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Essay :: Zadar

Zadar in Croatia

자다르, 넌 감동이었어

매일매일 즉흥 연주회가 열리는 크로아티아의 자다르. 바다라는 무대 위에서 파도의 지휘와 바람의 호흡이 시시각각 새로운 멜로디를 부른다. 세계 유일의 바다 오르간이 있는 이곳은 진정한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도시다.
글과 사진 고기은 에디팅 이소윤 기자

고기은 l 경기도 용인시 관곡로
글쓰기, 드라마, 여행을 좋아하는 꿈 많은 청춘이다. 방송 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오랜 꿈이었던 드라마 작가가 되고자 열심히 습작 중이고, 더불어 여행 작가를 꿈꾸며 개인 블로그에 틈틈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교를 떠나는 장면에서 책상에 올라 외친 말이다. 크로아티아의 자다르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이 말이 참으로 와 닿는 도시다.

크로아티아에서 유명한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과 스플리트 사이에 위치한 자다르는 아직 생소한 곳이라서, 크로아티아 여행 코스에서 자주 제외되는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는 수고를 한다면, 꼭 가야하는 여행지가 된다. 35일의 여행 기간 중 3분의 2가 지났을 쯤, 고단해진 몸과 마음이 쉬어갈 곳이 필요했다. 그때 여행에서 만난 동생이 자다르를 추천해주었다. 어떤 도시인가 싶어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자다르에 대해 찾아보았고, 딱 내가 찾던 도시다 싶었다.

자다르는 고대 로마 시대의 문헌에도 나오는, 3,0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도시다. 유서 깊은 건축물부터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설치예술 작품들까지 진귀한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그중에서 단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다 오르간이다.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명물인 바다 오르간은 2005년에 크로아티아 건축가인 니콜라 바시츠와 달마티안 석공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해변을 따라 만든 75미터의 산책로에 길게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대리석 계단 아래에 설치된 35개의 파이프를 통해 파도와 바람이 통과하면서 신비로운 소리가 난다. 파도의 높낮이, 속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그 소리가 매번 다른데, 흡사 뱃고동 소리 같기도 하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기도 하다. 단연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질 무렵이다. 계단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아 붉게 물드는 바다를 보면서, 바다 오르간의 실시간 라이브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듯하다. 바다의 연주는 현재 파도의 높이, 현재 바람의 세기와 같은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똑같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니 당신도 이곳에서만큼은 지난날이나 앞으로 다가올 날은 잠시 잊고, 카르페 디엠!

1.해질 무렵 태양의 인사
2.세계 최초이자 세계 유일의 바다 오르간
3.바다를 벗삼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4.딸과 함께 해변가 산책 중인 딸바보 아버지

매일 밤 근사한 빛의 공연

자다르는 밤이 기다려지는 도시다. 바로 ‘태양의 인사The Greeting To The Sun’ 때문이다. 태양이라면 낮과 어울리는 것인데 어째서 밤이 기다려지는 걸까 생각이 들지만, 바다 오르간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원형에서 밝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 의아함은 금세 풀린다. 이것은 니콜라 바시츠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설치예술 작품으로, 태양열 전지판과 발광다이오드(LED)를 조합해서 만들어진 지름 22미터의 원형 구조물이다. 낮 동안 부지런히 흡수한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해 질 무렵부터 서서히 눈부신 정체를 드러낸다. 그 광경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원형 안으로 들어와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고, 털썩 앉아서 쉬기도 하고, 카메라로 그 찬란한 순간을 담기도 한다. 태양계를 형상화한 빛의 공연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근사해진다. 여기에 바다 오르간 소리까지 더해져 제대로 로맨틱한 밤을 선물한다. 당일치기로 스치듯 왔다 간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이다. 태양의 인사에 매료된 나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해 질 무렵쯤이면 그곳을 찾아가 빛의 공연에 푹 빠져들었다. 이 때문에라도 자다르에서 적어도 하룻밤은 꼭 묵기를 추천한다.

아픔을 견뎌낸 진정성

자다르는 기원전 1세기,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의 로마인들이 정복하게 되면서 포럼, 극장, 시장 등을 세우며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자다르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포럼은 고대 로마 도시 특유의 시민광장으로, 집회장이나 시장으로 사용된 장소였다. 면적은 가로 90미터,
세로 45미터로 아드리아 해의 동부 해안에서 가장 큰 로마 시대 광장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광장은 사람들의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시대별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즐비해 있어 그 자체로 건축박물관이기도 하다.

포럼 동쪽을 보면 성당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성당의 이름은 ‘성 도나트 성당’이다. 자다르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성당은 9세기에 도나트 주교에 의해 세워졌다. 달마티아 지방에서 보기 드문 비잔틴 건축 양식이다. 원래는 ‘삼위일체 성당’으로 불리었는데, 15세기부터 성당을 지은 주교의 이름을 딴 ‘성 도나트 성당’으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는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내부의 울림 효과가 좋아서 공연장이나 행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기 위한 입장료는 20쿠나Kn이다.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오디오가이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자다르의 최대 번화가이자 쇼핑가인 시로카 대로를 걷다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발견한 ‘성 아나스타샤 대성당’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는 이 성당은 9세기에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12~13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특히 3개의 회랑과 2개의 장미 모양 창문이 꽤 인상적이다. 성당과 나란히 서 있는 종탑은 네오-로마네스크 양식으로 15세기에 완공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어 1989년에 다시 복원했다. 56미터 높이 종탑의 180개 계단을 오르면 바다와 어우러진 자다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꼭 한 번 올라가 볼 것을 추천한다. 수차례 외세 침략을 받으면서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던 도시, 자다르.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건축물에서 비로소 이 도시의 진정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대성당 입장료는 무료이고, 종탑의 입장료는 15쿠나이다.

성당 운영 시간
성 도나트 성당 5~9월 09:00~21:00, 4~10월 09:00~13:00
성 아나스타샤 대성당 09:00~22:00 (시간이 변동될 수 있음)

선물로 지어진 이 도시

자다르에서 하루만 머무르려고 했던 나는 이틀이나 더 이곳에 머물렀다. 구시가지 자체가 아담해서 별도의 교통편 없이 천천히 둘러보아도 한나절이면 충분했지만, 마음으로 이 도시를 헤아리기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오래 머무르면서 차분차분 이곳을 느껴 보기로 했다. 해변 벤치에 앉아서 바다의 너그러움을 배우고,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 덩달아 웃기도 했다. 낚시하는 할아버지마저 낭만을 낚는 로맨티스트처럼 보였다.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인 ‘싸이코’의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고 극찬하며 반했던 도시, 자다르. ‘선물로 지어진 도시’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이곳에 가면 당신도 선물을 한아름 받은 듯한 마음의 풍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밤이 오자 형형색색의 빛을 선사하는 태양의 인사
현재까지도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포럼
낭만을 낚는 할아버지
아름다운 자다르 석양
자다르의 대표 명소인 성 도나트 성당

Information

자다르 가는 법 : 인천국제공항에서 자다르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기타 유럽 도시나 크로아티아 도시를 거쳐 갈 수 있다. 스플리트, 플리트비체 등 인근 도시 들과 버스 노선 및 연결망이 잘 구축되어 있다.

.플리트비체 . 자다르 : 하루 평균 10회 버스 운행(크로아티아 버스터미널 별도 확인)
소요시간 약 1시간 10분 ~ 2시간 / 요금 88~100Kn 짐값 별도.
스플리트 . 자다르 : 하루 평균 11회 버스 운행 (크로아티아 버스터미널 별도 확인)
소요시간 약 1시간 15분 ~ 2시간 / 요금 99~105Kn 짐값 별도.
크로아티아 버스터미널 홈페이지 :  www.autobusni-kolodvor.com

추천 맛집
크로칸테 Croccant
맛있는 이탈리안 피자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1조각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양이 많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추천 숙소 
부티크 호스텔 포럼 Boutique Hostel Forum
구시가지 내 성 도나트 성당 바로 옆에 있다. 간단한 조식을 런치박스 형태로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