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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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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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ELD] Walk the Autumn of Sound 소리의 가을을 걷다

1NIGHT2DAY :: Hapcheon

Walk the Autumn of Sound 소리의 가을을 걷다

가을이란 계절을 가장 잘 느끼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걷는 것이고 합천에는 그런 가을에 걷기에 더없이 좋은 두 개의 길이 있다. 길에서 만난 가을의 절경과 역사 깊은 사찰, 특별한 하룻밤은 덤이다.
글 차예리 기자 사진 최은주 기자 취재협조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www.hc.go.kr, 피엔제이커뮤니케이션즈 www.pnj21.com



경상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 서울 면적의 약 1.6배에 달하는 합천은 결코 작지 않다. 일 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합천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은 이제 곧 다가올 가을이다. 해인사 소리길은 단풍으로 물들고 황매산에는 억새밭이 모습을 드러내니 캠핑의 계절이 찾아올 예정이다. 흘러가는 자연은 눈부신 한 순간을 놓치면 이내 그 자취를 감추기 마련.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자.

합천하면 해인사, 해인사하면 팔만대장경

누구나 해인사하면 팔만대장경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해인사는 팔만대장경만 기대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1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가야산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법보종찰이다. 속세와 불교 세계를 구분하는 첫 번째 일주문에서부터 두 번째 봉황문을 거쳐 세 번째 해탈문까지 걸어 올랐다.

팔만대장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팔만대장경을 모신 건물인 장경판전이다. 수다라전, 법보전, 동·서 사간전으로 되어있는 장경판전은 해인사의 3개의 문을 넘고 대적광전까지 지나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사찰의 가장 깊숙한 곳에 모셔진 장경판전에는 고요하고 삼엄한 분위기가 풍기는 듯 했다. 아쉽게도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어 고개를 내밀고 창문 틈 사이로 팔만대장경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완벽한 보전 기술과 장치로 팔만대장경을 지키고 있는 장경판전은 현대의 건축기술로도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닥은 소금과 숯, 횟가루, 모래를 차례로 쌓아 알맞은 평균습도를 유지시키며 창문의 각기 다른 크기는 자연 통풍이 가능하게 한다. 이런 장경판전의 보살핌 덕분에 지난 2011년 합천에서는 대장경 조성 천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열리기도 했다.

학창시절 국사문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팔만대장경. 누구나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집대성한 불교경전의 총서를 말한다. 오래될수록 부식되어 판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니 정확한 판수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단지 현재는 약 81,258장이라고 추정할 뿐. 팔만대장경은 고종이 1236년부터 1251년까지 대장도감을 설치한 후 약 16년 동안 만들어졌다. 최소 1800여 명의 경판 판각각수를 포함해 최소 20만 명에서 50만 명이 대장경을 엮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팔만대장경을 좀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면 대장경 천년관으로 향하자. 대장경이 만들어진 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 성철스님이 머물렀던 백련암. 해인사의 암자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다. 
2 3 조용한 사찰의 풍경. 
4 장경판전 내부의 모습. 아무나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다. 
5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은 멀고도 아름답다. 
6 조심스럽게 엿본 장경판전의 모습.



16개의 명소가 이어지는 해인사 소리길

해인사 소리길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물조차 붉게 만든다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조성된 가을에 걷기에 더없이 예쁜 길이다. 소리길을
걷는 데는 대장경 테마파크 앞에서 출발하여 해인사까지 걷거나 반대로 해인사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방향이든지 좋다.
해인사를 포함해 약 7킬로미터로 조성된 소리길의 땅을 밟았다. 특히 해인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길상암까지 이어져있는 600미터의 구간은 가장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계단이 없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을 품고 있는 가야산에 있다고 해서 가야산 소리길로도 불렸지만 지금은 해인사 소리길로 이름이 굳어졌다.

소리길에서는 걷는 것 이외에도 명소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야 19명소 중에서 소리길에만 16개의 명소가 있으니 오래 걷지 않아도 이내
하나씩 눈앞에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합천군 해설사가 강력 추천한 명소는 꽃이 떨어지는 소, 낙화담이다. 계곡 위로 우거진 나무에서 떨어진 꽃과 잎사귀가 물 위를 빙빙 돌며 원을 그린다. 단풍이 저물 때는 더욱 아름다우니 놓치지 말고 눈에 담자. 소리길에는 가야산에서 머물렀던 최치원의 흔적이 남겨져있다. 고운 최치원이 지은 4장의 탑지석이 발견된 길상탑도 만나고, 수도를 했다는 농산정에 오를 수도 있었다.
농산정에서 바라보는 가야산의 절경 또한 지나쳐서는 안 된다.

소리길은 그 이름처럼 걷는 내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깨달음의 길이자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리길에는 바람소리부터 새들의 소리,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 마음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귀를 가득 채웠다. 대부분 경사가 없고 있다고 해도 금세 끝나버리니 아이들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가족과 함께 손잡고 짧은 사색을 즐기기에 좋겠다.

조용히 산책 한 바퀴, 정양늪 생명길

이번엔 좀 더 고즈넉한 길을 걸어볼까. 소리길이 역동적이고 상쾌하다면 정양늪 생태공원의 생명길은 정적이고 고즈넉하다. 소리길의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하늘에는 나무가 우거져있다면 생명길의 옆으로는 갈대가 작게 흔들리고 하늘은 높게 뚫렸다. 둘 중에 하나만 걸어야 한다면 도저히 선택을 할 수 없을 만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정양늪은 황강 지류 아천천의 배후습지로 처음엔 약 30만평이었다가 지금은 매립과 낮아진 수위로 인해서 면적이 약 11만평까지 작아졌다. 습지의 가장자리를 빙 둘러 흙길과 나무데크로 단장된 3.2킬로미터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천천히 풍경을 구경하며 한 바퀴를 걷는데 약 1시간정도면 충분하다.

정양늪생명길은 살아있는 생태 자연학습장이다. 갈대와 노랑어리연, 마름, 물옥잠, 거정말 등이 습지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물이 깨끗해지니 각시붕어와 도마뱀, 가물치, 수달, 오리 등이 서식하게 되었다. 계절에 따라서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황조롱이, 말똥가리 같은 새들이 정양늪에 둥지를 튼다. 나무데크 위로 습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확인할 수 있다.

 

1 나무터널을 지나며 걷는 소리길. 
2 솟아오른 절벽 사이로 깊은 낙화담. 
3 어느새 피어오른 꽃이 가을을 재촉한다. 
4 정양늪 생명길의 나무데크와 흙길을 이어주는 길은 돌담길이다. 
5 잔뜩 우거진 풀잎을 따라 이어진 생명길.

일단 한번 캠핑을 다녀온 뒤, 금세 캠핑의 매력에 빠져 중독되는 주위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캠핑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합천의
각기 다른 세 군데의 캠핑장에서 확인했다.

걷다가 마주친 소리길 오토캠핑장

해인사 소리길 부근에 위치한 소리길 오토캠핑장은 해인사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있다. 캠핑이 처음이라 낯설다면 먼저 체험 방갈로로 시작해도 좋다. 버너, 코펠, 침낭 등 4인 기준으로 모든 캠핑 장비가 구비되어있어 간편하다. 소리길 오토캠핑장의 또 다른 장점은 계곡과 바로 맞닿아 있다는 것. 캠핑장 계곡의 윗 줄기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깨끗한 홍류동 계곡 그대로가 흘러내려온다. 중앙에는 연못과 수영장이 위치하고 온수 샤워실과 공동 싱크대, 매점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텐트는 1박에 35000원, 체험 방갈로는 1박에 10만원이며 시즌별로 가격차이가 있다.

산 정상에서의 하룻밤, 황매산 오토캠핑장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동안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황매산 오토캠핑장은 황매산 정상부근에 위치한다. 지대가 높아서 낮에는 탁 트인 깨끗한 하늘을 밤이 되면 밝은 별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황매산 오토캠핑장은 황매산의 매력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에 자리 잡았다. 앞으로는 한국 3대 철쭉 군락지, 뒤로는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있으니 말이다. 철쭉이 5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절정을 이루는 중순이 되면 황매산은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철쭉의 분홍이불을 덮은 황매산을 집 마당 마냥 텐트 앞에 두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듯하다. 다가올 가을이면 황매산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 쓰였던 억새밭이 모습을 드러낼 때이다. 텐트는 1박에 25000원이며 11월부터 4월까지는 휴장한다. 산 정상이다 보니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산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 올해는 11월 2일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서두르길.

다이내믹 황강레포츠공원 캠핑장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합천에는 황강이 있고, 한강에 여의도공원이 있다면 황강에는 황강레포츠공원이 있다. 낙동강과 이어지는 약 111킬로미터의 황강은 비가 오면 흘러내려온 황토 때문에 강이 황색이 된다고 하여 황강이라고 불린다. 황강레포츠공원캠핑장의 최대 장점은 황강 수상레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배와 래프팅, 웨이크보드, 수상스키, 축구장, 족구장 등 즐길 것이 너무 많아 1박 2일 가지고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텐트 야영장과 샤워장은 모두 무료. 텐트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자연 숙소다.

합천의 귀한 밥상

합천에 왔다면 2011년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기념하여 만든 대장경 밥상을 거하게 받아보자. 소리길을 한바탕 걸은 뒤 먹는 밥은 꿀맛일 것이다. 대장경 밥상은 합천군에서 지정한 백운식당과 해인식당 두 군데서만 맛볼 수 있는데 현재는 백운식당에서만 대장경 밥상을 요리하고 있다. 절에서 즐겨먹는 음식을 기본으로 파프리카 샐러드, 육전, 팽이버섯 잡채, 더덕 등 다양한 요리가 추가되었다. 1인상에 3만 원인 대장경 밥상은 사전에 예약해야하며 그 외에 채식나물밥상과 도토리비빔세트 등은 언제나
맛볼 수 있다.

합천은 결단코 1박 2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여행지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걸을 곳도, 즐길 것도, 먹을 것도 많은 합천의 못 다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직접 채우시길 바란다.

 


1 소리길 오토캠핑장의 텐트들과 물레방아 하나. 
2 황매산 오토캠핑장을 가득채운 사람들. 
3 황강을 따라 조성된 황강레포츠공원 캠핑장. 
4 합천 백운식당에서 거하게 받은 밥상. 가짓수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먹어야할지 젓가락이 갈팡질팡한다. 
5 캠핑장의 소소한 풍경. 
6 소리길 오토캠핑장에서 만난 최연소 캠핑 마니아. 
7 합천의 청정지역에서 자란 한우가 일품이다. 마블링이 꽃처럼 피어오른 고기 한 점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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