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seille :: Art Museum

마르세유의 미술관에서 놀다. 
지금 마르세유는 현대미술의 봄을 맞이했다. 삭막했던 항구 도시를 더 많은 사람들의 감성과 웃음소리로 채우기 위해 3년 전부터 진행해 온 수많은 프로젝트가 서서히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본 좋은 변화에 동참하고 싶다면 응당 가봐야 할 마르세유의 미술관 세 곳. 여행 중의 민감한 감수성과 상상력까지 장착했으니, 이제는 그 안에서 맘껏 뛰어놀 일만 남았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한진관광 www.kaltour.com, 부슈뒤론 관광청(BOUCHES-DU-RHONE TOURISME) www.myprovence.fr,마르세유 관광사무소(Office de Tourisme et des Congres de Marseille) www.marseille-tourisme.com, 프랑스관광청(Atout France) kr.france.fr

칸티니 박물관, Musee Cantini

고즈넉한 저택에서 아트 힐링

마르세유에 흔치 않게 내리는 비를 보고는, 고즈넉하고 한적한 미술관을 찾고 싶었다. 구항구에서도 가깝지만 일요일 오전이면 특히나 고요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칸티니 미술관Musee Cantini이다. 외관부터 긴 세월의 여운이 느껴지는데, 1936년에 처음 미술관으로서 대중에게 공개된 나이 지긋한 곳이다. 물론 건물 자체는 이보다도 오래된 17세기에 지어졌다. 건물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석공 쥘 칸티니가 마르세유의 전시 공간을 위해 기꺼이 기증한 후,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탄생되었다.

칸티니 미술관은 그 규모 자체가 독보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00년과 1960년 사이의 유명 현대미술 작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간에 왕성히 활동했던 작가 폴 시냐크와 앙드레 드랭,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블로프 피카소 등의 주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전시장의 가장 오픈된 자리에 걸려 있던 폴 시냐크의 마르세유 항구 그림은 여전히 뇌리에 선명하다. 신인상주의 화가답게 환상적인 색감은
물론, 그만의 특별한 점묘주의가 아스라이 피어나는 항구의 석양을 꿈처럼 표현했다. 더불어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가 마르세유 속 화가들의
마을로 유명한 에스타크l'Estaque에서 작업한 그림도 다섯 작품 이상 보유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그림들 속 다양한 얼굴의 마르세유를 볼 수 있는 하나의 경로를 제시하는 셈이다.

Andre Masson
전시 기간 11.13~7,24
앙드레 메이슨은 20세기의 주요 작가이자 1924년 이후 초현실주의 그룹의 멤버이다. 전쟁의 경험을 통해 이중적인 분위기와 다른 차원의 서정, 현실의 몽환을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다.
주소 19 rue Grignan, 13006 Marseille
오픈 화-금 10:00~18:00
문의 www.culture.marseille.fr

1 오래된 저택의 분위기가 아주 고요하지만 진하게 풍기는 곳이다. 살짝 분홍빛이 도는 라임스톤 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2 앙드레 메이슨의 ‘L'Ame de Napoleon’.
3 미술관 인근의 M1 라인 Estrangin역. 
4 앙드레 메이슨의 작품은 신비로운 색감들이 사포처럼 까슬한 질감으로 쌓여 있다. 
5 6 폴 시냐크가 그린 마르세유 항구, ‘L'Entree du port de Marseille’. 문 뒤로 보이는 작품은 라울 뒤피의 ‘Usine a l'Estaque’

마르세유 현대 미술관, MAC, Musee d'Art contemporain

한국 작가 코디 최의 작품을 만나다

맥MAC을 찾은 날은 예술로 충만한 하루였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 꼬흐뷔제의 하우징 유닛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한 것이다. 사실 이 현대 미술관은 하루 차이로 다녀온 칸티니 미술관과 자매지간이다. 맥이 세워진 1994년에 칸티니 미술관의 컬렉션을 나눠 전시장을 장식했다. 최근에는 작가 아르만, 뷰렌, 워홀 등의 작품 약 600점으로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은 1970년에 세워진 라우 박사 소유의 현대식 건축물이었다. 그의 기증을 통해 미술관으로 개조되었으며, 전시는 임시 전시관까지 포함해 약 900평에 이르는 공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맥의 매력은 단순한 실내 전시 외에도 조각 공원을 두어
휴식과 예술을 결합시켰다는 데 있다. 더불어 미술관 입구의 회전교차로에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는 세자르의 ‘엄지손가락’ 동상도 잊지 않고
감상해야 할 포인트다.

그러나 맥을 방문한 5월의 어느 날에는 현재에도 진행 중인 어떤 전시회로 마음이 부풀었다. 올해로 130주년을 맞은 한·불 수교의 해를 기념하여 마르세유 내에서도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코디 최Cody
Choi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한국과 캐나다에서 거주하며 예술적 영감을 키운 작가의 전시는 박장대소가 여러 번 터질 만큼 유쾌하게 다가왔다.

CODY CHOI Culture Cuts
전시 기간 4.8~8.28
작가가 프랑스 기관에서 처음 진행하는 개인전이다. 국제적 작가의 회화, 퍼포먼스 사진, 조각, 설치 예술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뒤 캘리포니아 파사 데나에서 예술을 공부했다.
주소 69 avenue de Haifa, 13008 Marseille
오픈 화-금 11:00~19:00
문의 www.lesartistescontemporains.com



1 2 미술관 입구. 
3 입체적인 구조의 내부 전시관. 
4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응용한 코디 최의 ‘The Thinker’. 참고로 조각상을 받치고 있는 상자의 작품명은 ‘Shit Box’.
5 작품명 ‘When you say No, You know something, When you know something,Communication is impossible’. 
6 맥 입구 바로 옆의 회전교차로 위에 세자르의 ‘엄지손가락’동상에 세워져 있다. 
7 중앙의 작품은 코디 최 전시의 포스터로 사용돼 유명한 ‘Dialectic Shampoo’

프히쉬 라 벨 드메, Friche la Belle de Mai

시끌시끌 아트 놀이터

마르세유에서 찾은 미술관 중 다시 찾고 싶은 미련이 든 유일한 곳이다. '황무지'라는 뜻의 프히쉬La Friche를 이름 삼는 이 문화 복합 공간은 진정 황무지에 난 새싹처럼 홀로 우뚝 서 있는 장소다. 사실 그 이름은 프히쉬 라 벨 드메가 세워져 있는 동네 벨 드메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프히쉬를 찾기 위해 주변을 헤매며 둘러 본 벨 드메는 전형적으로 특징 없는 일반 주택가의 풍경이었다. 본래 그 속의 담배 공장이었던 폐건물 자리를 대대적으로 개조해 지금은 운동장과 레스토랑, 5개의 공연장, 공동 정원, 서점, 전시관, 옥상 테라스 등을 거칠고 또 아름답게 조성해놓았다. 총 면적이 만 평을 훌쩍 넘으니 가히 작은 예술의 왕국이다. 음악, 비주얼 아트, 퀴진, 출판, 미술 등 다양한 부류의 예술 집단들이 상주하며 작업하는 창작의 공간이자. 벨 드메 이웃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 주고 있다.

저녁 10시까지 전시장을 열어 놓은 ‘마르세유 엑스포’기간에 프히쉬를 찾은 건 행운이었다. 3층에 걸쳐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깔깔 대며 관람하고, 자연스레 밤공기를 따라 오른 옥상 테라스. 특별히 독창적인 장식도 기구도 없는 탁 트인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석양을 뒤로 하고 맥주 한 잔씩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프히쉬답다 생각했다. 무게 잡지 않고도 예술을 생활 언저리로 바짝 가져온 프히쉬는 그렇게 자연스럽기에 더욱 멋지다. 그 속의 사람도, 공간도.

Les Possedes
전시 기간 5.5~6.31
마르세유가 매년 여는 이벤트 ‘현대미술의 봄’의 일환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24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에게서 150개 이상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남프랑스 전역에서 수집해 놓았다. 전시 타이틀인 ‘레 포세데Les Possedes’는 피오도르 도스토예브스키의 유명한 책 제목이기도 하며,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이 전시는 예술가들 사이의 민감하고 미래지향적인, 또 스스로의 재능을 발전시키게 하는 미적관계를 드러낸다. 더불어 예술가들 개개인의 대화들을 조명하고 있다.
주소 입구 1 (보행자 전용) : 41 rue Jobin, 13003 Marseille
입구 2 (차량 전용) : 12 rue Francois Simon, 13003 Marseille
오픈 월 11:00~18:00, 화-일 11:00~19:00
문의 www.lafriche.org

1 버려진 담배 공장을 개조해 건설된 프히쉬. 옥상에는 거대한 흰 큐브 구조물이 얹어져 있다. 색색의 조명 장식이 예쁘다. 
2 옥상 테라스의 한 쪽 벽에 가득 그려진 화려한 작품. 
3 전시장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다. 누군가 뛰어다닌다 한들 째려보는 이 하나 없을 것이다. 
4 참고로 예술작품이 아닙니다. 그 흔한 낙서조차 멋져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5 7 영상 작업, 설치 미술, 유화 등 규정된 틀 없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 중인 레 포세데. 
6 프히쉬의 보드 연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