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l Calafate
South America in 60 Days 4th city Take Things Easy in El Calafate

바람과 빙하 그리고 쉼터의 엘 칼라파테

여행을 하다보면 바람이 잘 통하는 뒷마루에 마음을 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비우기 위해 떠났지만 촉박한 시간에 조급해져 오히려 쓸데없는 것까지 꾸역꾸역 밀어 넣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남미 여행의 네 번째 도시 엘 칼라파테에서는 그래서 좀 천천히 쉬어가기로 했다.
세상 끝에서 불어오는 파타고니아의 바람을 맞으며 열기를 식히고 빙하의 청량함으로 몸속 가득 채우며.
글과 사진 김지은 (여행 칼럼니스트)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에 있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페리토모레노 빙하.

파타고니아의 너른 들판에 폭 안겨있는 숙소가 마음에 든다. 성수기를 살짝 피했을 뿐인데 도미토리를 혼자 쓰는 행운도 얻는다. 엘 칼라파테에서는 일주일 정도 여유롭게 쉬어 갈 예정이다. 하지만 날씨 좋은 어느 날 떠나게 될 빙하투어를 제외하곤 딱히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아니, 생각해내지 않기로 한다. 장기간 여행하다 보면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마당에 앉아 아르헨티나 맥주나 홀짝거리면 그만인 시간.

사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한 아에로리네아스 아르헨티나스 항공이 흰 날개를 뒤뚱거리며 엘 칼라파테 상공을 뚫고 노련하게 하강할 때 이미 직감했다. 이곳에선 한없이 느리게 움직일 거라는 걸.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반대로 나는 정적인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걸. 자연과 공존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언제나 그래왔듯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

소복이 핀 하얀 들꽃이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였다. 하늘은 높고 희푸르렀다. 회색빛 도시에선 찾아보기 힘든 자연의 순박한 색감이 사랑스러웠다. 마치 시골에서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도 자연 속에 파묻혀 이렇게 온종일 넋 놓곤 했다. 계절마다 다른 냄새를 풍기던 작은 뒷동산과 아름드리나무가 그늘진 연못 마루도 생각났다. 이제 못생긴 공장지대와 오염된 낚시터로 변해버린 그리운 옛 친구들이다. 난데없이 추억에 잠기려 할 때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계절은 가을 초입이었지만 봄을 지닌 바람이었다. 따스하고 발랄했다.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흩날려 앞을 볼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몇 초간 얼음이 되었다. 덩달아 꼬리에 꼬리를 물던 기억들도 깨끗이 리셋되었다.

바람은 예전부터 그래왔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재주를 부렸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곤충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심심한 꼬마를 일으켜 세워, 어디든 가도록 등 떠밀었다. 오랜만에 추억 놀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바람따라 구름따라’ 정도가 될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힘을 빼고 바람에 순행해 몸을 기울이는 거다. 그러면 바람이 이끄는 방향으로 걷게 된다.

내 의지를 살짝 버무린 첫 번째 결과물은 습지에 둘러싸인 커다란 호수, 라구나 니메즈laguna nimez였다. 길인지 풀밭인지 생각하기 나름인 땅을 저벅저벅 밟고 꽤 오랜 시간 걸어 도착한 곳이었다. 이 놀이의 특성상 반드시 무언가 나타날 거라는 보장이 없기에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바람은 더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붉은 갈대를 흔들고 카푸치노 거품 같은 구름 사이를 휘휘 저으며 날아다녔다. 아무래도 바람의 아지트에 온 것 같았다.

호숫가에는 트레킹할 수 있는 예쁜 산책로가 있었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두 개가 되었다. 물 안에 비친 흐릿한 하늘이 수면에서 파르르 떨렸다. 어디선가 그와 어울리는 음악 소리도 들려왔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호숫가에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그 수면의 미세한 박자를 시선으로 낚아 기타로 연주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오선지를 닮은 구름이 떠다녔다. “이런 곳에서 기타 연주라니. 곧 대단한 뮤지션이 탄생하겠는걸.” 하지만 그 오선지는 바람이 만든 것이었다. 이곳에서 지휘자는 자연이고, 사람은 연주할 뿐이었다.

마침 그와 약간 떨어진 곳에 베어놓은 나무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방해하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주머니에 들어있던 시집을 꺼냈다. 여행하며 줄곧 들고 다녔지만 좀처럼 여의치 않았던. 아니, 몇 번 읽으려 시도했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고 할까. 어쩐 일인지 내내 조급하고 바빴다. 일상에서 대충 훑어보며 모서리를 접어놓았던 페이지가 손가락에 걸렸다.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이었다. 당시엔 머리로 이해했을 시가 이번엔 가슴에 와 닿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아르헨티나의 효자,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 여자들이 그렇게 예쁘다는 게 사실이야?” SNS 메시지로 미국인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처음 듣는 소리지만 아마 외국인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나 싶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외모를 자세히 살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잘 기억나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아르헨티나에선 왠지 여행객만 본 것 같았다. 그것도 독일, 영국,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인의 피가 섞인 내 미국인 친구와 닮은 백인 여행객들을. 한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었기 때문에 중남미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과 에스파냐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소도 분명 있을 텐데 기억나는 얼굴이 없었다. 갑자기 아르헨티나인의 진짜 외모가 궁금해졌다. 물론 머리칼, 눈동자, 피부색은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제각각이겠지만, 평균적인 이미지와 느낌을 알고 싶었다.

마침 엘 칼라파테의 중심가 리베르타도르 대로AV Libertador의 초입 공터엔 많은 사람이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비보이처럼 와일드하고 경쾌하게 스텝을 밟다가 높이 점프하거나 물구나무서는 고난도의 동작들을 연습하고 있었다. 남다른 탄력을 지닌 그들의 피부색은 대부분 하얬다. 서양인이 동양인을 볼 때 어느 나라 사람인지 쉽게 구별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세세하게 비교가 가능한 것처럼, 미국인 친구와 그 집단은 여러 나라의 백인 중 이들의 외모가 훌륭한 측에 속한다고 평가를 내린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난히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많은 아르헨티나다) 파리를 모델로 지어 올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렇다 치고, 파타고니아 원주민의 땅이었던 엘 칼라파테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어쩜 이렇게 인종이 싹 물갈이될 수 있었던 건지 흥미로웠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비슷한 역사를 가진 다른 국가들, 이를테면 멕시코나 칠레, 페루 등에 비해 백인 비율이 월등히 높다. 전체 인구의 약 85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메스티소는 11퍼센트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그 이유는 독립 후 국가를 새롭게 건설할 때 내세운 모토의 차이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그것은 무엇보다 ‘유럽다운’이었다. 유럽을 모델로 법과 사상 등을 체계화시켜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개화하려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파타고니아의 원주민들이었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양국에 걸쳐 있는 콜로라도 강 이남 지역으로 안데스 산맥과 넓은 고원, 평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한 나라이긴 하지만 파타고니아 원주민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보다 비슷한 문화권인 칠레의 원주민과 더욱 긴밀했다. 모든 관계를 끊고 오랜 시간 다져온 문화를 하루아침에 버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신세계 건설에 걸림돌이 되어버린 파타고니아 원주민을 말살하고 터지를 몰수하기에 이른다.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토지는 소를 키우는 가우초의 땅으로 변신해 한때 아르헨티나가 세계 10대 강국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는 사정이 좋지 않다. 여행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건 불안정한 경제 때문에 성황을 이루는 암 환전 시장이다. 남미를 여행할 땐 미국 달러를 가져가 그때그때 환전해 쓰는 것이 진리인데 여행할 당시 암 환전을 이용할 경우 공식 환율보다 대략 두 배의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반값으로 여행하는 셈이다. 그나마 지금 아르헨티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건 파타고니아와 이과수 폭포를 중심으로 내세운 관광산업이다. 특히 남극의 길목이기도 한 파타고니아는 겨울을 제외하고 항공권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예나 지금이나 아르헨티나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1 엘 칼라파테 사람들의 쉼터인 니메즈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2 이런 자연 속에서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는 그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3 엘 칼라파테에는 푹신한 들판에 자리 잡은 목가적인 건물이 많다. 
4 5 은행부터 대형 마켓, 레스토랑, 기념품 숍, 여행사
등 주요시설이 몰려있는 엘 칼라파테의 중심가 리베르따도르 대로. 
6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액세서리 숍을 운영하는 아티스트. 물통과 마테 잔은 아르헨티나인의 필수품이나 마찬가지이다. 

움직이는 빙하, 페리토모레노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계절, 날씨, 시간, 상태 등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는 게 여행이다. 그래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연 덩어리 파타고니아 같은 곳을 찾을 땐 절대적인 운이 따라야 한다. 만약 유난히 비를 몰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라면 그 저주를 풀어줄 무언가 필요하다. 부적이라도 받아오란 소리가 아니다. 해결법은 뜻밖에 단순하다. 여행 기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날씨 좋고 바람도 잦아든 날을 콕 집어 실패할 확률 0퍼센트인 빙하 투어를 떠날 수 있다.

엘 칼라파테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 국립공원인 로스 글라시아레스Parque Nacional Los Glaciares로 가는 베이스캠프이다. 보통 빙하가 형성되는 고도는 2,500미터 이상이다. 반면 엘 칼라파테의 빙하들은 1,500미터에 위치한다. 저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건 남극에 가까운 위도 덕분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이 국립공권엔 페리토모레노, 웁살라, 스페가찌니, 세코 등을 포함한 47개의 거대한 빙하가 있다. 그중 페리토모레노Graciares Perito Moreno는 엘 칼라파테에서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빙하로 배를 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데다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어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페리토모레노 빙하가 특별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빙하가 제자리에 머물러 녹는 반면 폭 5킬로미터, 높이 60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루에 가장자리는 40센치미터, 중심부는 2미터씩 아르헨티나 호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엘 칼라파테를 출발한 페리토모레노 투어 버스가 처음 들른 곳은 전망대였다. 다양한 각도에서 빙하를 볼 수 있도록 높은 전망대와 낮은 전망대로 나뉘어 산책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아직 빙하와 만나는 호숫가에 닿지 못했지만, 빙하는 멀리서도 강렬한 포스를 풍겼다. 마치 수만 개의 뾰족한 머리를 가진 괴물이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나와 물결치며 인간세계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얼음의 파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눈이 축적되어 쌓인 시간의 흔적이다.

하지만 차갑고 단단한 이 시간들은 내 눈앞에서 뚝뚝 끊어졌다. 페리토모레노 빙하 역시 지구 온난화로 녹고 있는 것이다. 한 시간에도 여러 차례나 몸 이곳저곳이 떨어져 나갔다. 그럴 땐 비명이라도 지르는 것처럼 콰앙-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겹겹이 쌓아올린 긴 세월이 옥빛 강으로 흡수되어 천천히 흘러갔다. 빙하에는 미안한 소리지만, 사람들은 내심 더 큰 덩어리가 떨어지길 기대하며 한참 동안 난간에 매달려 있다 떠나곤 했다. 빙하의 죽음이자 물로서의 탄생의 순간이 희귀하고 멋진 볼거리임은 분명했다. 아마 마음속에 쌓여있던 케케묵은 먼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희열도 느꼈을 것이다. 정말 운이 좋을 때는 빌딩처럼 커다란 빙하의 면이 떨어져 나가며 큰 파도가 치거나 구멍이 뚫려 터널을 이루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얼음 위에서 발견한 순수의 결정체

오후에는 배를 타고 회 푸른색의 오묘한 강을 거슬러 올랐다. 전망대 반대쪽에 있는 페리토모레노의 또 다른 기슭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저 멀리 선명한 아쿠아 색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와 달리 동등한 높이에서 대면한 빙하는 거대한 장벽 같았다. 사뭇 다르게 보였지만 예민하게 뾰족 솟은 머리는 반대편의 연장선이 분명했다. 하늘엔 대조적으로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부드러운 구름이 흩뿌려져 있었다.

배에서 내려 빙하 위를 걸어 다닐 채비를 꾸렸다. 미끄러운 녀석의 몸을 개미처럼 야무지게 오르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신고 있는 등산화에 아이젠을 꽁꽁 묶어 장착하고 중요한 기술 하나를 습득했다. 화가 난 만화 속 캐릭터가 발을 높게 들어 땅을 차듯, 얼음을 콩콩 찍으며 과장해서 걷는 것이었다. 처음엔 혹시 발을 잘못 디디면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이제 막 다리가 생긴 인어처럼 삐걱거리고 걸음에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며 풍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빙하의 하얀 등은 울퉁불퉁하지만 매끄럽고 차갑지만 따스했다. 얼음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와 햇볕의 열기가 표면에서 부딪치며 눈부시게 반짝였다. 가끔 뜨거움이 우세한 곳에는 빙하의 속살이 드러났다. 마치 칼에 베여 피가 나는 것처럼 아쿠아 빛 고랑에서 투명한 물이 졸졸 새어 나왔다. 사람들은 배낭에 챙겨온 페트병을 꺼내 물을 받았다. 그리곤 마법의 수프라도 마시는 듯 천천히 음미했다. 순수의 결정체가 몸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지구의 상태가 좋을 때 냉동 보관해 놓은 특급 청정수였다. 눈이 되어 내리자마자 얼어 봉인된 수만 년 묵은 약수였다. 그래서 트레킹 마지막에 자축하며 마신 위스키 온더락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술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엘 칼라파테에서는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빙하수를 마시며 바람 속에서 며칠을 더 쉬었다. 삼십여 년의 인생을 살면서 나도 모르게 더럽혀진 마음과 몸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일상이 있기에 여행이 더욱 값지다고 생각한다. 남미 여행을 마치면 물론 그 일상으로 담담하게 돌아갈 테다. 다시 세상을 끌어안고 그 안에서 뒹굴며 살게 될 테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곳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래서 엘 칼라파테를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이 하나 생겼다. 이곳의 지명이기도 한 검푸른 야생 베리를 찾는 것이었다. 이 열매를 먹으면 다시 파타고니아로 돌아온다는 전설을 믿는다.

여유 속을 유영하다 보면 새로운 도전이 그리운 법이다. 파타고니아의 좀 더 깊은 야생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일인용 텐트를 짊어지고 엘 찰텐의 산속에서 밤을 보낼 예정이다. 약간 즉흥적인 기분에 휩싸여 내린 결정이지만,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1 가우초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을 입은 페리토모레노 국립공원의 직원.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친절하다. 
2 페리토모레노 전망대의 산책로. 여러 각도에서 빙하를 바라볼 수 있다. 
3 페리토모레노 빙하가 속한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도. 
4 아이젠을 장착하고 미끄러운 하 위를 오르는 사람들. 
5 아쿠아 색의 페리토모레노 빙하. 카메라로는 그 순수한 색감을 온전히 담기 어렵다. 
6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술. 수만 년 묵은 빙하를 넣어 만든 위스키 온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