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New Zealand

Gorgeous Natural Landscape of North Island New Zealand

뉴질랜드 북섬의 눈부신 자연경관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이 나라의 국제적 관문으로 누구나 손쉽게 렌터카를 대여해 목가적 풍경의 국도를 따라 드라이빙을 즐기며 북섬의 숨은 비경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통가리호 국립공원 방문을 비롯해 와이토모 동굴에 들러 동굴탐사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다.
글과 사진 김후영(여행작가) 취재협조 에어아시아 www.airasia.com

 

통가리호 국립공원의 에메랄드 레이크 옆에 자리한 작은 호수.

거의 10년만에 다시 찾은 뉴질랜드였다. 10년전 뉴질랜드 여행이 오클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퀸스타운 등 뉴질랜드의 주요한 관광도시만 둘러보았다면 이번 여행은 렌터카로 뉴질랜드 북섬의 자연경관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렌터카를 빌렸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 온라인 예약을 통해 며칠간 차량을 빌렸는데, 하루 사용료가 고작 2만원(한화) 정도였다. 이상하게도 두어 달 전 확인한 금액에 비해 도착 한달 전 예약금액이 더 저렴했다. 차는 이탈리아산 피아트 소형차량이었다. 작은 차를 빌리면 연료비를 줄일 수 있어 좋은 점이 있다. 게다가 네비게이션까지 무료로 제공받았다. (그동안 미주나 호주 등지에서 렌터카를 사용할 때 네비게이션 사용료를 하루 미화 10달러 정도 별도로 지불했었다.) 이 정도면 매우 저렴하게 뉴질랜드 북섬을 둘러볼 만반의 준비가 된 셈이었다.

수상경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로토루아 호수

가장 먼저 방문할 곳은 통가리호 국립공원Tongariho National Park이었지만 단숨에 그곳까지 내려갈 수는 없었다. 오클랜드에서 출발시간이 꽤 늦었기 때문이었다. 오클랜드 외곽을 지나 1번 국도를 타고 내려갔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국도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변은 그야말로 목가적 분위기가 솔솔 피어 올랐다. 하얀 페인트로 칠한 울타리 안에는 푸른 초장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가 여기저기 솜털처럼 한데 뭉쳐 있었다. 느긋하고 여유 있는 목가적 풍경을 틈틈이 구경하느라 쉬엄쉬엄 달렸다.

오후 4시가 넘어 로토루아Rotorua에 도착하였다. 로토루아는 화산지대로 유명한 곳이다. 이로 인한 지열로 이곳에서의 온천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10여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이곳의 헬스 게이트Hell’s Gate 온천장에서 늦은 밤에 온천욕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로토루아에 들어서 먼저 호숫가로 향했다. 로토루아 호숫가에 잠시 차를 대고 보니 대형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자로 환영한다는 글을 크게 써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오클랜드 국제공항에서부터 어렵지 않게 보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뉴질랜드 제1의 큰 손님이 되어 있었다.

해질 무렵의 로토루아 호수는 매우 아름다웠다. 때마침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더니 호수위로 떠올랐다. 얼마 후에는 호수 위에 둥지를 트고 있던 수상경비행기가 반대편으로 멀리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드넓은 호수가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이었다. 한편에서는 커다랗게 생긴 투명한 플라스틱 공인 조브 볼Zorb ball안에 들어가 호수 위에서 마음대로 데굴데굴 구르는 조빙Zorbing이라는 신종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화산지대의 신비를 간직한 통가리호 국립공원

로토루아를 떠나 통가리호 국립공원에서 비교적 가까운 투랑기Turangi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차를 몰고 4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국립공원 입구로 이어진 망가테포포 로드Mangatepopo Road라는 도로를 달렸다. 국립공원 입구에 다가서니 차창 너머로 1967미터에 달하는 응가우루호에 산Mt Ngauruhoe의 봉우리가 끝이 움푹 패인 전형적인 화산 형태의 멋진 자태를 드러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립공원 입구에는 망가테포포mangatepopo 주차장이 자리해 있었다. 특별히 국립공원 입장료나 주차료가 없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이곳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통가리호 크로싱은 이곳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여 맞은편인 북쪽의 케테타히ketetahi 주차장에서 트레킹을 마치는 루트이다. 차를 몰고 온 여행자들은 케테타히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망가테포포 주차장으로 돌아와 자신의 차량을 타고 돌아간다. (물론 투어로 방문한 여행자들은 통가리호 크로싱 트레킹을 마친 후 케테타히 주차장에서 투어버스에 올라타면 된다. ) 통가리호 크로싱 루트는 길이가 19.4킬로미터에 달한다. 주차장에 놓인 안내판에는 이 크로싱 루트의 소요시간이 6시간20분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투랑기의 호스텔 스테프의 조언대로 망가테포포 주차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통가리호 국립공원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에메랄드 레이크를 방문한 뒤 다시 망가테포포 주차장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케테타히 주차장까지 갈 경우에는 거금을 주고 셔틀버스를 탄 뒤 렌터카를 주차해 놓은 망가테포포 주차장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호스텔 스테프는 어림잡아 6시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오전 11시에 망가테포포 주차장을 출발하여 에메랄드 호수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는 데에 7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얼추 맞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내 경우 무릎이 좋지 않아 산을 오르내리는 데에 좀 제한적이라 일반인들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먼저 망가테포포 벨리 트렉Mangatepopo Valley Track이라 불리는 평지에 가까운 곳을 한 시간 넘게 걸었다. 국립공원 내에는 트레킹 루트가 잘 닦여있어 걷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일부 구간은 목재를 이용해 길을 놓았고 계단 역시 반듯하게 가지런히 놓은 모습이 돋보였다. 이로 인해 통가리호 크로싱 루트의 처음 두어 시간은 마음 편히 걸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지난 2월 방문했던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의 하이킹과 비교되었다. 가는 길에 아이들을 동반한 교민으로 보이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길을 걷는 여행자들도 볼 수 있었는데, 매번 하이킹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서양 여행자들의 체력과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인데도 거든히 자신의 몸체만한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는 길에 용암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만들어진 기괴한 돌기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황이 섞여 신비스러운 황토색 빛을 발하는 토양으로 덥힌 지형도 신비를 자아냈다.

레드 클레이터에서 에메랄드 레이크까지 가는 난코스

소다 스프링스Soda Springs라는 곳까지 와서 잠시 쉬면서 가져온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이곳에서 다시 레드 크레이터RedCrater까지 길게 심호흡을 하며 2시간 30분 넘게 하이킹을 했다. 레드 크레이터는 해발 1886미터에 놓인 곳이었는데 마치 다른 혹성의 지면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주변이 황량했다. 이곳에서 응카우루호에 화산의 모습을 더욱 또렷이 볼 수 있었다. 레드 크레이터에서 에메랄드 호수로 가는 구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통가리호 국립공원의 장관인 에메랄드 호수와 주변은 하이킹을 통해 고생스럽게 다가가야만 볼 수 있기에 이곳에서 시간이 제한적인 패키지 투어 방문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레드 크레이터 중턱에 오르니 탁 트인 주변 경관이 태곳적 지구의 원시경관을 보는 듯 깊고 그윽한 산세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레드 크레이터 중턱부터 에메랄드 레이크가
내려다보이는 레드 크레이터 정상까지는 험한 돌길이 놓여있었다. 화산폭발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 작은 바위들과 커다란 돌덩이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그 비좁은 틈 사이로 작은 길을 만들어 놓았다. 다행히 여행자들이 오가는 길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작은 막대기를 세워 놓았다. 얼마 안 있어 레드 크레이터의 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 자리한 화산 분화구인 블루 레이크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장관을 선사한 것은 에메랄드 레이크였다.

정말 에메랄드 보석빛과 똑 같은 영롱한 빛깔을 담은 호수가 바로 눈 아래 자태를 드러내 놓고 있는 모습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번지지 않는 팔레트의 물감을 색색이 풀어놓은 듯했다. 모두들 혀를 내두르며 저마다 감탄하기 시작했다. 적막이 흐르기도 했다. 힘겹게 이곳까지 오른 여행자들은 모두들 숨을 죽이며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나는 에메랄드 레이크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비탈진 경사면을 내려갔다. 경사면은 그야말로 최악의 경사면이었다. 처음 대면했던 통가리호 국립공원의 하이킹루트와는 전혀 다른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이었다. 경사면은 자갈과 부드러운 흙으로 뒤덮여 있어 모두들 내려오는 데 애를 먹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을 보면서 옆의 여행자들에게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건만 나 역시 내려가는 길에 세 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어렵게 다다른 에메랄드 레이크는 그야말로 조물주가 숨겨둔 자연의 보석 그 자체였다. 메마른 대지에 거대한 보석을 박아 놓은 것만 같았다. 가까이서 바라본 에메랄드 레이크의 물빛은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빛깔을 선보였다. 자연의 혼을 담은 물빛이라면 이런 색깔일까? 가장자리는 선명할 정도로 노란빛이었고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코발트색 빛이 더 깊어가는 모양이었다. 호수 앞에 서니 세속의 끈을 놓고 싶었다. 나에게 묻어있는 세속의 먼지를 털어낼 수만 있다면 물속에 내 몸을 잠시 담그고 싶다는 욕망마저 일었다.

골프샷을 날리는 타우포 호수

통가리호 국립공원에서의 하이킹을 마치고 타우포Taupo의 호스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알고 보니 이곳은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생긴 백팩커 호스텔이었다. 주차공간이 있었을 뿐 아니라 투숙객을 위한 무료 사우나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키친은 널찍했고 각종 식기와 부엌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타우포 호숫가를 찾아 나섰다. 타우포 시내는 크게 볼거리가 없었지만 타우포는 액티비티의 메카로 유명한 곳이다. 와이카토 강과 후카 폭포를 비롯해 타우포 호수 지역에서 성행하는 카누타기, 제트보트 타기 등 각종 액티비티를 위한 스포츠 숍과 여행자 편의시설이 거리곳곳에 자리해 있었다. 호숫가를 거닐다 보니 어디선가 ‘탕’소리가 났다. 무언가를 때리면서 나는 소리였는데, 보아하니 호수 위에 놓인 인조 그린위로 골프공을 올려놓기 위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소리였다. 얼마 전 필리핀의 딸Taal 호수 인근의 분화구에 올라갔을 때 현지인들이 나에게 골프채를 건네며 분화구를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라고 부추겼던 일이 생각났다. 물론 그곳에서도 돈을 지불해야 샷을 날릴 수 있었다. 당시 난 속으로 인간의 추잡한 욕심은 끝이 없단 생각을 했다. 자연을 모독하고 훼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골프를 전혀 해본 적도 없어 보이는 나이 어린 소년이 마구잡이식으로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분화구 속으로 들어간 골프공은 누가 다
줍지? 라고 했던 생각을 똑같이 이곳에서 하게 되었다. 호수 안에 빠진 골프공은 과연 누가 다 주을 것인가?

1 레드 크레이터 정상과 응카우루호에 화산. 
2 레드 크레이터 정상에서 내려다본 에메랄드 레이크와 블루 레이크. 
3 망가테포포 벨리 트레킹의 스타팅 포인트. 
4 통가리호 크로스 루트에는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기암괴석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5 레드 크레이터 정상에서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는 방문객들.

푸른빛 반딧불이 가득한 와이토모 동굴

타우포를 나와 와이토모 동굴로 운전대를 돌렸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아직 둘러볼 자연경관이 더남아 있었다. 바로 반딧불로 유명한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이었다. 와이토모 동굴군은 세군데의 주요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반딧불 동굴과 아라누이 동굴, 루아쿠리 동굴 세 군데이다.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반딧불 동굴Glowworm Cave은 동굴 속에서 보트를 타고 약 10여분간 푸른색 불빛 터트리는 반딧불로 뒤덮인 동굴 안을 구경하는 곳이다. 반딧불 동굴 옆에는 와이토모 동굴의 티켓오피스로 사용되는 멋진 현대적인 구조물이 자리해 있었다. 이곳에는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 서식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부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실제로 보트를 타고 둘러본 반딧불 동굴 내부는 푸른빛을 내는 반딧불로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냈다. 물론 구글 이미지에서 보았던 그런 과장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와아’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단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비싼 입장료에 비해 동굴을 둘러보는 보트 투어의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점.

나는 반딧불 동굴을 나와 약 5분 정도 다시 차를 몰고 인근에 자리한 두번째 동굴인 아라누이 동굴Aranui cave을 방문했다. 루아쿠리 자연경관 보호지 내에 자리한 이 동굴은 첫번째 동굴에 비해 방문객이 많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생김새의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다양한 포메이션을 지닌 동굴 구조로 인해 인상적인 내부 경관을 선보였다. 와이토모 동굴군의 세 개의 주요 동굴 중에 가장 작은 규모인 이 동굴은 1910년 아라누이라는 이름의 마오리족 남성에 의해 발견되어 그 이름을 아라누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아라누이 동굴에는 반딧불이 서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강이 흐르지 않기 때문인데, 이곳의 반딧불에게 강은 생명의 근원이 된다.

케이브 튜빙의 장소, 루아쿠리 동굴

마지막 세번째로 방문한 루아쿠리 동굴Ruakuri Cave 은 개인적으로 와이토모 동굴의 하이라이트라 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세 군데의 동굴 중 가장 웅장한 내부구조를 자랑할 뿐 아니라 반딧불을 구경할 수도 있었고 반딧불 동굴과는 달리 내부 촬영도 허용되었다. 게다가 이곳은 케이브 튜빙cave tubing 이라는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가 진행되는 장소로도 유명했기에 동굴안의 강줄기를 따라 액티비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엿볼 수도 있었다.루아쿠리 동굴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흥미를 자아냈다. 바로 나선형 구조의 계단을 따라 동굴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였는데, 층층이 작은 불빛으로 조명을 수놓아 마치 SF영화에 등장할 법한 무비세트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투어에 참여한 어느 뉴질랜드 가족 일행이 있었는데, 이 가족의 아이들이 이 나선형 계단을 뛰어다니면서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며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표출해댔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마냥 신비롭기만 한 내부 구조였다. 동굴 내부는 여타 동굴과 마찬가지로 방문객들을 위한 통로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조명은 투어가이드에 의해 스위치를 눌려 밝혀지도록 만들어졌다. 투어는 1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그만큼 규모가 방대했고 볼 것도 많았다. 어느 종유석 기둥은 마치 커리플라워를 뭉쳐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었다. 동굴 내부의 깊은 협곡 같은 곳에 다다르자 아래를 보니 100미터는 족히 될 법한 높이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아래쪽으로부터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색 다이빙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머리에 휴대용 전등을 메고 줄지어 고무튜브를 탄 채 물줄기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워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말로만 듣던 케이브 튜빙을 하는 일행을 목격한 셈이었다. 와이토모 동굴에서의 케이브 튜빙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액티비티 중 하나이건만 며칠 전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 데에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번 방문에서는 전혀 고려치 않았던 액티비티였다. 하지만 막상 케이브 튜빙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 역시 해보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다. 실제로 컴컴한 동굴 안에서 물줄기를 따라 튜브를 타고 어드벤처를 즐기는 기분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단 생각을 했다.

루아쿠리 동굴에서는 반딧불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어두워 곤충 자체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반딧불이 발화하는 푸른색 빛을 좀 더 가까이에서 대면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곳의 반딧불이 실크처럼 가는 줄을 벽면에 늘어뜨려 다른 곤충을 유인해 잡아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반딧불 실크를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루아쿠리 동굴 탐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1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라누이 동굴.
2 하얀 포도송이 같은 암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아라누이 동굴의 천장. 
3 루아쿠리 동굴의 반딧불이 생성한 실크 형태의 물질. 다른 곤충을 잡는 데 이용된다. 
4 작은 보트를 타고 동굴 안의 반딧불을 구경하는 반딧불 동굴 투어. 
5 과거에 동굴 암벽을 오르는 탐험가의 모습을 본따 마네킹을 벽면에 설치해 놓은 모습(루아쿠리 동굴) 
6 루아쿠리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어두운 실내에 붉은 조명빛이 반짝이는 나선형 통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7 다양한 석회 암석의 형태를 볼 수 있는 루아쿠리 동굴.

오클랜드 항구 주변에서 한가로운 산책을 즐기다

와이토모 동굴 투어를 마치니 이미 날이 저물고 말았다. 자동차를 몰고 먼 길을 달려 오클랜드에 도착하니 밤 늦은 시각이었다. 공항 근처의 호스텔에서 여장을 풀고 다음날 아침 렌터카를 반납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오클랜드 시내 탐사에 나섰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북섬에 자리한 이 나라의 수도이자 국제적 관문이다. 오클랜드는 드넓은 대양과 접해 있으며 아름다운 해변과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친화적인 도시이다. 오클랜드만큼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 세워진 도시도 드물다. 이 도시의 부둣가를 이루는 워터프론트 지역에는 출렁이는 파도 위에 하얀 돛을 나부끼는 요트들이 한 아름 가득한 데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국제요트대회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1840년부터 25년간 뉴질랜드의 수도였던 오클랜드는 이러한 역사적 자취가 현대적인 고층건물과 뒤섞인 채 중심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오클랜드 도심의 중심가는 퀸 스트리트Queen street이다. 이곳은 이 도시의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이다.

오클랜드 중심가의 랜드마크는 스카이 타워Sky Tower인데, 이 지역 어느 곳에서나 그 우뚝 솟은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오클랜드의 명물인 스카이 타워는 도시 전체의 전경을 조망하는 도시의 중심축이다. 1997년 8월에 개장한 이 타워의 높이는 무려 328미터이다. 놀랍게도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약 80킬로미터 앞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밤마다 오클랜드 도심에서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빛을 발하는 스카이 타워의 야경 또한 눈부시다. 나는 이 도시에서 한가로운 산책을 즐기기 위해 바이아덕 하버Viaduck harbor 주변을 거닐었다.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오가는 행인이 많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조깅이나 사이클링을 즐기는 시민들과 여유롭게 도시탐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젤리코 스트릿을 필두로 주변에 크고 작은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선 데에다 작은 피시마켓까지 자리해 있어 잠시 시간을 내어 항구 풍광과 함께 이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에필로그

렌터카로 둘러본 뉴질랜드 북섬 여행은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여행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자연과 호흡하고 자연을 느끼면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분주한 도시생활과 절제할 수 없는 욕망과 세속으로 묶여있던 영혼이 해방감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고하면 너무나 거창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뉴질랜드 북섬은 산을 좋아하고 강과 바다, 동굴과 폭포 등 다양한 자연의 형상들이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다가오는 곳이다. 훗날 다시 한번 뉴질랜드 북섬을 찾아오게 된다면 소중한 나의 가족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들을 방문해보고 수풀로 뒤덮인 강줄기 위에서 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며 자연과 하나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1 오클랜드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타워와 고층건물이 자리한 시내 전경. 
2 산책과 휴식을 즐기기에 좋은 타우포 호수의 전경. 
3 타우포 시내 카페, 레스토랑의 아웃도어 테이블. 
4 로토루아 호수는 카약타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자연공간이다.

Travel Info

1. 가는 길

말레이지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베이스로 하는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Air Asia는 인천-쿠알라룸푸르, 인천-방콕, 인천-마닐라 등지를 직항운항하며 동북아, 동남아 각지와 서남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 전세계 90여 군데에 취항하는 항공사이다. 근래 에어아시아는 쿠알라룸푸르-오클랜드 구간(골드코스트 경유)을 운항하면서 매일 인천-쿠알라룸푸르-골드코스트-오클랜드를 연결하는 저렴한 비용의 항공루트를 선보이고 있다.(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은 매일 2회 운항)
문의 www.airasia.com/ask

 

2. 현지교통

렌터카로 여행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다. Kayak.com이나 skyscanner.com 등의 사이트를 통해 오클랜드의 저렴한 렌터카 가격을 본인의 신용카드로 예약할 수 있다. 오클랜드의 호스텔이나 호텔 등 여행자숙소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투어로 통가리호 국립공원이나 와이토모 동굴 등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

3. 추천 숙소

Extreme Backpackers(www.extremebackpackers.co.nz)는 통가리호 크로싱 버스를 운영하는 호스텔로 투랑기에 위치한다. 통가리호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호스텔로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을 제공한다.
Rainbow Lodge Backpackers(www.rainbowlodge.co.nz)는 타우포에 자리한 인기많은 호스텔로 주차공간, 사우나, 게임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와이토모 동굴을 비롯해 주변의 여행지로 향하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 및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4. 비자

대한민국 여권소지자는 비자없이 관광목적으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5. 환전

뉴질랜드의 화폐단위는 뉴질랜드 달러(NZD)이며 1뉴질랜드 달러는 한화로 약 800원이다.(금년 현재)

6. 여행시기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위치하므로 일반적으로 우리의 봄과 가을에 해당하는 9-10월과 4-5월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12월부터 2월사이는 여름철이기에 대부분의 여행지가 방문객들로 붐빈다. 통가리호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전에 현지 날씨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