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Amsterdam

Amsterdam for Tulip Lover

튤립을 사랑한다면 암스테르담에 가세요

암스텔다머들은 런던만큼이나 오락가락 비를 뿌려대는 축축한 봄날에도 튤립 꽃만 피어있으면 웃음이 난다고 고백한다.곧게 뻗은 초록색 줄기와 그 끝에 달려있는 단순한 몇 장의 꽃잎만으로도 치명적인 튤립.암스테르담에서 튤립으로 시작해 튤립으로 끝나는 꽃놀이를 하고 왔다.
글과 사진 함희선 기자 취재협조 KLM네덜란드항공 www.klm.com/travel/kr_ko

1 앙증맞은 규모의 암스테르담 튤립 박물관. 숍에 들려 튤립 관련 기념품만 사기에도 좋다.
2 스키폴 공항에는 튤립 화분 모양의 거대 테이블이 있다. 
3 봄이 왔어요! 싱그러운 튤립이 거리에 나오면 드디어 겨울이 끝났다는 소식.
4 꽃 수상시장 풍경. 구근이며 씨앗이며, 정원 용품할 것 없이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다. 
5 도시 곳곳의 화분을 채우는 튤립들. 
6 운하가 아름다운 암스테르담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자전거도 역시 이 도시의 아이콘. 
7 강렬한 핑크 컬러의 튤립. 네덜란드에선 다양한 색깔은 물론, 이파리 개수와 모양에 따라 튤립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눈을 감고 암스테르담을 그려보길. 깊이 생각하지 않고서. 단번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분명 튤립일 테다. 아니, 풍차일까. 사실 치즈랑 하이네켄도 생각나고 히딩크 감독님도 눈앞에 나타난다. 이 도시를 잘 아는 이라면 암스테르담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한 세상인지 열변을 토할 테다. 어떻게 튤립이나 보러 갈 생각을 하냐고 뒤통수를 내려칠지 모른다. 네덜란드 하면 튤립. 다소 진부하고 정형화된 아이디어라는 건 인정해야겠지만, 튤립은 암스테르담의 생활과 문화에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인 건 부정 못한다. 특히 봄날이라면 도시는 튤립과 동의어에 가까워진다. 암스텔다머Amsterdammer들은 런던만큼이나 오락가락 비를 뿌려대는 축축한 봄날에도 튤립 꽃만 피어있으면 웃음이 난다고 고백한다. 만약 지금 당신에게 튤립이 적당히 좋아하는 하나의 꽃에 불과하다 해도, 암스테르담에서의 꽃구경 한 번이면 취향이 완전히 바뀔 거다. 내가 그렇다. 여행하며 구근을 한 바가지 사와서는 베란다에 튤립 화단을 가꾸었으니까. 우리 집은 지금 암스테르담 꽃집이다.

튤립을 향한 애정의 시작

“17세기에는 튤립 구근이 집 한 채 값이었단 얘기 들어 봤나요?” 튤립 박물관에서 정신없이 공부하는 동안 큐레이터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가에는 심지어 이런 박물관도 있다. 암스테르담 튤립 박물관Amsterdam Tulip Museum. 여행만 가면 무슨 박사님마냥 속속들이 알고 싶어지는 나는 아주 작은 박물관까지 정복하길 원한다. 보통의 여행자라면 이 앙증맞은 건물을 놓치기 쉬운데, 암스테르담 넘버원 관광지인 안네 프랑크Anne Frank의 집에서 겨우 5분 거리이니 박물관 숍이라도 구경 한번 해보길.

아는 사람은 이미 알거다. 튤립이 원래 오스만 제국에서 넘어왔다는 걸. 그리고 튤립Tulip이라는 이름이 그들이 머리에 쓰는 터번Turban에서 따왔다는 사실도 말이다. 원산지를 따지자면 지금의 터키,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다. 터키에서 “네덜란드가 아니라 우리가 튤립의 원조요!”라고 외치곤 하지만, 튤립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네덜란드에 소개되면서 부터다. 1593년, 라이덴Leiden 대학교에 근무하던 식물학자 카를로스 클루시우스Carolus Clusius가 튤립 구근을 심은 것이 위대한 시작. 라이덴으로 이주하기 전 오스만 제국과 가까운 비엔나에 거주했던 그였기에 친숙했던 튤립을 심은 것이었다. 네덜란드 상류층의 부자들은 구근이 꽃을 피우기가 무섭게 튤립에 열광했다. 곧게 뻗은 초록색 줄기와 그 끝에 달려있는 단순한 몇 장의 꽃잎만으로도 치명적인 튤립. 고고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그들의 눈에는 꽤 귀족적인 이미지였나 보다. 부자들은 마치 샤넬백을 수집하듯 튤립 구근을 사들였다. 꽃의 알뿌리가 어떻게 럭셔리한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당시에 튤립은 높은 지위의 상징이었단다. 재테크를 하듯 구근에 돈을 투자하고, 오로지 튤립을 위해 집과 땅을 팔고, 보석을 처분했다고. 품종개량으로 온갖 다양한 컬러에 줄무늬, 검은 튤립까지 만들어지자 투자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말았다. 결국 가격이 치솟자 좋은 값에 튤립 구근을 팔려는 이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허황된 투자는 끝을 맞이했다. 1637년에 이르러서는 양파 값도 받지 못하는 구근으로 전락해버렸단다.

‘튤립광기’라는 의미의 ‘Tulipomania’는 자본주의적인 투기가 어느 정도까지 치닫을 수 있는 지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다. 다행히도 지금은 구근 수십 개가 족히 들어있는 한 봉지의 가격이 10유로를 넘기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 매년 생산되는 구근의 수는 40억 개다. 튤립 뿐 아니라 모든 꽃들의 절화 생산량의 70퍼센트가 네덜란드 땅에서 자란다고 하니 이들이 품고 있는 꽃을 향한 애정만큼은 광기가 서렸던 17세기에 뒤지지 않는 듯하다.

암스테르담으로 꽃구경가요

도시는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천지가 나무고 풀이고 꽃이다. 기본적으로 폰델공원Vondelpark, 암스테르담 식물원The Hortus Botanicus, 암스테르담 숲Amsterdamse Bos 등 드넓은 녹음이 시내를 감싸 안고 있는 모양새다. 요르단Jordaan 지구에 가면 앞서 말했던 튤립 박물관이 있고, 곳곳의 기념품 가게마다 튤립을 모티브로 한 아이템들이 선반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리면 튤립 우산, 튤립 모자, 튤립 도자기, 튤립 양말 등 온통 튤립만 그려진 기념품을 사게 될지도 모르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물론 하나같이 예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아주 나쁜 쇼핑은 아니겠지만.

진짜 꽃구경이 필요하다면 꽃 수상시장Bloemenmarkt으로 향하자. 시내 관광의 출발점인 담 광장Dam Suare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운하를 따라 줄맞춰 떠있는 꽃 시장. 수상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안정적인 물위의 상점들엔 튤립을 비롯한 여러 꽃들의 구근을 비롯해 씨앗이며 바람개비며 다양한 정원 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그저 구경만 하기도 좋고 진짜 쇼핑하기에도 훌륭하니 로컬들과 여행자들이 고루 섞여 시끄럽다. 튤립 시즌에는 역시 활짝 핀 튤립들이 싱그럽게 가격표를 달고 손님을 맞이한다. 놀라지 마시라. 보통 종이로 둘둘 말은 50송이 다발이 8유로에 불과하다. 그것도 이제 갓 꽃봉오리를 피운 싱싱한 녀석들로 말이다. 암스텔다머들의 꽃에 대한 사랑이 구매로 이어지는 건 바로 이
착한 가격이지 싶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튤립에 대한 사랑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튤립 국경일National Tulip Day까지 지정해뒀다. 꽃으로서는 극진한 대접이 아닐 수 없다. 매년 1월 담 광장에서는 특별히 제작된 정원에 20만 송이의 튤립을 심어두고, 사람들에게 무료로 따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4월은 내내 튤립 페스티벌Tulip Festival이다. 도시 곳곳에 있는 박물관이며 개인 주택, 학교 등에 위치한 정원들엔 컬러풀한 튤립들이 풍성하게 심어진다. 매년 기간을 정해 운하에 있는 집들을 일반 사람들에게 오픈하는 행사도 열린다. 표현 그대로 오픈 가든 데이즈Open Garden Days. 평소라면 절대 볼 수 없는 누군가의 집 뒤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당당하게 훔쳐볼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동안 30개의 시크릿 가든이 공개될 예정이다.

쾨켄호프부터 알스메르까지

네덜란드가 꽃대를 자른 꽃인 ‘절화’의 전 세계 생산량의 무려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단다. 상상이 가지 않는 숫자의 실체는 암스테르담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구근 밭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가능하다. 꽃밭들을 통틀어 부르는 애칭은 플라워 스트립Flower Strip. 라이덴Leiden에서 하를렘Haarlem까지 알록달록한 꽃 카펫이 끝을 알 수 없도록 광활하게 깔려있다. 차를 타고 아무리 달려도 계속 꽃만 보이고 또 꽃만 보이는 거다. 꽃카펫의 길이만 대충 32킬로미터다. 3월부터 5월까지는 튤립이 절정이고, 글라디올러스, 과꽃, 카네이션, 히아신스 등 늦여름까지도 꽃 파티는 계속된다. 눈이 호강하는 풍광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출발하는 원데이 투어에 참여하거나 스키폴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면 쉽게 누릴 수 있다.

구근과 꽃의 바다인 플라워 스트립 한 가운데에 위치한 동네 리세Lisse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정원이 있다. 10만 평의 거대한 들판에 튤립은 물론이고 히아신스, 수선화 등 유럽의 아름다운 꽃들이 7백만 송이나 피어있는 쾨켄호프Keukenhof. 3월부터 5월까지 단 8주간만 오픈하기 때문에 뭔가 더 간절해지는 정원이다. 쾨켄호프가 튤립 꽃이 만발한 글래스 파빌리온과 풍차 사이를 거니는 우아한 산책이라면 재미있는 구경은 꽃 경매시장에서 벌어진다. 알스메르Aalsmeer에 위치한 플로라 홀랜드FloraHolland 경매장. 매일 2천만 송이의 꽃과 2백만 개의 화분 식물들이 팔려나간다. 평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부지런한 여행자만이 흥미로운 순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 많은 꽃들이 몇 시간 만에 매진되어 사라지는 마법 같은 광경을 말이다.

1 튤립과 풍차. 참으로 전형적으로 네덜란드스러운 쾨겐호프 정원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2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예쁜 여인이 정원의 입구에서 종이 지도를 나눠 주고 있다. 쾨겐호프는 지도를 들고 다녀야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3 델프트 도자기로 만든 뽀뽀하는 소년과 소녀. 뒷편의 하얀 튤립과 보랏빛 히아신스가 청초하다. 
4 매년 봄, 단 8주간만 오픈하는 쾨겐호프. 꽃들을 돌보는 정원사의 손길이 분주하다. 
5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정원. 튤립을 비롯한 7백만 송이의 꽃으로 뒤덮인다.

암스테르담의 별빛 속으로, KLM네덜란드항공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기

22:55 늦은 시간의 인천 공항은 붐비지 않아 좋다. 도심에서 공항까지 들어오는 교통편도, 체크인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도 한결 편하다. 떠나기 전 한국에서 정리해야 할 일들을 다 마치고 온 터라 마음까지 여유롭다.

00:00 게이트 앞에서 보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서울-암스테르담을 오가는 항공기 기종은 747-400 Combi. 앞쪽이 2층으로 되어 있어 머리 부분이 마치 돌고래처럼 귀여운 데다가 KLM 특유의 짙은 하늘색 컬러가 사랑스러워서다.

00:25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는 2층의 어퍼덱과 1층의 로어덱으로 나눠져 탑승하게 된다. 특별 대접받는 느낌을 원한다면 좌석이 몇 개 없는 어퍼덱을 고르길 추천한다. 어퍼덱의 공간은 작은 느낌이지만, 천장이 낮아 정말 아늑하다. 특히 푸른빛의 은은한 조명에 동굴 같은 분위기는 밤 비행기에서 잠 잘 오게 하는 최상의 역할을 해낸다. 한편 좌석수가 많은 로어덱은 공간이 훨씬 커서 탁 트인 기분이 들고, 승무원이 많아
서비스가 빠른 편이다.

00:55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KLM네덜란드 항공의 출발시간은 새벽 0시 55분. 진정한 밤 비행기다. 서유럽을 연결하는 항공사 중에 밤 비행기는 KLM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자연스럽게 신체리듬에 맞춰 잠을 자게 되니 체력적으로 훌륭한 선택이고, 또 암스테르담에 새벽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이 재산인 여행자에게 특히 비즈니스 여행자에게 반가운 스케줄이다.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오가는 비즈니스맨들이 정말 많다. 샴페인을 손에 들고 대화를 나누며 어퍼덱을 오가는 기장과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 이륙하기 전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굳이 밤 비행기의 흠을 찾아보자면 환전과 면세점 쇼핑을 미리미리 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01:00 이륙할 때의 어퍼덱은 유난히 고요하다. 바퀴가 닿는 땅과 멀어서 인지 소음이 적고, 진동도 미세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활주로도 훨씬 시원스레 펼쳐진다. 좌석이 창문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서 시선처리나 목의 움직임까지도 편안하다.

01:10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기 전, 엉덩이를 좌우로 들썩이며 자세를 정리해보면 레그룸이 보통 넓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아무리 발을 쭉 뻗어도 앞쪽 스툴에 닿지 않는다. 물론 다리가 전봇대처럼 긴 네덜란드 비즈니스맨들은 편안히 두 다리를 올리는 게 쉬워 보이지만 말이다. 항공기 좌석 앞뒤 간격인 시트 피치가 무려 내 키와 맞먹는 160센티미터다. 좌석을 완전히 펼치면 2미터나 된다는 얘기다.

01:40 밤 비행기라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빠르다. 곧 취침하게 될 탑승객을 위한 식사 준비 때문. 늦은 밤이라 애피타이저 없이 바로 메인 디시가 제공된다. (암스테르담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콜드 스타터 혹은 베지테리안 수프가 제공되는 애피타이저가 추가된다.) 그리고 포트 와인이나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곁들인 디저트로 마무리. 식사는 늘 한식과 양식 두 가지가 준비되는데, 삼청각에서 만든 비빔밥은 외국인들이 너무 좋아해서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속이 더부룩할까 봐 새벽에 먹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지만, 네덜란드의 톱 셰프Jacob Jan Boerma의 메뉴는 참 훌륭하다.

시금치, 리코타, 썬 드라이 토마토를 넣은 버섯 크림 소스의 카넬로니를 메인 코스로 고른다. 함께 서빙 되는 모둠 샐러드, 미몰레트와 페퍼 잭 치즈도 남기면 아쉽기 때문에 다 비운다. 새벽시간이지만, 마블 치즈 케이크와 초콜릿 컵에 담긴 헤이즐넛 무스까지 포기 못하고 해치운다. 잊지 말고 Hubrecht Duijker의 와인 셀렉션도 꼼꼼히 챙겨서 마시자. 혹여 제대로 된 정찬이 부담스럽다면 저녁 식사대신 프로슈토와 토마토를 올린 브루스케타, 오리고기를 넣은 라이스페이퍼 롤, 브로콜리 크림수프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익스프레스 옵션을 주문하면 된다.

02:20 KLM네덜란드 항공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훌륭하다. 17인치의 부드러운 터치스크린에 최신 영화부터 TV 시리즈물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것도 한국어로 말이다. 더불어 소음방지용 헤드폰까지 있으니 아무리 밤 비행기이라 한들 영화 한편 정도는 꼭 시청한다.

04:00 배도 부르고, 영화도 봤으니 이 시간쯤이면 잠이 솔솔 오기 마련이다. 푸른빛의 어두운 조명이 깔리고 옆자리와 공간을 나누는 은색 프라이버시 스크린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들이 별빛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개인 공간만 넓은 게 아니라 어퍼덱의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사람 수도 적으니 왠지 잠도 잘 오는 것 같다. 180도로 펼쳐지는 플랫베드의 편안함은 당연하고, 푹신한 베개와 무엇보다 누빔 스타일의 담요까지 완벽한 취침에 한몫을 더한다. Hella Jongerius의 세심한 손길에서 탄생한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의 카펫이며 커튼의 패브릭 등 작은 디테일까지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좌석 옆에 조명등과 전원 콘센트까지 갖춰져 있어 핸드폰과 노트북 등 충전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놓고 잠에 든다.

07:00 탑승객들이 곤히 자는 밤에도 물과 음료 서비스는 멈추지 않고 진행된다. 보통은 깊이 푹 자게 되지만, 혹시 배가 고프다면 간단한 스낵을 요청하면 된다. 샌드위치, 컵라면, 디핑소스와 함께 제공되는 신선한 생야채, 호주산 오가닉 아이스크림 등이 준비되어 있다.

10:00 착륙하기 1시간이 조금 더 남았을 때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 잠결이라 망설여지기도 하는데, Marcel Wanders가 디자인한 테이블 웨어와 커트러리를 한번 보면 반하고 만다. 예술작품에 가깝도록 정교하고 예뻐서 식사를 하게 된단 말이다. 스크램블 에그 치킨 코프타와 라타투이, 아니면 오렌지 빵과 버터 푸딩 중에 고를 수 있다. 그래놀라, 치즈, 잼, 초콜릿 스프링클, 삶은 계란, 롤빵과 크루아상까지 곁들여지는 든든한 아침이다.

11:00 KLM의 사랑이 가득 담긴 컴포트 백에는 장시간 비행에 필요한 어메니티가 들어있다. 양말과 안대는 취침 시에 사용하고, 칫솔과 치약으로 아침 준비를 한다. 화장실에 구비되어 있는 로션도 향기가 괜찮은 편이다. 헝클어진 머리와 잠에서 깬 얼굴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11:30 마지막에는 진짜 선물 증정식이 기다리고 있다.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객에게 주어지는 로열 델프트의 미니어처 ‘델프트 하우스’. 중국의 청화백자에서 발전된 네덜란드 델프트 지역의 도자기로 실제 존재하는 상징적인 집들을 모델로 삼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선물이다. 안에는 네덜란드의 전통주 헤네베르가 들어있다. 각각의 하우스에는 일련번호가 적혀있으며, ‘KLM Houses’라는 앱을 사용하면 컬렉션을 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예쁜 집을 모으기 위해서 네덜란드 항공을 타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기념품이다.

11:45 드디어 착륙이다! 암스테르담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 45분. 밤하늘의 별빛을 뚫고 11시간 남짓을 날아왔더니 도시의 불빛도 반짝반짝 빛난다.

12:00 아직은 캄캄한 새벽 5시의 스키폴 공항은 한산하다. 입국심사부터 서유럽의 다른 도시로 가는 환승까지 물 흐르듯 진행된다. 암스테르담이 최종 목적지인 여행자는 밖으로 나와 첫차에 올라탄다. 북적이는 느낌을 좋아한다면 아쉽겠지만, 이토록 고요하고 텅 빈 암스테르담도 특별한 경험이다. 특히 도착한 날을 온전히 꽉 채워서 보낼 수 있으니 여행자로서는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한국 시간으로는 낮 12시.
무리 없이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40분 남짓이면 암스테르담 시내에 도착한다. 운하 옆의 작은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을 끊는다.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오후 9시 20분에 출발해 다음날 오후 3시 40분에 도착한다. 귀국하는 날에도 암스테르담에서의 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떠나는 셈이다. 환승객 역시도 서유럽의 어느 도시에서건 꽉 찬 일정을 보냈으리라. 돌아가는 발걸음도 행복하다. 스키폴 공항에서의 스카이 프라이어리티 대접이 훌륭하므로.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레드 카펫을 밟으며 체크인할 수 있고, 출국 수속도 별도 라인을 따라서 좀 더 빠르게 탑승할 수 있으며 럭셔리한 라운지에서 쉬어갈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컴포트 백, KLM네덜란드 항공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장시간 비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담은 어메니티 백 하나에도 세심함을 잃지 않는 KLM네덜란드 항공이 올해도 새로운 디자인의 컴포트 백Comfort Bag을 선물한다. 지난 3월 27일부터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하게 되는 승객들은 네덜란드 디자이너 Jan Taminiau의 작품을 기내에서 선물로 받고 있다. 2004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네덜란드에서 톱으로 평가되는 패션 디자이너. 대중적으로는 레이디가가의 화려한 코스튬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전의 부드러운 소재의 파우치에 가까웠던 컴포트 백을 여성용 클러치처럼 럭셔리한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물론 2011년부터 이어진 Viktor&Rolf 컴포트 백의 디자인도 훌륭했으나 Jan Taminiau의 접근방식은 특별하다. 여성과 남성을 위한 두 가지 스타일로 다르게 디자인했으며, 첫 번째는 자신의 오뜨꾸뛰르 의상에서 영감 받은 클러치 백이고, 두 번째는 두터운 지갑 스타일이다. 실용적이면서도 패션의 감각을 잃지 않기 때문에 비행 이후에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번 컴포트 백을 시작으로 6개의 다른 디자인에 12개의 다른 컬러로 매년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하게 된다면 KLM네덜란드 항공이 준비한 컴포트 백을 기대하시길.

“기내에서의 실용성을 뛰어넘어 비행 이후를 생각했어요. 오래도록 가방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여행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잖아요. 멋지게 차려입은 드레스와 매치할 수 있는 패셔너블한 클러치 백으로 우아하게 디자인했습니다. 가방을 내려다볼 때마다 즐거웠던 비행을 추억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