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 :: Temple

Every Stone Tells a Story

돌이 들려주는 이야기

인도의 아우랑가바드 지역에서는 돌에 대한 경외심을 갖춰야 한다. 그 어느 돌도 누군가의 노력과 믿음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언가로 돌변할 수 있음을 온 땅이 알고 있기에.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 사원을 찾아 그 시작과 끝을 직접 목격해도 좋다.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인도정부관광청 www.incredibleindia.co.kr

Ajanta 아잔타 석굴 사원

스케일이 다른 시간과 인간의 끈기, 종교의 힘에 감탄하고 싶다면 찾아야 할 곳들이 있다. 바로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 사원. 인도 땅 중서부에 위치하는 지역 아우랑가바드에서 110킬로미터 거리의 정글 속에 자리하는 아잔타 석굴 사원에서 그 여정을 시작했다. 와고라 강을 두르는 말발굽 모양의 절벽에 30개의 비범한 석굴이 쪼르르 깎여 있다. 지금까지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굴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누군가가 방문하고 사용되었던 시기는 길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며 인근의 정글 속에 파묻혀 그 존재마저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1819년에 숲으로 호랑이 사냥을 나섰던 영국인 존 스미스John Smith가 동굴 10번 입구의 귀퉁이를 우연히 본 이후로 진정한 ‘재발견’의 시대를 맞았다.

아잔타의 동굴들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보다 기원전 2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전기 석굴들은 무려 400년에 걸친 작업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이후 300년이 지난 후 나머지 후기 석굴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굽타 왕조의 지휘 아래 지어진 후기 석굴들은 보다 큰 규모와 풍성한 예술적인 가치를 보여준다. 이 석굴들은 유독 길고 긴 우기 동안 보금자리가 필요했던 수도승들로 인해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그 초기의 모습은 훨씬 소박했지만, 이내 귀족들의 관심과 재력이 쏟아지며 지금과 같은 화려한 자태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벽화들이 유독 많이 남아 있는 아잔타 석굴 사원에서는 조명이 닿는 벽이라면 어디든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벽 위에서 여전히 색채를 띠고 있는 그림들이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1 석굴 사원의 바닥은 손수 손으로 갈고 깎은 흔적이 여전하다. 
2 인도인들에게도 석굴 유적지로는 으뜸으로 꼽히는 아잔타. 견학을 나온 학생들이 석굴 사원에 생기를 더한다. 
3 아담하지만 정교하게 조각된 불상 스투파.

1 아잔타 석굴 사원의 전경. 
2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26번 동굴의 불상 스투파. 
3 그 입구에서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석굴. 
4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1번 동굴부터 마지막인 27번까지 마치 내가 첫 발굴자가 된 듯 설렌 발걸음을 잇는다. 
5 26번 동굴 벽에 조각된 불상과 무희들. 6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바깥과 달리 석굴의 내부에서는 햇빛과 돌의 호흡을 잔잔히 느낄 수 있다.

아잔타 석굴 벽에 남겨진 색채들

1 미얀마에서 엘로라 석굴 사원을 직접 눈에 담기 위해 먼 걸음도 마다하지 않은 승려를 만났다. 
2 엘로라에서 가장 큰 카일라사나타 사원. 
3 불교 사원인 12번 동굴의 말끔한 외관.

엘로라 석굴 사원

아잔타에서 1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땅에서 이와 비슷한 기운의 또 다른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현무암 산을 통째로 다듬어 만든 엘로라 석굴 사원이다. 엘로라 유적지에서 가장 화려한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하는 카일라사나타 사원을 포함해 총 34개의 석굴을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 불교가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한 6세기부터 지어져 10세기까지 건설되었기에 당시의 다양한 종교와 또 그 가운데 존재하는 종교들의 인지도를 체감할 수 있다. 크게 불교와 자이나교, 힌두교 사원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 불교 사원 12개, 힌두교 사원 17개, 자이나교 사원 5개로 이루어진다. 본래 어느 시대이든 서로 다른 믿음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지만 엘로라에서는 이처럼 다른 신을 섬기는 공간들을 각기 달리 새겨놨음에도 고의적으로 훼손된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이를 통해 현재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인도인들 역시 다양한 종교와 믿음에 대해 존중을 자연스레 여겨왔음이 보인다.

엘로라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그 화려함만으로도 혼을 빼놓는 카일라사나타는 힌두교 사원이다. 마치 사원이 산 하나를 통째로 잡아먹은 듯한
겉모습 덕분에 엘로라 유적지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띤다. 8세기 후반부터 100년도 넘는 기간에 거쳐 지어진 곳으로, 최대 높이 32미터에 가로 폭은 91미터, 세로 폭 39미터의 공간을 사람의 손으로 깎고 파헤쳤을 아득한 상상에 절로 빠지게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카일라사나타 인근의 불교 사원인 12번 동굴과,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자이나교 사원인
32번 동굴은 이와는 또 다른 무게의 공기로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12번
불교 사원은 3층 높이에 반듯하게 깎여진 석굴 속에 오로지 벽면의 불상들과 묘한 기류만이 흘러 평화로웠다. 32번의 자이나교 사원은 막대한 재력이 투자된 사원이라는 점이 여실히 느껴질 만큼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
장식들이 발걸음을 차마 떼지 못하게 만든다.

1 유적지 입구에서 보이는 카일라사나타 사원의 자태. 
2 3 4 사람과 화려한 석굴 사원이 공존하는 모습이 매번 경이롭다. 
5 불교 사원인 10번 동굴에서 불상 앞에 고요히 한참을 앉아 있던 한 승려. 
6 키알라사나타 사원의 깊은 곳에서는 직접 기둥을 만지고 기도하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엘로라 석굴 벽에 새겨진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