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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Beginnings, Theobroma Cacao in Tabasco

타바스코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

괴테, 찰스 디킨스, 토마스 만 등 신이라 불리는 거장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초콜릿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칼 폰 린네가 카카오를 ‘신들의 양식’이라 명명한 건 어쩌면 미래를 내다본 것이 아니었을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카카오, 그 매력을 처음 발견한 중앙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을 따라가니 그곳에 멕시코가 있었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 자료제공 멕시코 대사관 관광청 02-749-9175, 리카르도 에스피노사(Ricardo Espinosa)

신들의 양식 카카오

스웨덴의 식물학자이자 분류학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칼 폰 린네Carl von Linne는 자신이 매우 좋아한 나무에 식물로선 다소 과분한 학명을
붙였다. 신들의 양식이라는 뜻의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 그는 카카오를 단순한 과학적 관찰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더 나아가 이로 만든 초콜릿이나 음료 등을 각종 통증을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귀중한 것으로 여겼다. 신들의 양식이라는 린네의 표현은 정말 그의 개인적 취향만을 담은 것이었을까. 카카오의 3천 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카카오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료를 통해 아메리카의 문명이 처음으로 카카오를 재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열매를 활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콜릿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그에 비해 재배환경은 매우 까다롭다. 열대 우림에서 자라지만 그중에서도 카카오 재배에 적당한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습도 80~90퍼센트, 연 평균 기온 25~28도, 강수량 1,500~2,000밀리미터인 지역에서 최상급 열매를 맺는다. 카카오는 카카오 과실에 들어 있는 카카오 종자를 건조한 것으로, 가공을 통해 코코아 분말과 초콜릿으로 재탄생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환경에서 잘 자란 카카오가 주는 보상은 오랜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거장, 전 세계인을 매료시킬 정도로 달콤했다.

멕시코 메소아메리카 문명에서 태어난 초콜릿

이 특별한 식물의 가공과 요리법의 기원은 중앙아메리카에 정착한 고대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오나무를 재배하고 열매를 이용했다고 알려진 최초의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올멕Olmec족이다. 올멕족은 베라크루스, 타바스코, 치아파스 등 멕시코의 중남부 지역에 정착한 거대 문명으로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400년까지 전성기를 누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카카오의 재배 및 요리의 전통은 올멕족에서 마야Maya족으로 이어졌다. 마야족은 현재 타바스코, 치아파스 주가 위치한 남동부의 고원 지역에서 카카오를 재배했는데, 귀족들의 기호식품 및 의약품 외에도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선 19세기까지도 카카오가 화폐로 통용됐다. 고도로 발한 올멕, 마야, 아즈텍 문명은 카카오로 특별한 음료를 만들었고 이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스페인 정복자들은 ‘초콜라틀Chocolatl’이라 불렀다. 초콜릿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카카오 외에도 설탕, 바닐라, 계피 등의 값비싼 향신료가 필요했고 그만큼 생산비용이 증가했다. 카카오가 16세기 유럽으로 유입된 이후에도 초콜릿의 배타적인 성격이 19세기까지 이어진 이유다. 초콜릿은 유럽에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됐는데 그 인기가 대단했다. 17세기 예수회 수사 중에는 라틴어 제목의 초콜릿 송가를 지은 이가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흔한 것이 초콜릿이지만 이를 향한 사람들의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카카오 따라 멕시코 여행하기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모습으로 초콜릿을 만날 수 있지만, 전통적인 수공방식의 초콜릿을 만나고 싶다면 멕시코를 여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베라크루스와 캄페체 주 사이에 위치한 타바스코Tabasco 주는 지금도 수공방식으로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타바스코 주는 3천 년 전 올멕족이 살던 곳이자 스페인 식민 시대까지 카카오가 집중적으로 재배된 곳이다. 타바스코 주에서 카카오의 매력을 발견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카카오 루트 투어에 참여해 카카오 농장을 방문하는 것. 가이드가 함께하기에 초콜릿 애호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카카오 재배 과정, 수확기 그리고 초콜릿 제조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카카오 루트 투어가 진행되는 곳 중 하나인 타바스코 중앙 지역에 위치한 촌탈파Chontalpa 지방은 과거 카카오 교역으로 부를 쌓은 곳이다. 스페인 정복 당시에도 카누를 이용한 교역망이 장악하고 있었을 정도이니 그 규모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나카후카Nacajuca, 할파 데 멘데스Jalpa de Mendez, 쿠필코Cupilco, 코말칼코Comalcalco 시를 중심으로 농장이 발달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멕시코 전체 카카오 수출량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

카카오 루트에는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농장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헤수스 마리아 농장Hacienda Jesus Maria. 수확기에는 주당 2천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카카오를 생산하는 곳이다. 카카오 부산물 가공업을 100년 이상 이어온 카셉Cacep 초콜릿 공장도 여기에 있다. 농장의 역사적 배경, 초콜릿 제조 공정, 다양한 종류의 카카오종, 열매 수확과 추출 및 건조 과정을 들으며 카카오와 초콜릿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라 루스 농장Hacienda La Luz은 약 50헥타르 면적에서 카카오를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이다. 특징은 농장 안에 카카오를 초콜릿으로 가공하는 작은 공장이 있다는 것. 1930년대 독일인 이민자 출신의 오토 윌터Otto Wolter 박사가 농장의 외관을 복원하며 라 루스는 카카오 가공업의 선구자적 기업으로 발전했다. 윌터 가는 1997년부터 농장을 관광 코스로 개조하여 공장 견학을 중심으로 한 에코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코말칼코 고고학 유적지와 가깝고 화려한 카카오나무를 자랑하는 촐룰라 농장Hacienda Cholula. 19세기 이곳의 주인은 프란시스코 수도회 성직자들이었다. 푸에블라 주의 촐룰라에서 온 그들은 이 농장에 촐룰라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돈 후안 리베롤 소메예라Don Juan Riveroll Somellera가 농장을 매입하여 카카오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농장을 물려받은 아들은 카카오 제품의 상용화를 구상, 1984년 엘 촌탈El Contal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가족과 함께 전통 방식으로 만든 초콜릿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초콜릿은 현재도 전통적 제조 방식에 따라 제작되고 있다. 대중에게 농장을 개방한 덕에 누구나 전통식 초콜릿 제조 방법, 엘 촌탈 브랜드의 초콜릿 분말, 카카오를 원료로 한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