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ea

모레아를 모르시나요? 세 번째 섬은 타히티와 보라보라의 명성에 가려 이름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모레아다. 타히티에서 페리를 타면 40분 만에 닿는 곳. 보라보라의 뺨을 스칠 정도로 판타스틱한 물빛을 발사하는 곳. 진정 아는 사람은 타히티와 보라보라보다 모레아를 리스트 맨 꼭대기에 적는다.

Mo’orea

사실 이번 프렌치 폴리네시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다름 아닌 모레아였다. 비행기로 타히티에 도착한 후 다시 페리를 타고 40분 만에 이른 섬. 파페에테에서 바닷길로 단 17킬로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모레아의 존재를 잊고 산다. 아니, 애초부터 알지 못한다. 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레아에 아주 흠뻑 반하고 말았다. 보라보라는 워낙 특별한 곳이기에 비교하기가 껄끄럽지만, 보라보라의 뺨을 칠 정도는 아니어도 뺨을 슬쩍 스칠 정도는 되는 곳이 모레아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없는데다가 보라보라의 럭셔리함에 지불해야하는 엄청난 돈도 다소 절약되기에 진정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아는 사람은 타히티와 보라보라보다 모레아에 더 많은 신경을 쏟는다고 했다. 아마도 그들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 섬의 이름보다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섬을 찾고 싶은 이들이리라. 모레아는 그런 여행자들에게 보라보라 못지않은 천국인 셈이다.

모레아도 정말 예뻐요

직접 겪은 모레아Mo’orea는 의외였다. 타히티와 보라보라의 대단한 명성에 가려 이름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뿐. 입을 다물 수 없는 에메랄드빛 라군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동한 것이 아니라, 모레아는 그야말로 엄청난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섬을 몰랐던 나를 비웃었지만, 많은 한국 여행자들은 나와 비슷할 거다. “정말? 이름이 모레아라고? 흠. 그 섬이 그렇게 예쁘다는 말이지.”하고. 허니무너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은(물론 그들도 연인이나 부부, 혹은 가족 단위다. 배낭여행자 스타일은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전형적인 한국스타일처럼 보라보라 섬만 고집하는 게 아니므로, 타히티에 머물며 원데이 투어 방식으로 모레아를 오가기도 한다.

모레아는 인구 1만 8천명이 거주하는 소시에테 제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섬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황홀한 자연인데, 많은 사람들의 손까지 타지 않았으니 순수한 미모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특히 라군의 물빛이 고운 옥색으로 아름다우며 맑고 투명할 뿐 아니라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아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보라보라처럼 상어와 가오리들과 수영할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도 운영되고, 다이빙하기 좋은 스폿도 여럿이다. 물론 섬 곳곳에 오버워터 방갈로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럭셔리한 리조트들이 꿈꿔왔던 휴양지에 대한 환상욕구를 변함없이 채워준다.

다소 이 섬의 특이한 점은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펜션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 럭셔리한 리조트와는 전혀 다른 로컬 분위기 물씬 풍기는 B&B 스타일 말이다. 언젠가 프렌치 폴리네시아가 허니무너가 아닌 다른 타입의 여행자들도 여행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는 분명 소시에테의 가장 핫한 섬이 모레아가 될 것 같다. 나도 다음번에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찾을 기회가 온다면 타히티도 보라보라도 아닌 모레아에 짐을 풀고, 모험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까.

1 타히티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거리에 있는 모레아. 저 멀리 보이는 섬이 바로 타히티다. 
2 수영장 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커플. 
3 모레아의 물빛은 감동적, 오버워터 방갈로는 환상적. 보라보라의 명성에 가려져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모레아를 찾는다. 
4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리조트 직원. 화려한 꽃문양 유니폼에 덩달아 흥이 난다. 
5 힐튼 모레아 리조트의 해변에서 독서하며 일광욕 중인 비키니 걸.

Mo’orea

섬 내륙 깊숙이 보물을 찾아서

알면 알수록 모레아의 매력은 보물찾기와 같다. 자꾸만 무언가 재미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리조트와 라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 섬의 내륙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해변에 누워서도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모레아의 내륙은 열대 우림처럼 울창하고 녹음이 짙다. 바다의 내음보다는 숲의 싱그러운 향기가 공중에서 맴도는 것 같을 수준까지 말이다.

탐험가의 기질이 있다면 사륜구동차를 타고 반나절동안 내륙의 주요한 하이라이트를 돌아보는 사파리투어에 참여하자. 리조트에서 여행자들을 픽업한 트럭은 가장 먼저 매직 마운틴Magic Mountain이라고 불리는 언덕으로 달려간다. 짐칸에 설치된 딱딱한 의자에 앉아 덜컹덜컹 아찔하게 산을 오르는데, 엉덩이는 조금 아파도 마지막에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라 참을만하다. 고작 209미터의 구릉일 뿐이라도 섬 북쪽의 환상적인 풍광을 360도로 조망하는 기분이 짜릿하다. 그 다음은 바닷바람을 헤치고 달리는 시원한 드라이브의 연속. 라군 옆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고, 또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빵나무와 빨간 히비스커스 꽃의 무리 사이를 지나다가 내륙으로 깊숙이 진입하면 이내 로투이Rotui 산이 등장한다. 정확하게 벨베데레Belvedere라고 부르는 전망대에 서면 엽서처럼 퍼펙트한 풍광이 시야에 들어차니 그 포인트를 찾아보길. 왼쪽으로 보이는 산은 마우와푸타Mouaputa로 태생이 화산인지라 현무암 재질의 거칠고 뾰족하게 솟구친 산의 라인이 남성적이고 터프하다.

고대의 마레Marae를 찾아볼 수 있는 깊은 숲속의 오푸노후 계곡Opunohu Valley도 주요 코스 중 하나다. 마레는 18세기 선교사들이 들어오고 유럽의 영향을 받기 전까지는 기도하거나 재물을 바치던,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주요한 종교역할을 했던 장소다. 지금은 마치 숲속에 방치된 한 무더기의 돌담 같긴 해도 이들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고고학 유적지다. 대부분의 섬에서 마레를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귀한 건 라이아테아Raiatea 섬의 마레 타푸아테아Marae Tapuatea다. 마레 주변의 숲을 산책하면서 개울과 폭포를 찾아볼 수 있으나 트레일이 정비되어 있지 않아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헤매는 재미가 있다. 단, 모기가 엄청나게 많으므로 긴 옷과 모기퇴치 스프레이는 필수다.

사륜구동차는 잘 정렬된 앙증맞은 밭들도 줄기차게 지난다. 탐스러운 열매가 풀숲에서 솟아나는 파인애플들의 밭이다. 과거 말린 코코넛 과육, 바닐라, 코프라를 주요 작물로 했던 모레아는 현재 파인애플 농업에만 집중해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파인애플 생산으로 톱으로 꼽히고 있다. 사파리 투어의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도 역시 파인애플로 만든 와인이나 리큐르 등을 만드는 곳, 양조장&푸르트 주스 공장Distillerie et Usine de Jus de Fruits de Moorea이다. 상큼한 파인애플 주스를 기본으로 패키지도 예쁘고 맛도 달콤한 칵테일 펀치인 타히티 드링크Tahiti Drink도 맛볼 수 있다.

1 벨베데레 전망대에서 바라본 로투이 산의 웅장한 풍경. 
2 연인들이 거대한 나무 사이를 비집고 트레킹하고 있다. 길이 잘 닦여있지 않아 모험심이 요구된다. 
3 사륜구동차를 타고 하는 사파리투어. 
4 돌로 차곡차곡 쌓은 ‘마레’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전통적인 사원이다. 
5 가문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고 있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문신.
6 최고의 전망을 찾는다면 벨베데레로! 
7 자전거타고 도로를 달리는 여행자. 
8 9 모레아 곳곳 펼쳐지는 파인애플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