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Norway :: Honningsvag
Look out only you Honningsvag

노르카프만을 바라보는 호닝스버그여~ 

알타에서 어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이틀이 지나갔다. 이제 노르카프Nordkapp로 가기 위해 호닝스버그Honningsvag로 가야할 시간. 오로라 헌팅이라는 말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헌팅에는 항상 확률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채 보지 못한 오로라에 대한 아쉬움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치는 고속도로 E69로 진입할 때까지 지속됐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인 노르카프Nordkapp로 가기 위해서는 호닝스버그로 먼저 가야만 한다. 항상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기상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순간이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여병구 편집장, Ssu Choi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자그마하나 항구도시지만 노르카프의 전초기치로서 유명한 해양관광유람선인 후르티그루텐의 기항지이다. 달빛과 눈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매우 예쁜 항구이다.

최북단 항구로~
이틀 간의 알타 여행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보여줄 듯 말 듯 오로라에 대한 아쉬움도 컸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도심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긴 밤이 지속되는 터라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로비에 오니 호닝스버그의 가이드를 담당할 키가 훤칠한 한스 폴Hans Paul이 픽업하기 위해 도착해 있었다.
“노르카프가 속한 마게뢰위아Magerøya 섬의 가장 큰 마을인 호닝스버그는 노르카프 여행의 마지막 베이스캠프로 이곳을 거치지 않고는 가기가 힘듭니다. 크루즈를 타고 호닝스버그에 도착해 당일로 노르카프를 다녀올 여행객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투숙한 후 다음날 노르카프로 떠나곤 하지요.” 날씨만 제대로 따라준다면 오늘 저녁에 스노우 스쿠터를 타고 노르카프에 가서 오로라를 보는 멋진 일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폴은 덧붙여 말한다. 기대감이 높아지는데 왠지 불안하다. 설마? 바로 그때 호탕하게 준비됐냐며 차에 타라는 그의 신호에 얌전히 차에 탑승했다. 최북단의 노르카프 근처에 있으니 호닝스버그 역시 유럽 최북단의 항구인 것은 당연한 일. 마게뢰위아Magerøya 섬 곳곳에 어촌 마을과 작은 항구들이 있지만 크루즈 선이나 대형 어선들의 접안할 수 규모는 아니라고 한다. 호닝스버그는 원래 북부 노르웨이의 중요한 어항으로 연간 수천 척의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도시로 규모는 한 눈에 들어올 만큼 크지는 않지만 어업, 여행, 군사적 의미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 전략적 요충지라고.

 1 호닝스버그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설을 뚫고 가야 하는 고난의 길이었다. 
2 여름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겨울에는 잘 내려오지 않는 레인디어, 또는 순록이 내려와 이렇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3 호닝스버그에 도착하기 전의 마을인 사르네스도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여기서 킹크랩 낚시는 물론 다양한 극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4 잡은 대구를 말리고 있는 덕장을 흔히 볼 수 있다. 
5 6 사르네스의 ‘어부의 집’에서 먹은 킹크랩 만찬. 킹크랩과 버터가 이렇게 궁합이 좋은 지 처음 알았다.

사르네스 마을의 꿀맛 같은 킹크랩
알타에서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호닝스버그로 가는 길은 너무 간단하다. 유럽 고속도로 E69를 따라 2시간 30분만 달리면 된다. 그러나 겨울의 드라이브는 결코 쉽지 않았다. 중간에 툰드라 지대의 허허벌판과 두 개의 산등성이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갈 때는 폴이 운전을 해주지만 다시 알타로 돌아올 때는 우리들이 운전을 해서 직접 와야 하니 더욱 긴장이 될 수 밖에…… 거기다 차창 밖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고 도로는 얼어붙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욱한 안개 같은 눈보라 사이로 갓길에 처박힌 자동차가 보인다. 

무슨 일인지 내려 확인하니, 눈에 바퀴가 헛돌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내려 앞 범퍼를 일제히 들어 차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지만 너무 깊이 박혀 힘이 부족하다. 한참을 들고 빼고 하다가 간신히 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얼굴이 벌개진 중년 여성의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 다시 길게 뻗은 도로로 들어섰다. 만일 일반 자동차로는 운전할 경우에는 경험이 익숙한 현지인의 도움 없이 운전하는 건 정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유럽 대륙과 마게뢰위아 섬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보인다. 중간에 사르네스Sarnes라는 작은 어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 어부의 집에서 킹크랩으로 든든한 점심을 하면서 운전으로 피곤한 몸을 잠시 쉬게 했다. 

사르네스라는 마을은 호닝스버그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머물다 가기 좋은 곳으로, 알타에서 호닝스버그까지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투어 에이전시(www.71-nord.no)를 통해 이동하면 ‘어부의 집’에서 킹크랩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특히 숙소도 있어 이곳에서 머물며 킹크랩 사파리 등의 겨울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니 꼭 잊지 말고 경험해 보면 좋을 듯싶다. 한적한 마을과 광활한 바다를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면 분위기 그만인 곳이기도 하다.

북위 71° 바렌츠해의 최북단 항구
거친 바렌츠해의 폴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이미 깊은 어둠이 내린 호닝스버그가 한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려 있는 전구 마냥 은은한 불빛이 감싸 안은 항구 도시의 정취가 푸근하게 느껴진다. 호닝스버그는 북위 71°로 유럽의 최북단 지역이지만 툰드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3~4m에 이르는 나무들을 종종 볼 수 있단다. 멕시코 만류Gulf Stream의 영향으로 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 해와 면해 있지만 겨울에도 얼지 않은 항구를 가지고 있다. 위도가 44도에 불과한 일본 홋카이도 북부 아바시리의 경우 한겨울에 오호츠크해로부터 엄청난 유빙이 밀려온다. 이 때문에 관광객을 위한 유빙 투어 프로그램까지 생겨났을 정도. 반면에 위도가 71°인 노르카프의 바렌츠 해에는 한겨울에도 유빙이 없다. 이런 얼지 않는 바다 때문에 호닝스버그는 북부 노르웨이의 주요 어업 기지이고 관광 유람선의 기항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해마다 약 100여척의 크루즈 선들이 이곳 항구를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강점 때문에 2차세계대전 때에는 독일과 러시아의 주요 전투지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1944년 독일군은 이 지역에서 후퇴하면서 연합군이 항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도시를 파괴했다고.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이 도시 북동쪽의 작은 교회이다. 노르카프의 원래 주인은 핀 마르크(라플란드) 유목민들이다. 이들은 현재에도 4000~5000마리의 순록을 키우며 유목 생활을 하고 있다. 유목민들은 여름에는 마게뢰위아의 거대 평원으로 순록을 이끌고 와 지내고 겨울이 다가오면 핀마르크의 깊숙한 내륙으로 이동한다. 순록은 방목해서 키우기 때문에 여름에는 노르카프로 가는 길이나 평원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도로에도 가끔씩 나타나는데 이때는 경적을 울려 쫓으면 안되고 순록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반면 겨울에는 순록을 거의 보기 힘든데 가끔 나타나는 녀석은 이미 남쪽 내륙으로 이동한 무리에서 이탈한 순록들이라고 한다. 워낙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순록에는 각각 누구의 소유인지 표식이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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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카프의 전초기지, 호닝스버그
눈발이 날리는 호닝스버그에 도착해 숙소인 Scandic Bryggen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했다. 그러나 날리는 눈발이 심상치 않은 듯하다. 폴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예감은 역시 틀린 적이 없다고…… 오늘 저녁의 일정은 도저히 기상악화로 진행하기 힘들다고 한다.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오로라의 기회를 놓쳤다. 일정이 취소된 탓에 마을 산책하기로 했다.. 어두운 저녁이지만 눈과 별의 조명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호닝스버그에는 노르카프의 전초기지답게 여행자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안내소와 각종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다. 도시가 크지 않아 돌아볼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추천할 만한 곳은 노르카프 뮤지엄North Cape Museum, 여행 안내소 2층에 있는 지역 박물관), 지역 문화 공연장Perleporten Kulturhus, 아티코 아이스바Artico Ice Bar와 2차대전 때 살아남은 호닝스버그의 유일의 교회 등이다. 호닝스버그는 또한 노르웨이의 유명한 해안관광유람선 후르티그루텐Hurtigruten의 주요 기항지이다. 

이 유람선은 남쪽 베르겐에서 트롬쇠 등을 거쳐 노르카프 여행을 위해 호닝스버그에 도착하고 러시아 국경 근처 시르케네스까지 운항한다. 호닝스버그 외곽에는 작은 공항도 있다. 주로 트롬쇠에서 이곳까지 운항한다. 폴이 픽업한 봉고급의 큰 차량이 익숙지 않아 시간 나는 김에 운전연습을 해볼까 여기저기 달려보지만 눈보라 때문에 더 이상은 힘들 듯. 내일의 노르카프를 위해 쉬기로 한다. 호닝스버그에서 노르카프를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행정보센터나 호텔 등에서 예약이 가능한 사설 투어 업체를 통해 자동차나 스노우 모빌 등으로 이동 가능하다. 또한 정기적인 버스도 운행하는데 여름에는 그 운행횟수가 많지만 겨울에는 하루 1~2회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니 다양한 교통편으로 노르카프를 이용할 수 있다. 별이 반짝반짝 동화 속 마을 같은 호닝스버그에서의 세번 째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1 4 5 6 사진 속에서는 눈보라가 그쳤지만 잠시 후 퍼붓기 시작하면서 이 동화 같은 풍경이 눈으로 죄 덮이기 시작했다. 
2 호닝스버그 항구에 있는 조형물. 바로 옆에 아이스 바가 보인다. 
7 시내에 유일하게 눈길을 끈 신발깔창으로 만든 꽃 모양이 이채롭다. 디자인 연구소 같은 집으로 기억한다.

숙소

Scandic Bryggen in Honningsvag
호닝스버그 항구에 위치한 편안하고 매력적인 호텔이다. 노르카프와는 불과 35km에 위치하고 있고 이 도시 최대의 호텔이다. 바다와 항구의 멋진 전망을 가지고 호텔로 특히 아침에 일어나 호텔 바로 옆 항구에서 바라보는 호닝스버그의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침 조식 뷔페는 깔끔하지만 별 세 개 급 호텔 수준이다. 반면 레스토랑의 저녁 메뉴는 핀 마르크와 북극해의 재료로 만든 메뉴를 제공한다. 무료로 주차 가능하고 로비와 룸에서 와이파이는 무료이다.
문의 www.scandichot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