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Peru

The real stifling Peru 진짜 숨막히는 페루

여행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일생에 한 번은 갈 기회가 있을까 하는 나라가 있었다. 아직 갈 기회가 없었던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그리고 페루의 마추픽추가 바로 그런 나라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중 페루에 갈 기회가 생겼다. 비록 미식 기행이라는 특정한 테마였지만 페루를 이해하는데 미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마Lima와 쿠스코Cusco를 거쳐 숱하게 경험했던 행복한 미식 기행과 신비의 마추픽추Machupicchu까지 그야말로 흠뻑 빠져들었던 페루. 국민 요리인 ‘세비체Ceviche’와 식전주인 40도의 ‘피스코 사워Pisco Sour’ 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그야말로 식도락가는 물론 여행가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SSU CHOI 취재협조 페루정부관광청

아모르 공원에서 태평양을 바라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무초 구스또!

사실 언제고 한 번은 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페루는 오로지 마추픽추 뿐이었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맹목적이고 생각 없는 기대감일테지만, 그저 마추픽추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기대감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낀 것은 AA를 타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이었다. 달라스까지 14시간의 비행과 달라스 공항에서 6시간 대기 후 다시 페루 리마까지 7시간의 비행이라는 어마무시한(?) 장거리 여행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리마의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Jorge Chavez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입을 맞추고 싶을 정도로 기쁨과 고통이 혼재한 상태였고 심지어 견뎌 냈다는 성취감 마저 느껴질 정도였으니…… 정말 멀고도 먼 페루!
어쨌든 “올라 페루! 무초 구스또Hola Peru! Mucho gusto! (안녕 페루! 만나서 반가워!)”

1 신시가지의 중심지인 미라플로레스. 절벽에 건물들이 아슬아슬하게 있는 것이 특징.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태평양에 인접해 있어 날씨가 좋지 않은 것이 아쉽다. 
2 바랑코 지역의 번화가. 여기에 B Art Boutique Hotel이 위치하고 있어 주변에 아트갤러리와 디자인샵이 많이 있다. 
3 절벽 위의 아파트. 미라플로레스의 해안 지역은 이처럼 공사로 깎여 나가서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다. 안전 문제는? 별로 없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말
4 케네디 공원으로 가다 보면 이처럼 시내에 공원이 잘 조성돼 있다.
5 바랑코에 있는 연인의 다리. 이뤄질 수 없는 청소부 소년과 부호의 딸이 내뱉던 한숨 소리가 다리를 건널 때마다 들린다고 해서 한탄의 다리라고도 한다. 이 다리를 건널 때 숨을 참고 끝까지 걸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6 리마 시내의 교통은 거의 우리의 퇴근 시간 대의 강남과 비슷하다. 차가 많아도 너무 많아 매연이 심한 것이 안타까울 정도. 
7 여자 분 앞에 있는 남자 분이 바로 남자 차장 분. 타고 내리는 걸 도와주고 요금도 받고.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리마의 첫 인상은 뿌연 안개가 낀 흐린 날씨와 깎아지른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건물들, 도로를 꽉 채운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 등으로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매력적인 태평양을 끼고 있는 도시지만 이 때문에 뿌연 안개의 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니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감정 때문에 조금은 복잡하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는 언제나 세계로부터 몰려드는 수많은 나라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서울 강남의 무자비한 교통난에 버금갈 정도로 리마의 시내는 항상 자동차와 버스들이 울리는 경적 소리로 가득하다. 대중교통 수단이 아직 체계화 돼 있지 않아 택시는 미터기가 없으며 불법과 합법이 함께 운행하며 버스도 합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요금을 흥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전용 버스 라인으로 운행하는 메트로 폴리타노라는 정상적인 버스도 있지만 목적지를 그때그때 차창에 붙여 놓고 승객을 태우는 콜렉티보Colectivo라는 미니 버스가 더 많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남자 차장이 있다는 사실. 만원 버스에서 능숙하게 승객들을 컨트롤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네 80년 대 버스 안내양 분들이 떠오른다.

리마는 스페인의 식민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구시가지의 경우 볼 거리가 많지만 빈곤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 여행시 주의를 요하는 지역이 많다. 반대로 부유층이 많이 사는 신시가지는 세련된 쇼핑몰과 호텔 등이 많으며 치안 유지가 잘 돼있다.
리마시의 시장 아래 43개의 관할구마다 구청장 체제로 유지가 되며 재산세를 1년 중 한 번 내게 돼 있지만 구마다 편차가 있다고. 사회복지제도는 아직까지는 지방의 극빈곤층에게만 혜택이 있으며 실직자들을 위한 수당이 없다고 한다. 미식 기행이 목적인 지라 구시가지를 제대로 돌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신시가지의 상징인 미라플로레스Miraflores로 이동하니 깎아지를 듯한 절벽과 5km의 거리로 길게 펼쳐진 해안도로 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중상류층이 사는 신시가지의 대표적인 곳답게 꽤 멋진 부티끄, 레스토랑, 바가 많이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태평양을 가까이 보기 위해 다가서니 키스하는 커다란 연인의 동상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사랑의 공원이라 불리는 아모르공원Parque del
Amor으로 형형색색 타일로 치장된 담이 꽃 길처럼 이어진다. 사랑한다는 고백의 글이 곳곳에 적혀 있고 실제로 평일임에도 몇몇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현지 젊은이들이 데이트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달라고 시에 요구한 끝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은…… 시간만 된다면 일몰 시간대에 와서 해지는 태평양의 장관을 꼭 보기를 바란다. 그것도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말이다. 특히 이곳의 핫이슈는 바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모르공원의 빈 공터에 패러글라이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날은 불행하게도 날씨와 바람이 맞지 않아 철수하는 길이었지만 평소에는 절벽 사이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다 못보고 가 안타깝지만 후에 방문하는 분들은 꼭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B Art Boutique Hotel

아모르공원을 나와 바랑코Barranco에 위치한 B Art Boutique Hotel로 이동했다. 이 호텔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리마 유일의 를레 앤 샤또Relais & Chateaux 계열이라는 점이다. 를레 앤 샤또는 전 세계 500여개의 럭셔리 부띠끄 호텔 연합 브랜드로 아트 갤러리가 있는 번화가 또는 주변 자연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부호들 및 예술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남미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그리고 페루에 를래 앤 샤또 부티끄 호텔이 있다. 500여개 중 355개가 유럽에 집중돼 있다고 하니 리마가 자랑할 만한 듯.
하룻밤 400불 정도로 대통령궁을 디자인한 프랑스 건축가가 이 호텔을 설계했다고 한다. 100년전에 가르시아 베도야Garcia Bedoya라는 부자가 휴양 별장으로 구입했다가 이를 리모델링해 2013년 4월에 오픈, 페루 부호들이 주말에 1순위로 방문을 희망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서로 디자인이 모두 다른 룸이 17개 밖에 되질 않아 치열한 예약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화이트 톤의 서재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으며 서재와 룸 사이를 연결한 공간은 천장을 높이고 벽을 만들어 레스토랑을 만들어 무척 이채롭다. 호텔 곳곳에 멋진 페인팅, 조각품, 오브제 등의 아트워크가 있어 마치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호텔 주변은 다양한 아트갤러리와 디자인샵이 밀집해 있고 태평양 또한 인접해 있어 명소로서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1~3 페루 부호들이 즐겨 찾는 리마의 유일한 를레 앤 샤또 계열의 호텔로 내부 장식이나 구조가 아트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특히 레스토랑이 인상적이다. 
4 를레 앤 샤토 브랜드. 
5 일국민식전주인 피스코 샤워를 만들어 주는 바텐더. 다양한 피스코 샤워가 있다니 페루에 가면 다양하게 마셔보면 좋을 듯.

꽃 청춘들의 흔적, 케네디 공원

마침 투숙하고 있는 호텔 근처에 꽃 청춘들의 흔적이 있는 케네디공원이 있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저녁식사 후 케네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워낙 꽃 청춘을 통해 잘 알려진 곳이다 보니 처음 방문했음에도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미라플로레스에서 가장 활기찬 명소로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가 열리는 대표적인 젊음의 광장이다. 꽃 청춘이 투숙했던 플라잉 독 호스텔 등 저렴한 숙소와 먹거리가 많아 수많은 여행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의 화려한 간판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저렴한 피자 골목도 있고 노천 바에서 맥주를 즐기는 여행객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 보인다. 숨가빴던 리마에서의 첫날 저녁이라 긴장감을 풀 겸 노천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오랜 비행시간과 생각만큼 좋지 않았던 리마의 날씨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이 노곤하게 풀어지는 듯 하다. 평일 늦은 저녁의 방문이라 촬영을 위해 다음 날 오전 일찍 다시 방문했더니 수많은 고양이들이 케네디 공원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게 아닌가. 다소 추운 날씨임에도 잔디밭에 웅크리고 잠을 자는 녀석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다. 하지만 여행자의 눈에 귀여워 보일 지는 몰라도 유기하는 사람들이 늘어 개체수조절 문제로 골치라고 한다. 공원 옆의 미라플로레스 시청으로 항의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 때문에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먹이를 주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한다. 공원에 자원봉사자가 있어 입양 의사를 표하면 고양이를 데려다 키울 수 있단다. 더 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미식 투어가 주 테마였기에 이제는 리마에서 즐겼던 환상적인 레스토랑 투어와 페루의 전국민 축제인 ‘2015 미스투라’의 생생한 현장을 공개한다.

6 케네디 공원 벤치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 고양이들이 많아서 심심하지가 않다. 
7 케네디 공원에서 구두를 닦는 노신사. 
8 케네디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을 방해하는 고양이들? 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애교도 부리고 친근하게 다가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9 늦은 노천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현지 주민들. 이곳이 꽃 청춘들이 투숙했던 플라잉 독 호텔 주변으로 저렴한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10 전화박스 뒤로 케네디 공원 입구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