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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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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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ELD] 나를 위한 48시간 - 낙산사

1NIGHT2DAY :: Naksansa

Hours for Me

나를 위한 48시간

바쁘고 꽉 찬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다른 무언가로 마음이 가득했다.
비워내야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이 되새겨지는 순간이다.
글과 사진 차예리 기자 취재협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www.templestay.com, 인사이트제이 커뮤니케이션즈 www.insightj.com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템플스테이 패밀리 브랜드인 ‘아생여당’을 만들었다. 위로여행 아아我我, 건강여행 생생生生, 비움여행 여여如如,
희망여행 당당堂堂 등의 네 가지 주제로 전국 13개 브랜드 사찰을 지정한 것. 그 중에서도 낙산사는 꿈과 희망을 찾아 내 안의 용기를 불어넣는 희망여행을 테마로 한다. 각 사찰마다 템플스테이 체험형과 휴식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원하는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동해의 절경과 마주한 낙산사

일상 속에서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몸과 머리를 굴리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짧고도 긴 48시간을 다른 무엇도 아닌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들로만 채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로 들어섰다.

관음성지 낙산사는 671년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하러 왔다가 창건한 사찰이다. 동해와 접해있어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보니 불자가 아니더라도 낙산사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34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낙산사는 지난 2005년 4월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전각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가 마주한 낙산사의 얼굴에는 어떠한 아픔도 비춰지지 않았다. 복구를 위한 많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지금은 전보다 더욱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낙산사에 왔다면 꼭 다녀가야 할 바다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홍련암이 있는데 이곳은 의상대사가 파랑새를 따라가 당도한 석굴 앞 바위에서 기도하면서 붉은 연꽃 위의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운 암자이다. 실제로 보니 2005년 화재의 피해가 낙산사 창건의 모태가 된 홍련암만은 피해갔다는 사실에 절도 안도감이 들만큼 멋졌다. 홍련암에 왔다면 꼭 법당에서 합장 예배를 한 후에 법당 마루에 나있는 작은 유리 구멍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바다 위에 지어진 홍련암 밑에 자리 잡은 관음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친 파도가 굴속으로 넘나드는 생생한 장면을 잠시 감상해보자.

온화한 미소의 해수관음상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해수관음상은 온화한 미소로 낙산사 전체를 품는다. 왼손으로 감로수병을 받쳐 들고 오른손으로는 수인을 짓고 있는 해수관음상은 활짝 핀 연꽃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부처의 진신이 그대로 낙산사에 내려온 듯 한 모습의 거대한 해수관음상 앞에 서면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고 인간의 존재는 한없이 작게만 느껴진다. 무릎을 꿇고 앉아 목이 아플 만큼 얼굴을 젖혀 관음상을 바라보니 마치 마음 속 물음에 답해줄 것만 같다. 무엇이든지 다 이루어줄 것만 같은 평온한 모습에 기자의 마음도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해수관음상은 꼭 낮이 아닌 밤에 찾아가길 바란다. 단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산사는 밤 9시면 모든 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그 전에 부지런히 다녀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낮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어둠 속에서 만나는 해수관음상의 신성함은 배가된다. 가로등도 없는 수풀 길을 작은 손전등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한밤중 산사에서 유일하게 밝은 곳인 해수관음상이 있는 정상으로 향했다. 어두운 세상에서 유일한 빛을 내는 것처럼 관음상은 마치 후광이 비치듯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산사에서 밤을 머무는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다.


1 5 고요한 낙산사의 곳곳. 
2 사람들의 소원이 빼곡하다. 
3 가장 황홀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의상대. 
4 해수관음상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면 어떤 물음에도 답해줄 것 같다. 
6 사찰 전체를 울리는 북을 치시는 스님.



洛山寺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속세를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핸드폰으로부터의 해방. 틈만 나면 두 손안의 작은 족쇄와도 같은 핸드폰이 시선을 빼앗는다. 연락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없지만 모든 걱정은 뒤로하고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잠시 끊어놓아도 좋다. 처음에는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나중엔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질 것이다.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웠던 것은 새벽 3시 기상도, 핸드폰이 없는 불편함도 아닌 바로 묵언수행. 수다를 입에 달고 사는 기자에게 묵언 수행은 해탈보다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 테다.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 법은 쉽게 익혀지지 않았지만 둘째 날이 될수록 말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산사를 떠날 때쯤엔 조용함에 조금은 익숙해지더라. 목소리 대신에 끊임없이 들려오던 새소리와 목탁소리가 빈자리를 채워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발우공양은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과 정성과 무한한 노고의 공덕이 담겨 있다’는 공양게와 죽도소리에 맞추어 시작된다. 사찰에는 도량예절, 법당예절 등 수많은 예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봉은 가히 발우공양인 듯하다.
공양을 하는 동안에는 허리를 굽혀도, 입을 크게 벌려도, 쩝쩝 소리를 내어도 안 되며 항상 자신의 발우를 가까이 들고 점잖게 먹어야한다. 개인발우에는 4개의 둥근 그릇이 정갈하게 놓이게 된다. 가장 큰 발우에는 밥을, 두 번째에는 국을, 세 번째에는 설거지물을, 네 번째에는 반찬만 담아야 하고 절대 음식이 섞여서는 안 된다. 모든 밥과 반찬, 설거지물까지 자신이 마셔야하기 때문에 욕심내지 말고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덜어야 한다. 발우공양에서 항상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단무지 한쪽. 단무지는 반찬이 아니라 수세미의 용도로 쓰인다.
이 사실을 깜빡하고 반찬으로 먹어버리면 옆 사람의 단무지를 빌려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공양 내내 주의하자. 음식 남기는 것이 습관이 된 보통사람이라면 발우공양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하는 법. 사찰을 떠나서도 음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산사에서는 하루의 마무리가 빠른 만큼 시작도 이르다. 사찰의 아침은 새벽 3시의 예불과 108배로 시작된다. 108배는 참회하여 사람이
짓는 온갖 업으로 인한 번뇌의 소멸을 의미한다. 수많은 염주를 보며 이걸 언제 다 꿰나 하는 걱정과는 달리 하나하나 실을 채우더니 어느새 108개의 구슬이 하나의 염주를 완성시켰다. 다리가 아파올수록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창밖의 세상은 밝아지더라. 가장 찬란하게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의상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의상대는 주변의 해송과 암벽이 동해바다와 어우러진 해안정자이다.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지을 때 이곳에 올라 산세를 살피던 것처럼 정자에 서서 동해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보았다. 구름이 많아 선명한 해돋이를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밝아오는 동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큰 의미 없이 보내던 일상에서의 48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을 보냈다. 도심을 벗어나 재충전을 위한 여유로움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1 마음을 씻는 물은 몇 잔을 연거푸 마셔도 좋다. 
2 평온한 미소를 가진 스님과 나누는 차담은 고민해결의 시간. 깊은 차 한 잔과 함께 깊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3 스님과 함께하는 예불. 
4 108배의 고지가 보인다. 
5 낙산사의 소소한 풍경. 
6 정갈하게 줄지어 선 개인 발우들. 
7 8 하룻밤을 머물렀던 취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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