 바이에른 왕가의 여름 별장이었던 곳으로 뮌헨 시내에서 20여 분 정도 떨어져 있다. 돈 없고 시간 많은 우리는 가까운 역에서 내려 남은 거리를 트램을 타지 않고 이정표를 보며 걷기로 했다. 궁전까지 가는 길에는 담장이 예쁜 주택들이 늘어서 있고, 중간에 텔레토비 동산 같은 공원도 나온다. 이미 그 풍경에 정신이 팔려 “궁전이 얼마나 큰데! 어떻게든 가면 나오겠지.” 하며 이정표는 뒷전으로 한 채 걸어갔다. 우리에겐 특별한 여행지지만 또 누군가에겐 그저 동네일 뿐인지 강아지를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만약 걷지 않고 트램을 탔다면 이 아름다운 날씨에 이 아름다운 동네를 만나지 못했겠지. 가난한 것이 가끔은 축복이다.

한참을 구경하다 보면 궁전으로 이어지는 대운하가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님펜부르크의 아름다운 정원에 도착하게 된다. 궁전 앞 연못과 정원에 살고 있는 백조들.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상징인 백조가 궁전의 품위와 주변 운치를 한껏 높여주는구나… 싶었으나! 실상 가까이 들여다보니 정원은 온통 백조와 오리들의 분비물 밭이었다. 충격적인 반전에 웃음이 터져 나오더니 문득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떠올랐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입니다.’

3.뮌헨의 중심 마리엔 광장. 보행자 구역이기 때문에 늘 사람들이 붐빈다
4.님펜부르크 성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호수, 그리고 백조가 있다

비 오는 퓌센 노이슈반슈타인 성

독일에는 고성 가도, 판타스틱 가도, 괴테 가도 등 테마별로 엮어진 지역을 따라 여행하는 ‘가도(街道) 여행’이 있다. 그중 로맨틱 가도는 ‘로마로 가는 길’이란 뜻에서 비롯되었지만, 말 그대로 로맨틱한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로맨틱 가도의 백미는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성일 것이다. 퓌센Fussen은 뮌헨에서 두 시간 정도 기차를 타면 닿을 수 있는데, 성이 산 중턱 높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버스를 타거나 마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우리에겐 디즈니 성으로 잘 알려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에는 ‘꿈과 희망’의 디즈니와는 달리 살짝 무서운 일화가 얽혀 있다.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는 항상 꿈과 환상 속에 살기를 좋아해 산과 호수가 있는 곳이라면 미친 듯이 성을 지었고, 그의 집착에 국가 재정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결국 장관들은 그를 붙잡아 감금했지만 이튿날 호숫가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했고 죽기 전까지 들어가 살았던 성이 바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다. 비록 당대에는 미치광이 왕으로 취급 받았지만, 그가 지은 성들은 현재 중요한 건축물과 관광자원이 되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체를 보려면 메리엔 다리로 가야하는데, 깎아 지르는 절벽 위에 나무로 지어진데다가 바람이 굉장히 거세게 부는 곳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인지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참 외롭고 음울해 보였다. 오히려 쾌청한 날에 왔다면 이 성의 진짜 모습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독일에는 수많은 소도시들이 옛 모습을 잘 간직한 채 남아있다. 와인 산지를 따라 여행하는 가도도 있고, 독일 철학자들의 도시를 연결하는 가도, 남부에는 알프스 산맥과 닿아 있어 최고의 자연경관을 만나는 여행도 있다. 그리고 이 도시들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유럽의 소도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주저 없이 독일로 떠날 것을 추천한다.

5.산 중턱에 세워진 노이슈반슈타인 성
6.야외 비어가든에서 대낮부터 맥주를 즐기는 수백 명의 인파
7.호프브로이 비어홀의 1리터 생맥주

독자 여러분의 여행기를 기다립니다!
여행기를 쓰다 보면 여행할 때의 흥분과 설렘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즐거웠던 여행의 시간을 뚜르드몽드 독자들과 함께 나누세요. 좌충우돌 첫 해외 여행기, 남들이 가보지 않은 오지 여행기 등 어떤 글도 대환영입니다. 전문가가 쓴 것처럼 수준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서 보내주시면 저희가 잘 다듬어 드립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다른 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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