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aken :: Winter Holiday

More Than Just The Winter Activities

액티비티로 즐기는 인터라켄의 겨울

꼭 스키나 보드가 아니어도 좋다. 가만히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되는 것이라면, 인터라켄에 찾아온 겨울을 가슴속에 새길 수 있는 것이라면, 아주 낯선 것이라도 상관없다. 겨울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들을 인터라켄의 하얀 설원과 눈길 속에서 느꼈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호텔티라닷컴 02-2039-5285, www.hoteltira.com

1 상상이나 해봤나.알프스를 배경으로 스키를 타는 일. 겨울이면 매주 보드를 타는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즉시 답이 왔다.꿈의 여행지라고
2 겨울에도 산맥을 하이킹할 수 있다. 바로 이 스노우슈를 신고 말이다. 슈톡호른에도 하이킹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아침부터 몰려왔다. 
3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귀여운 꼬마가 아빠와 같이 겨울을 즐기고 있다. 
4 여러 가지 액티비티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역시 스키다. 초록색으로 뒤덮인 예쁜 초원이 겨울에는 멋진 슬로프로 변신하는 곳이라니. 인터라켄 휴양 지역의 매력은 끝을 알 수가 없다. 
5 장난감처럼 생긴 이것의 이름은 벨로게멜. 그린델발트에서만 생산되는 자전거 모양의 썰매다. 1996년부터 그린델발트에서는 벨로게멜 챔피온 쉽이 개최되고 있다.

스키어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듯 빠른 속도로 가파른 언덕을 스쳐 지나갔다. 눈썰매는 조금은 느리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라간다. 반대편에서는 스노우슈를 신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하이커들이 올라온다. 겨울볕이 스미는 곳곳에는 모래알 같은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모든 빛을 반사하는 깨끗하고 순수한 하얀색. 인터라켄부터 융프라우까지, 넓게는 인터라켄 휴양 지역으로 불리는 이곳의 겨울을 대표하는 색이다. 모두가 겨울 스포츠에 열광하는 동안 렌탈샵 근처에서도 친숙한 언어가 들려온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스키와 눈썰매 앞을 한참 서성이다가 결국 스포츠 장비가 아닌 카메라를 들고 눈길을 나선다. 하지만 인터라켄의 겨울은 셔터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몸에 새겨두는 게 순간의 감성을 더 오래도록 간직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겨울 액티비티들을 통해 천천히 배웠다. 그래서 매일 아침 호텔을 떠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최대한 몸을 가볍게 했다. 장비가 많으면 풍경을 카메라로 담긴 쉬울 테지만 두 눈엔 담지 못한다.

고요한 슈톡호른에서 즐기는 얼음낚시

산중 호수에서 즐기는 낚시. 이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데, 무려 얼음낚시라는 기쁜 소식은 알람에 의지하지 않고도 아침 제시간에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초보 타이틀은 떼도 좋을 만큼 낚시의 기다림과 손맛을 안다고 자부하기에 슈톡호른Stockhorn으로 가는 길 내내 조심스레 오늘의 목표를 세웠더랬다. 차는 인터라켄 시내에서 출발해 툰 호수 방향으로 30여 분을 이동한 뒤 에를렌바흐Erlenbach에 멈춰 섰다. 이곳에서 슈톡호른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해발 2,190미터의 슈톡호른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탑승하기로 한다. 쉴트호른이나 융프라우와 비교하면 낮지만 알프스가 시작하는 지역에 위치해 두 곳과는 또 다른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슈톡호른 산맥은 계절에 따라 다른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겨울은 단연 얼음낚시지만 낚시를 하지 않고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아레 계곡과 미텔란트의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스케줄이다.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고 속삭이는 가이드, 진즉에 낚시로 마음을 기울인 나. 잠시 동안의 팽팽한 침묵 후에 가이드는 오늘의 승리를 내게 양보했다.

산중에서 얼음낚시를 할 수 있는 포인트는 두 곳. 오버슈톡켄Oberstocken 호수와 힌터슈톡켄Hinterstocken 호수이다. 두 가지 선택지 중 에를렌바흐에서 더 가깝고, 가족 여행객이 자주 찾는 힌터슈톡켄으로 향하기 위해 크린디Chrindi 정류장에 하차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낚시를 도와줄 전문 가이드가 짤막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이곳에서 20년 전부터 얼음낚시를 해온 가이드는 어떻게 물고기를 다뤄야 하는지, 이곳의 사는 고기는 무엇인지 등 낚시 방법뿐만 아니라 이 지역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겨울의 힌터슈톡켄 호수는 적막하고, 호수 가까이에 가는 길은 외지고 가파르다. 조금만 긴장을 늦췄다간 미끄러지기에 십상이라 얼음 바닥이 제대로 느껴지기까지 두 발에 온 힘을 몰아주어야 한다. 호수로 가는 느린 걸음을 감싼 눈의 깊이는 종아리의 반을 넘긴다. 겨울에는 이곳이 호수인지 평지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길은 끊어진 듯하며 이어지고, 이어진 듯한데도 눈으로 뒤덮여 종잡을 수 없다. 보이는 것은 눈 그리고 또 눈. 15분간을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호수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발끝에서부터 전해진다.

“일단 얼음을 뚫고 낚싯줄을 2~3미터 아래로 넣어보세요. 그때부터는 시간과 운에 맡기는 거고요.” 낚시 전문 가이드가 시범으로 얼음을 힘차게 뚫으면 본격적으로 얼음낚시가 시작된다.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 낚시가 기본이지만 확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별도로 다른 미끼를 사용해도 된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송어. 송어는 다 자란 크기가 40~50센티미터인데, 이곳에서 잡히는 고기는 25센티미터 이상이라고 한다. 얼음낚시의 소소한 팁이 있다면 어느 정도 기다렸음에도 입질이 전혀 오지 않을 땐 조금 떨어진 곳 또는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 옆에 새 얼음 구멍을 뚫는 것이다. 더불어 송어는 육식성이라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므로 수시로 낚싯대를 아래위로 흔들어줘야 한다. 날씨가 추워 동그란 구멍 아래 물이 금세 얼 수 있으니 얼음뜰채로 살얼음을 떠내주는 것도 잊지 말자.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나의 얼음낚시는 부끄럽게도 0마리로 끝이 났다. 얼음을 뚫은 지 10분 만에 꽤 가까운 곳에 있던 일행이 고기를 잡았지만, 조심스레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참 아쉬움이 남았다. 빈손이기 때문이 아니라 환상적인 풍경 안에서 누린 짧은 시간이 뒤돌아서는 순간부터 그리워져서. 호수 위에 선 작은 내 몸을 감싸준 슈톡호른을 떠나며 괜스레 눈시울이 시큰했다. 지금도 아른아른한 겨울의 호수는 아무것도 없는 오목하고 포근한 땅. 아름다움은 화려하다고 더 잘 기억되는 것이 아니었다.

1 빨간 케이블카가 에를렌바흐에서 출발해 슈톡호른 정상 근처까지 간다. 힌터슈톡켄 호수는 가장 아래 정류장에서 케이블카로 5분 거리에있다
2 알고 보지 않으면 호수란 것을 짐작할 수 없는 힌터슈톡켄 호수. 호수 위 작은 집들은 별장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낚시보다 더 눈길이 간 것이 바로 이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이었다. 
3 고요한 호수에 이른 아침부터 두 남자가 낚시를 하러 나왔다. 아주 먼 곳에 자리를 편 그들을 만나기 위해 호수 위를 한참 달렸다. 
4 기본적으로 1인 1얼음 구멍이다. 하지만 꽁꽁 언 얼음을 뚫기란 쉽지 않은 일. 꽈배기 모양의 아이스 드릴과 한참을 씨름해야 한다. 
5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노란 표지판. 


하늘에서 감상하는 인터라켄의 풍광

인터라켄 시내를 걷다 보면 회에마테Hohematte 공원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안전하게 착지하는 패러글라이딩 부대를 마주한다. 짧은 시간 하늘 위를 여행하고 내려온 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인터넷에 유명한 유럽 여행 카페에서 이런 글을 참 많이 봤다. ‘인터라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게 좋을까요? 비용이 좀 나가서 고민되네요.’ 처음 보는 남자의 품에 안겨 하늘 높이 올라가서야 나는 깨달았다. 인터라켄의 멋진 산맥과 시선을 나란히 하는 값진 경험은 약간의 비용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을 말이다.

패러글라이딩은 계절과 관계없이 인터라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 중 하나이다. 패러글라이딩의 소요시간은 1시간 반이지만, 이는 이동, 준비, 비행을 모두 포함한 시간. 하늘을 나는 것은 15분에서 20분 사이이다. 예약 시간에 맞춰 패러글라이딩 업체의 부스를 찾아가면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갈 사람들과 한 차를 타고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이동한다. 차 안에서 주의사항에 관한 설명이 끝나고 나의 패러글라이딩 파트너, 즉 전문 파일럿을 선택한다. 언덕에 올라서면 파일럿이 몸에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채워준 뒤 함께 탑승한다. 하늘을 날기 전까지 내가 하는 일은 바닥에서 발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파닥파닥 발길질하는 것뿐이니 초보자라도 오케이다.

땅에서 보는 인터라켄 시내와 위에서 보는 풍경은 천차만별이다. 쏟아지는 햇빛 바로 아래에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 이것만큼은 패러글라이딩을 경험한 이들만이 알기에 어설프게 내 감정을 강요하지 않겠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순간 찾아온 자극 그리고 희열. 잊고 있던 그 기쁨을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떠올렸다. 그리곤 모름과 앎을 반복하는 삶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하늘에서 느꼈다. 날씨가 좋아 며칠 사이에 눈이 많이 녹았음에도 여름에는 이만큼 쌓인 눈과 장엄한 겨울 풍경이 있었다는 걸 믿지 못할 것 같다. 혹여라도 그저 조금 무섭다는 이유로 패러글라이딩을 포기하려 한다면 딱 20분만 그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해보길.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파일럿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착 붙어서 함께하니 말이다. 잔뜩 겁먹은 표정을 읽곤 ‘두 유 라이크 빙글빙글?’, ‘대박’, ‘멋져’ 등 짧은 한국어까지 구사하며 긴장을 풀어주는 진짜 프로페셔널한 파일럿들이다.

1 클라이네 샤이덱 주변 최고의 눈썰매 구간인 아이거 런. 초심자와 중수에게 모두 적합한 구간이다. 
2 브란덱까지 가는 3킬로미터의 눈썰매 여행이 시작됐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 줄을 잡아당기며 몸을 기울이라 했지만 몇 번을 눈 속에 파묻히는 것이 더 빨리 눈썰매와 친해지는 방법이다. 
3 한참을 눈썰매와 보드를 타고 내려온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프트가 아닌 기차를 탄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4 피르스트에서 출발하는 구간도 상당히 재밌다. 단, 자칫 스키 전용 슬로프로 잘못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으니 갈림길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살피자. 
5 6 아이거 런이 시작하는 곳. 아름다운 풍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7 스키나 보드보단 덜 폼나는 눈썰매이지만 한번 재미에 빠지면 출구가 없다

눈썰매타고 인터라켄 유람하기

“혹시 한국에서 눈썰매 타본 적 있어요?” 타본 적 있지만 어떤 썰매인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됐다는 나의 대답에 가이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스키장 갈 일은 있어도 가서 꼬마가 아닌 이상 눈썰매를 탈 일은 없지 않았던가.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대여섯 살 때가 마지막, 눈썰매 종류는 넓은 플라스틱이나 튜브 둘 중 하나였을 테다. 이런 눈썰매를 생각했기에 눈썰매를 추천하는 가이드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을 고백한다. 하지만 2프로 부족한 듯한 국내 눈썰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키와 견주어도 좋을, 스릴 있는 완벽한 겨울 액티비티 경험이 여기에 있다. 인터라켄에서만큼은 눈썰매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저만치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스키를 탈 수 있는 웬만한 슬로프는 눈썰매도 환영이다. 하지만 눈썰매를 위한 아주 특별한 구간이 있으니, 이곳에서만큼은 스키가 아닌 눈썰매가 정답이라고 확신한다. 아이거 런Eiger-Run은 알피글렌Alpiglen부터 브란덱Brandegg까지 이어진 3킬로미터의 긴 눈썰매 구간. 아이거 북벽을 따라 눈으로 뒤덮인 산맥의 절경을 감상하며 눈썰매를 타는 거다. 수없는 눈과 나무 사이를 헤쳐 나가며 아래로 전진하는 일은 상상보다 더 환상적이다. 단, 가파른 언덕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언제든 눈썰매를 멈출 튼튼한 신발은 필수. 방향이 엇나가면 눈썰매와 함께 눈 사이에 파묻히는 일도 많으니 두꺼운 방수 장갑과 스키복도 잊어선 안 된다. 몇 번의 꼬불꼬불한 곡선 코스를 지나면 금세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이것만 잘하면 펜스가 따로 없는 슬로프이지만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향과 속도 조절이 익숙해지자 바로 코앞에 슬로프가 아닌 파노라마 장관에 시선이 꽂힌다. 시간이 좀 더 지나니 아이거의 풍경을 즐기며 속도까지 시원스레 내는 경지에 다다랐다. 스키나 보드처럼 멋지게 눈길 사이를 가르는 것도 아니고 철푸덕 눈썰매 위에 쭈그려 앉아 이렇게나 기쁘게 눈 속을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실실 웃음이 터졌다. 걱정 천만으로 출발한 나는 아이거 런의 종착지점인 브란덱에 도착하자마자 3킬로미터가 이렇게 짧은 줄 몰랐다며 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아이거 런 외에도 인터라켄 휴양 지역에는 눈썰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해발 1,800미터에 위치한 부스알프Bussalp에서 그린델발트로 가는 구간,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에서 그린델발트로 가는 구간, 멘리헨Mannlichen에서 그린델발트로 가는 구간 등이 있다. 물론 다음번 나의 선택은 피르스트First에서 파울호른Faulhorn을 거쳐 그린델발트에 도착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15킬로미터의 눈썰매 코스이겠지만. 누군가 다시 내게 눈썰매를 탄 경험을 묻는 다면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나 알프스에서 눈썰매 좀 탄 여자예요.”

1 2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아이스 링크의 모습. 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다. 
3 아이스 스케이팅 축제이지만 축제에 걸맞은 맛있는 음식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스케이트를 즐기다 잠시 쉬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4 스위스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 퐁듀. 이글루 레스토랑 안에서는 다양한 스위스 전통음식과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주말 저녁엔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5 키가 엄마의 허리만큼 오는 아이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메인 아이스 링크를 벗어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듯. 
6 아이스 스케이트가 없어도 스케이트 장 바로 앞에서 자신의 사이즈에 딱 맞은 것을 빌릴 수 있다.

인터라켄 시내의 겨울 축제, 아이스 매직

인터라켄 휴양 지역과 융프라우 여행의 시작점은 인터라켄. 하지만 정작 인터라켄 시내는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 없다. 기념품 샵에서 쇼핑을 하고 괜찮은 숙소에서 머물며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스위스의 맛을 경험하는 것 정도. 기쁜 뉴스를 전하자면 겨울을 맞이한 인터라켄에 앞으로 매년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2015년 12월 19일부터 2016년 2월 27일까지 회에마테 공원에서 개최된 ‘아이스 매직’은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아이스 스케이팅 축제이다. 아이스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남녀노소 스위스의 겨울 축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겨울철 인터라켄 휴양 지역을 즐기기 위해선 아침 일찍부터 인터라켄 동역 또는 서역에서 다른 마을로 향해야 한다는 지침을 깨는 축제. 텅 빈, 가끔은 쓸쓸해 보이는 회에마테 안에 인터라켄 시내에서 하루 더 머물러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축제가 열리는 공간으로 입장하면 다양한 구간의 아이스링크에서 자유롭게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룹 스케이팅 교습도 마련했다. 밤에는 컬러풀한 조명들이 낮과는 상반되는 화려함을 보여준다. 야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음향 및 조명시설을 갖춰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DJ 파티, 신나는 로컬 카니발 등이 수시로 열린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앞으로 나아가는 실력이라 직접 전 구간을 체험해보진 못했지만, 한두 번 타본 이들은 메인 링크에서 조금만 연습하면 금세 아이스링크를 자유자재로 누빌 수 있을 테다.

아이스 매직의 숨은 매력은 멋진 마켓과 레스토랑이다. 아이스 라운지에서 마시는 글루바인Gluhwein 한잔은 서늘한 기온에 꽁꽁 얼었던 온몸을 단숨에 녹여준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니 간식거리와 여러 가지 술들이 그렇게나 맛있게 보일 수가 없다. 마켓 사이에 자리한 이글루 레스토랑은 진짜 이글루는 아니지만 아이스링크에 있을 법한 외관으로 속삭인다. ‘따뜻한 식탁이 기다리고 있으니 누구든지 들어오세요.’ 레스토랑 문을 열면 점원의 인사보다 먼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세상에 모든 치즈가 뒤섞인 듯한 퐁듀가 범인. 다행스럽게도 다소 충격적이었던 냄새와는 달리 이곳의 퐁듀는 처음 먹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올해의 아이스 매직 축제는 아쉽게도 끝났지만, 더욱 특별한 즐길 거리와 풍성한 음식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