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a :: Calgary Calgary Play

캘거리 플레이

앨버타 땅에서 가장 먼저 만난 도시, 캘거리. 서쪽의 로키 산맥과 대조되는 동쪽의 대평원 위에 조성된 도시는 뭔가 꽉 차 있는 듯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그 위에서 앨버타의 첫 맛을 살짝 보았다. 매주 소풍 나가고 싶은 서부 캐나다 스타일의 민속촌 헤리티지 파크부터, 신나는 쇼핑과 나이트라이프가 기다리는 다운타운의 심장부까지. 시원시원한 길과 도로 위를 걷고, 자전거로 달리면서 보아하니 이 도시에는 단순하고 화통한 매력이 있다. 첫 만남부터 다 보여 주는 내숭 없는 그대, 캘거리와 놀자!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www.kr-keepexploring.canada.travel, 한진관광 www.kaltour.com

1 농장에서는 8월이면 헤리티지 파크만의 로데오 경기도 열리는데 그 인기가 꽤 높다. 
2 4 그렌모어 저수지 위를 30분쯤 빙 두르고 마는 크루즈이지만 공원의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과, 그냥 그 풍경 자체가 아름답다는 점만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3 이 ‘프린스 하우스’는 벽돌 하나하나에 번호까지 매겨 그대로 운반해 똑같이 복원해 낸 역사적인 건물이다. 가끔씩 출몰하는 귀신 때문에 ‘고스트 하우스’로 더 유명하기는 하지만. 
5 소년과 소녀, 새하얀 염소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6 ‘허드슨 베이 컴퍼니 모피교역요새’에 만난 조지는 가게의 가죽 제품과 목제공예품들을 모두 손수 만드는 장인이다. 
7 철길 마을에서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사탕 가게. 
8 뽀얀 가을밀밭의 풍경이 눈부시다. 
9 공원의 기열차에는 캐나다 내셔널이라는 회사 이름이 크게 적혀 있다. 또 기차 속의 멋진 노신사 직원들은 실제로 철도회사에서 퇴직한 사람들.

서부의 과거를 추억하며, 헤리티지 파크Heritage Park
“전이곳의 헛간 하나를 빌려 결혼했어요. 어찌나 아름다운 날이었는지!” ‘헤리티지 파크’에서 만난 활달한 그녀 재키는 이 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그 날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한 눈치다. 캘거리 다운타운에서 차로 15~20분 정도면 나타나는 ‘헤리티지 파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서부 캐나다 사람들의 마을 속으로 떠나온 듯한 공간이다. 전원적이고 소박했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과거 생활 방식을 정직하게 재현해놓은 덕분에 마치 도시에서 한참 떠나온 모두의 작은 고향과도 같다.

특히 공원 전체를 감싸고 있는 그렌모어 저수지는 이 마을을 더 평화롭게 만든다. 일단 공원 입구에서 증기열차에 올라탔다. 저수지의 풍경이
더 제대로 드러나는 공원 뒤편의 ‘철길 마을’로 들어서기 위해서. 공원 내에 3개의 정거장을 부지런히 순회하는 이 열차는 단순한 꼬마 열차가 아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철도 회사 ‘캐나다 내셔널’에서 제작한 정통 증기열차이다. 공원을 빙 두르며 도착한 철길 마을은
헤리티지 파크 나들이의 꽃이다. 방문객들이 색다른 즐거움을 즐길 수 있도록 작게나마 마련해놓은 놀이공원과 함께 빈티지한 아이스크림 가게, 커피숍 음식점 등 일일이 서부 캐나다만의 스토리를 담아 세운 건물들이 함께 이루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을 앞의 선착장에서는 저수지를 슬쩍 유랑하는 크루즈도 하루에 8번 운행된다.

저수지의 황홀한 햇빛에 촉촉이 젖은 상태로 그저 발길 따라 걸어보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선 ‘번사이드 목장’은 그 초입부터 가을밀밭이 황금빛으로 펼쳐져 있다. 본래 혹독하고 긴 겨울을 나는 앨버타 캘거리에서는 봄에 작물을 심고, 여름에 수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을밀은 가을에 씨를 뿌려 이듬해 여름에 수확하는 몇 안 되는 곡식이란다. 수확철이 다가온 이유인지 유독 뽀얀 밀밭이 주변의 헛간 건물들과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밀밭 맞은편의 울타리 안에는 큰 강아지와도 같은 수소 ‘허비’와 ‘앤’과 ‘길버트’라는 두 마리 염소의 목초지가 마련되어 있다. 손님이 주변으로 모이면 가끔씩 직원들이 근처에서 꺾은 나뭇가지와 함께 들어가는데, 서로 먹겠다고 직원에게 엉겨 붙는 녀석들이 꼭 강아지 같았다. 본래 많은 주민들이 농업과 목축업을 기반으로 삶을 꾸려 나갔던 남부 앨버타의 과거를 이토록 행복하게 재현해놓았다니. 헤리티지 파크의 강점은 이런 자연스러움이다. 공원에서 기른 채소와 직접 양봉해 구한 꿀들을 레스토랑의 식재료로 사용하고, 밭에서는 실제로 가을밀을 수확하며, 여름이면 모두가 열광하는 로데오 축제까지 열지만 실제로 축제가 자주 열리는 마을처럼 존재하는 그런 자연스러움 말이다. 그렇게 딱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왜 이곳에서 결혼식을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건지 끄덕끄덕 이해가 된다.

알고 나면 누워서 떡 먹기, 캘거리 길 찾기
캘거리 다운타운은 거의 모든 길이 획일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마치 줄자로 가로와 세로 직선들을 일정한 크기로 촘촘히 겹쳐 그린
도안과도 같다. 그러니 고개를 바짝 들고 스트릿 표지판에만 집중한다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다.
먼저 다운타운은 총 4구역으로 나뉜다. 북서(NW, North West)와 북동(NE, North East), 남서(SW, South West)와 남동(SE, South East). 네 구역 중 남서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더불어 북남 방향의 세로로 난 길은 스트릿(St, Street)이며 동서 방향의 가로로 난 길은 애비뉴(Ave, Avenue)이다. 스트릿은 숫자가 동쪽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다운타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스트릿의 숫자가 커진다. 또 애비뉴의 숫자는 북쪽에서부터 시작되므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애비뉴의 숫자가 커진다. 모든 길들의 이름은 이 모든 부분을 표시하며 2nd Ave SW, 17th Ave SE와 1st St SW, 10th St SW 등으로 가리킨다. 이때 첫 번째 길이 두 번째 길보다 다운타운의 북쪽에 위치하는데 애비뉴의 경우는 동서
가로로 뻗어 있는 길이기 때문에 표지판을 본 구역에 따라 같은 길에서도 SW와 SE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을 수 있다. 또 세 번째 길은 네 번째 길보다 도심의 동쪽에서 세로로 이어지며, 네 번째 길은 보다 훨씬 서쪽이다. 참고로 다운타운 속 열 개의 스트릿은 모두 SW구역으로 표시된다.

캘거리 타워Calgary Tower
도시의 랜드마크인 캘거리 타워를 빼먹을 수는 없다. 밤이면 마치 홀로 둥둥 떠 있는 UFO만 같아 보이던 타워의 전망대. 땅에서부터 191미터
높이로 지어진 타워는 캘거리의 전경을 가장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전망대의 일부분은 ‘360도 뷰포인트’로 바닥까지 온통 유리로만
덮여 있어, 그 위에 191미터 높이에 선 채로 아슬아슬한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애초에는 이를 만만하게 여기며 이 정도
쯤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전망대에 올라 그 위에 발을 디디려고 하니 손에서 땀이 쭉 솟더라. 물론 무수한 시도 끝에 겨우 인증샷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다. 전망만큼은 언제나 아찔하다. 세련된 빌딩 숲의 다운타운은 물론이고, 저멀리 지평선에는 로키 산맥이, 또 풀만 자라나는 대평원의 귀퉁이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뻗어 있는 철도선로도 함께.
1967년에 처음 지어진 이 타워는 캘거리 내에서는 ‘The Bow’ 빌딩 다음으로 높은 건물이다. 그 까마득한 높이에도 1층에서 단 62초만에 전망대에 도착하는 엘리베이터가 18대나 운행 중이니 아무리 매표 줄이 길었어도 올라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지 않는다. 쨍한 대낮에 방문한다면 가장 깔끔한 경치를 감상할 것이고, 맑은 날의 해질녘에 방문하면 로키 산맥까지 주황빛으로 물드는 절경을 붙잡을 수 있다.

스티븐 애비뉴Stephen Avenue
캘거리에서 항상 사람 구경을 재밌게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스티븐 애비뉴다.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며 보행자 전용 도로이기에 널찍한 길 위로 마구 활보할 수 있다. 다운타운의 중심인 8th 애비뉴와 3rd 스트릿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길을 따라 낮게 세워져 있는 건물들이 퍽 고풍스럽다. 이는 과거에 노스힐 파크 인근의 땅에서 구해진 사암들을 스티븐 애비뉴의 건물들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한 덕분이다. 정겨운 건물들에는 쇼퍼홀릭들을 유혹할 만한 다양한 기념품점과 기프트숍이 들어서 있고, 인근에서 ‘TD 스퀘어’와 같은 큰 쇼핑센터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캘거리를 찾은 여행자라면 꼭 한 번쯤은 걷게 되는 곳이다.

켄징턴Kensington
켄징턴은 도시에서 가장 바쁜 다운타운에서 북서쪽으로 살짝 떨어져 있다. 10th 스트릿을 따라 보우강 위의 루이즈 다리Louise Bridge를 건너면 바로 켄징턴 로드가 시작된다. 이곳은 아기자기한 매력의 숍과 레스토랑들이 골목골목에 자주 들어서고 있는 동네다. 일직선의 시원한 도로들이 쭉쭉 뻗은 다운타운과는 살짝 달리 골목을 헤매며 보석 같은 나만의 장소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인파는 부담스럽지만 아이쇼핑과 한가로운 사람 구경을 즐긴다면 싫어할 리 없는 지역. 내가 찾은 당시에는 ‘슬라이드 더 시티’라는 국제적인 행사가 켄징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해변가 도시처럼 수영복 차림의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으로 눈 호강도 했다.




자전거 자유 지대
뻥뻥 시원하게 뚫린 도심 속 도로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대환영이다. 특히 일요일 주말에는 도로가 텅 비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다. 다운타운 내에서는 자전거로 어디든 이동하기에 부담이 없지만, 이용하기에 편안한 자전거 전용 도로가 표시된 길들이 몇 군데 있다. 5th St과 12th Ave, 3rt Ave SW는 자전거 전용 도로의 구분이 확실한 편이고, 3rd Ave SW, 11st St, 남부 2nd st St에서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보우강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보우강 패스웨이Bow River Pathway에서는 자전거뿐 아니라 각종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좋다.

피스 브릿지 
프린스 아일랜드 파크의 오후
프린스 아일랜드 파크
보우강 패스웨이
10th 애비뉴에서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씨트레인
혹독한 겨울의 도보자들을 위해 만든 빌딩 사이의 브릿지

잉글우드에서 보물찾기

플랜트Plant

켄징턴보다도 더 빈티지한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동네를 찾고 있다면 잉글우드Inglewood로 나서라. 도심 남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 오래된
마을은 낡은 건물 속에 젊은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며 점점 그 매력이 짙어지고 있다. 캘거리에서 가장 귀엽고 예쁜 화분을 파는 가게 ‘플랜트’ 역시 이곳에 자리한다. 손바닥에 쏙 들어갈 작은 선인장 화분 하나에도 자신들만의 정성을 담아 독특한 디자인으로 완성시킨다.

주소 1335, 9 Ave SE, Calgary,AB T2G 0T2
문의 +1-403-585-4226,
www.plantterrariums.ca

스태쉬Stash

잉글우드에서 발견한 앙증맞은 뜨개질 숍을 소개한다. 이 귀여운 ‘스태쉬’는 뜨개질 바늘부터 방대한 종류의 털실, 단추, 각종 공예품까지 알차게 판매하고 있다. 포근하고 알록달록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길이 절로 향하는 곳이다. 뜨개질 인생만 15년이라는 이곳의 사장은 직접 뜨개질 수업을 열기도 한다. 매장 구석의 하얀 커튼 너머로 그 수업 현장을 힐끗 구경하기도 했다. 뜨개질을 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도 일단
한 번 가보라 권하고 싶다.

주소 1309, 9th Ave SE,
Inglewood, Calgary, AB T2G 0T9
문의 +1-403-457-0766,
www.stashlounge.com

켄트 오브 잉글우드Kent Of Inglewood

올드한 매력을 세련되게 해석해놓은 가게 ‘켄트 오브 잉글우드’는 캐나다 스타일 쉐이브 숍이다. 이들은 모든 남자들은 좋은 도끼와 훌륭한 위스키, 그리고 완벽한 면도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앨버타의 시골 마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버팔로와 사슴 박제가 사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지만, 방문한 이가 둘러보기 편하도록 잘 디스플레이 해놓은 물건들을 보면 여자조차도 구매욕을 일으킨다. 매력적이면서 캐나다 스타일이 깃든 물건을 찾는다면 이곳이 답이다.

주소 1319, 9 Ave SE, Calgary,AB T2G 0T2
문의 +1-403-457-1595,
www.kentofinglew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