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ica :: Nature

Way to Enjoy Jamaican Nature

바다, 폭포, 그리고 절벽. 자메이카의 자연을 즐기는 법

아름다운 카리브 해의 섬나라. 자메이카에는 가슴 시리게 찬란한 에메랄드빛 바다도 있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물에 빠지며 기어오르는 열대우림 속 폭포도 있으며, 누구라도 용기 내어 몸을 바다로 내던지게 만드는 거친 절벽이 있다. 자메이카의 자연은 가만히 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닌, 뛰어들어 마침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열정이 스며있다.
글과 사진 함희선 기자 취재협조 드림아일랜드 02-566-3612, dreamisland.co.kr

누구라도 자메이카를 찾는 이라면 가장 먼저 만나는, 그리고 가장 많이 머무는 몬테고 베이Montego Bay. 가장 큰 국제공항이 자리하고, 또 럭셔리한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들이 해안을 따라 줄을 맞추고 섰다. 무엇보다 치안이 훌륭한 지역인데다가 리조트마다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며 투숙객들을 관리하면서 여행자들을 독차지 하고 있다. 즐길 거리라면 오히려 다른 지역이 더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몬테고 베이는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자메이카의 첫 번째 목적지다. 몬테고 베이가 있는 북부 해안을 따라 환상적인 해변이 카펫처럼 펼쳐진다. 그 어떤 미사여구 없이도 어필하는 에메랄드 빛의 카리브 해. 암바사 같은 청량한 자태에 온몸을 텀벙 담그고, 그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유혹에 빠져든다.

베스트 비치 원, 몬테고 베이의 닥터스 케이브 비치

솔직히 리조트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이 액티비티나 쇼핑을 하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설 일이 거의 없다. 단, 닥터스 케이브 비치Doctor's Cave Beach라면 리조트 문밖 탐험을 추천한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몬테고 베이에서도 일등으로 이름을 올리는 해변이므로. 곱게 간 설탕을 흩뿌려놓은 듯한 고운 모래 너머로 마치 바다 안에 생수를 담아놓은 것처럼 투명하게 맑으며,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비현실적인 에메랄드 색을 발산하는 바다. 이름에 ‘닥터’가 들어가는 건 1906년 영국의 카이로프록터가 이곳 물이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부터다. 사실 같은 바닷물이 얼마나 대단한 치유 효과가 있는지는 믿을 수 없지만, 여기 해변에서 물장구치면 평소에 쌓였던 더러운 기운들이 정화되는 기분적인 변화는 장담한다.

닥터스 케이브 비치에서 놀기 위해선 6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해서인지 저절로 물관리(?)가 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돌아다니며 반강제식으로 기념품을 팔거나 마리화나를 찾고 있느냐며 귓가에 속삭이는 장사꾼들도 없다. 탈의실, 화장실, 샤워실을 비롯해 푸드 코트, 인터넷 카페, 워터 스포츠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파라솔과 비치 체어, 스노클링 기어 등을 빌릴 수 있다. 혹시 바다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술과 음악까지 바라는 이라면 해변 입구 바로 왼쪽에 있는 마가리타빌Margaritaville로 자리를 옮길 것. 오초 리오스와 니그릴에도 있는 프랜차이즈 바로 신나는 자메이칸 파티를 경험할 수 있다.

1 야자나무 아래 닥터스 케이브 비치를 멋지게 거닐던 미녀. 나는 잠깐 들리기만 했던 터라 참으로 부러웠더랬다.
2 워터 슬라이드를 갖추고 있는 레스토랑 겸 바, 혹은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장소 마가리타빌이다. 몬테고 베이를 비롯해 오초 리오스와 니그릴에도 지점이 있는 유명 스팟. 
3 누가 바다에 생수를 퍼부었나, 아찔하게 맑은 카리브 해. 샴페인 컬러의 고운 모래사장도 아름답다. 
4 안전 요원은 해변에 항시 대기, 스노클링 등의 물놀이 기어도 대여해준다. 
5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포스가 강한 여행자.

1 니그릴에선 다양한 워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2 뜨거운 태양 아래, 비치 체어에 나란히 누워 햇살을 만끽 중인 사람들. 
3 4 자메이카의 핫 플레이스 마가리타빌. 바다, 음악, 술, 음식 원하는 모든 것이 여기 있다. 
5 엄마와 아들이 정답게 서로를 마주 보며 저마다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6 서해 바다의 멋진 석양. 니그릴에서의 보낸 하루 중 하이라이트다.

베스트 비치 투, 니그릴의 세븐 마일 비치

북부와 동부가 여유롭고 느긋한 휴양지 분위기라면 자메이카의 서부는 같은 풍경을 가지고도 다소 발랄하고 생기를 띈다. 아마도 1970년대 초반 히피들이 장악했던 당시의 느낌들이 곳곳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리라. 1959년이나 돼서야 처음으로 도로가 뚫려 바깥세상과는 꽤 오랫동안 단절의 삶을 살아온 동네. 서부의 니그릴Negril은 40년 동안의 관광 자원 개발로 많은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여행자들의 애정 하는 서부 해안에서 남쪽으로 멀어질수록 과거 전설적인 히피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어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상에 걱정 하나 없다는 듯 느긋하고, 몬테고 베이보다는 훨씬 자메이카스러운 니그릴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건 곱고도 긴 해변인 세븐 마일 비치Seven Mile Beach다. 아름다움이 지나친 카리브 해변이 12킬로미터나 시원스레 이어져서 ‘롱 비치’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여행사들의 브로슈어에 “지금 당장 카리브 해의 자메이카로 떠나세요!”라고 적힌 문구 옆에는 늘 세븐 마일 비치의 사진이 등장한단다. 몬테고 베이의 닥터스 케이브 비치가 마치 투명한 크리스털처럼 아찔하다면, 세븐 마일 비치는 비로소 진짜 자메이카 바다에 놀러온 듯한 흥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조금 더 커진 음악소리와 눈에 띄게 많아진 현지인의 숫자 때문일 테다. 긴 서부 해안을 따라 힙한 레스토랑과 바, 기념품 상점, 나이트클럽 등이 니그릴의 공기에 자유로운 숨을 불어넣는다. 야자나무 아래 고독한 일광욕을 꿈꾼다면 절대 피해야 할 곳이나 히피 정서에 마음을 풀고 자메이카식 흥에 취하고 싶은 이라면 당장 달려가야 할 해변이다.

던스 리버 폭포에서의 짜릿한 등반

국제공항과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의 조합, 휴양지로서의 자메이카의 핵심 여행지는 아무래도 몬테고 베이다. 그러나 의외로 자메이카 여행 가이드북을 살펴보면 표지는 오초 리오스Ocho Rios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은 던스 리버 폭포Dunn's River Fall.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 중에 하나로 꼽히며 카리브 해의 섬들을 오가는 대형 크루즈가 오초 리오스 항구에 정박하는 날이면 공휴일의 에버랜드만큼이나 북적거린다.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 청산유수를 외치며 오롯이 혼자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아마도 던스 리버 폭포는 당신의 취향이 아닐 테다. 너무나도 유명해서 고요한 날이 단 하루도 없으니 말이다.

몬테고 베이에서 동쪽으로 1시간 반 남짓. 북부 해안에 위치한 오초 리오스는 1494년 콜럼버스가 자메이카를 발견할 때 최초로 발을 디딘 지역으로 150년간 스페인에 지배당했다. 오초 리오스라는 이름도 ‘빠른 물’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변형된 것. 지명에 숨겨진 뜻처럼이나 오초 리오스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정말 많다. 그중의 톱이 바로 던스 리버 폭포다. 늘 인기를 등에 업고 있었지만 요즘 자메이카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외국인 여행자들뿐 아니라 로컬들까지도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여행을 오는 탓에 열대 우림에 둘러싸인 자연 폭포는 마치 으쌰으쌰하는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로 종종 빠져든다. 라임스톤으로 이뤄진 183미터로 길게 이어지는 계단식의 폭포는 그 자태 하며 천둥 같은 소리가 넘치는 위용을 보인다. 보통 산을 타고 올라 폭포를 마주하는 것과 달리 던스 리버 폭포는 입구가 있는 위쪽에서 해변이 있는 아래쪽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수십 개의 계단의 끝에는 폭포 물이 바다와 스르르 만나는 아름다운 해변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007 영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살인 번호>가 촬영되기도 했다.

던스 리버 폭포의 하이라이트는 등반이다. 계단처럼 형성된 바위를 하나씩 밟고 거친 물살을 거스르며 오르는데, 위험하거나 숨이 차는 익스트림 클라이밍 정도는 아니나 스릴이 넘친다. 하얀 물보라 아래로 발을 디디며 이동하면서 물웅덩이가 나타나면 뛰어들어 수영도 하는 거다. 완벽한 등반보다는 미끄러져 넘어지고 물에 빠지며 기어오르는 게 묘미. 해변에서의 강렬한 태양빛에 지친 이들에게 키 큰 나무들에 둘러싸인 시원한 폭포는 기쁨을 준다. 겁이 난다면 공원 가이드에게 약간의 팁을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은 폭포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어서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반대 손으로는 사람들을 잡고 이끌면서도 찰나의 흔들림도 없다. 탈의실, 화장실, 사물함, 의무실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아쿠아슈즈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을 비롯해 음식을 파는 노점도 있어서 하루 소풍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1 6 공식 입장시간인 9시가 넘어가면 자메이카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폭포를 향해 흥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2 폭포 등반을 축하하는 정상의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찰칵! 
3 라임스톤으로 아름답게 하얀 물살을 드리우는 던스 리버 폭포. 수영하고, 넘어지고 기어오르며, 그리고 다시 또 수영하는 재미가 있다. 
4 5 마치 테마파크와도 같은 폭포 공원 안에는 흥미로운 물건들을 파는 크래프트 마켓이 있다.

1 자메이카의 서부 해안, 니그릴의 거친 절벽 위에 앉아있는 건장한 청년 둘. 
2 3 로컬의 어린 소년들은 절벽에 매달려 여행자들 카메라에 찍힐 점프를 연출하고 팁을 받는다. 
4 릭스 카페에선 남녀는 당연하고, 어른 아이 상관없이 거침없이 점프를 한다. 다만 어린이들은 살짝 낮은 점프대에서. 
5 자메이카 로컬 청년의 기막힌 점프 순간. 해질녘의 어두운 카리브 해와 완벽하게 젖혀진 그의 몸이 조화가 무척 아름답다. 그의 왼손에 쥐어진 달러는 다른 여행자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청년을 점프하게 만든 원동력.

용기를 끌어 모아 절벽에서 점프를!

아찔한 절벽 끝에서 마치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너도나도 뛰겠다고 줄을 서서 뛰어내리는 통에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중에 떠있을 때면 기분이 묘할 정도다. 절벽의 높이는 어림잡아 10미터 남짓. 발아래의 바닷물도 철썩철썩 평온하지만은 않다. 안전요원이 한 명 대기하고 있다 한들, 어디서들 그런 용기가 폭발하는 건지.

니그릴Negril에 자리 잡은 릭스 카페Rick's Cafe. 이름만 카페일 뿐 여긴 보통 카페가 아니다. 깊고 짙은 카리브 해를 곁에 둔 제법 큰 규모의 야외 바와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는데, 방문객들의 대부분은 맨몸 점프를 체험 혹은 구경하기 위해 온다. 굳이 명명하자면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장소라 할 수 있겠다. 1974년 오픈한 이래로 니그릴을 찾아온 여행자라면 반드시, 심지어는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몬테고 베이에 머무르는 여행자들까지도 물어물어 놀다가는 곳. 마치 자메이카의 순례지처럼 말이다.

사실 말끔한 미국과 캐나다의 여행자들이 북부 해안의 몬테고 베이로 향한다면 다소 히피스러운 유럽의 여행자들은 서부 해안의 니그릴을 찾아간다. 과거의 서부 해안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키우며 생활했던 히피들의 집합소였더랬다. 현재도 가장 퀄리티가 훌륭한 마리화나는 니그릴에서 나온단다. 해변에 누워있든 아니면 거리를 걷고 있든, 현지인이 다가와 마리화나를 건네는 것도 아주 흔한 일이다. 물론, 그들에겐 합법이지만 우리에겐 불법이니 유혹당하지 말길. 결국 이런 고삐 풀려버린 망아지 같으며 히피스러운 분위기가 릭스 카페의 무모함과 환상의 짝꿍을 이루는 듯하다.

자메이카 여행에 흥분한, 혹은 카리브 해가 당기는 마력에 이끌린 사람들은 하루 종일 릭스 카페의 절벽에 올라 점프를 한다. 그중에서도 오후 3-4시가 절정이다. 가장 사람이 많은 시간대라 겁쟁이들마저도 서로에게 용기를 받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마구잡이로 뛰어내린다. 하이라이트는 다이빙 점프 세계의 프로라고 부를만한 로컬들이 절벽도 모자라 나무 장대의 꼭대기에 오르고, 기이한 자세로 빙빙 돌며 펼치는 작은 쇼. 풍덩풍덩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칵테일을 마시며 맥주를 홀짝거리는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그들의 용기와 예술성에 감동받은 이들의 팁 세례도 박스 안에 쌓여간다.

1 매일 낮 릭스 카페에서 펼쳐지는 작은 쇼, 자칭 다이빙 프로들의 점프다. 아찔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면서 곡예까지 부린다. 
2 피스, 러브, 릭스. 니그릴에 위치한 릭스 카페는 마치 자메이카의 필수 순례지인 것 마냥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불러 모은다. 
3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야외에 레스토랑과 바를 갖춘 릭스 카페. 
4 멋진 남자 너머로 보이는 하얀 등대는 자메이카 서부의 끝을 표시한다. 
5 릭스 카페의 절벽에서 사람들이 뛰어드는 현장. 물빛이 곱다. 
6 무려 10미터 높이의 절벽에서도 용기 있게 몸을 던지는 특별한 사람들.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줄을 서서 빠르게 휙휙 점프한다. 
7 뛰어내리는 자 뒤에는, 그들을 찍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