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 Route 66
Route 66  Road Trip

열 두 시간의 루트 66 로드트립

시작은 냇 킹 콜의 음악이었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같은 곡을 불렀지만 그의 ‘Route 66’에 이끌려 이곳에 왔다. 8개 주에 걸쳐 있는 전설적인 66번 국도 로드트립은 시카고에서 시작한다. 과거의 시간을 만난 길 위에서 훨씬 이전에 루트 66을 지나간 여행자에게 편지 한 통을 띄웠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미국관광청 www.gousa.or.kr, 
캐세이패시픽 www.cathaypacific.com, 알라모렌터카 www.alamo.co.kr

시카고 미술관 앞에서 처음으로 루트 66 표지판을 마주했을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요. 사진을 통해 본 표지판과 이어폰 너머로 듣던 음악의 출발지점을 앞에 서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격했거든요. 아, 도로를 따라가면 다운타운에서만 몇 번이나 볼 수 있는 게 66번 표지판이란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늘 시작은 특별한 법이잖아요. 며칠 뒤 다시 시카고 미술관 근처로 갔을 땐 낡은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달란 여행자를 만났어요. 여전히 루트 66 로트트립에 로망을 품은 사람이 많나 봐요. 물론 나를 포함해 말이죠. 오래전 당신이 지나갔던 이 길에 대한 이야기, 다시 한 번 들어볼래요?

1 루트 66 여행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차를 렌트하는 것. 자동차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여행 출발 전, 알라모 한국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차를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오헤어 공항과 루프 지역에서 렌터카를 받을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택 가능한 다양한 차종과 쉽고 편리한 온라인 예약이 특징. 
2 졸리엣에 위치한 Joliet 66 Route Diner. 루트 66 여행자라면 들러볼 만한 식당이다. 
3 St. Mary Carmelite Catholic Church는 졸리엣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제일 처음 만난 건물이다. 
4 마더 로드. 루트 66에 붙여진 수많은 별명 중 가장 맘에 드는 것. 
5 6 시카고 루트 66 시작점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Lou Mitchell's Restaurant은 도심에서 루트 66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푸짐한 아침 메뉴와 입장과 동시에 한 개씩 집어 먹는 도넛 맛이 일품. 쿨한 종업원들도 꽤 마음에 든다. 
7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졸리엣은 인구 15만명 남짓의 작은 도시이다. 교외로 나왔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여유롭고 한가한 풍경.

마더 로드, 로드트립의 로망 루트 66

시카고 미술관 앞에서 시작해 종점인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까지, 3천 킬로미터를 훌쩍 넘는 루트 66을 놓은 본래 이유는 메인 도로와 작은 마을들을 잇기 위함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렸던 것은 아니었어요. 한때는 동부와 서부를 잇는 유일한 길이었던 루트 66은 희망의 길이기도 했죠. 이는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 잘 드러나요. 대공황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포드 일가가 캘리포니아 드림을 품고 오클라호마를 떠나 서부로 향하죠. 바로 이 길이 루트 66이고요. 이 책을 통해 루트 66은 ‘마더 로드Mother Road ’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해졌어요.

각 주를 잇는 고속도로가 생긴 뒤 공식적으로 루트 66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길이 됐다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로드트립의 향수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상당 부분을 복원했어요. 최초의 대륙횡단 길이자 미국의 메인 도로라는 명성에 걸맞은 대우이지 않나요? 대공황 시기,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하는 사람들로 인해 현재 이 길 위에는 수많은 카페, 모텔, 주유소가 들어섰어요. 게다가 오늘날의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명소들도 넘쳐나고요. 시카고에서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지만 늘 꿈꿔온 루트 66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어요. 그래서 단 하루이지만 루트 66 로드트립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루프 지역에 위치한 알라모 렌터카에서 미리 예약한 차를 빌리고 간식과 물 정도를 챙겼죠. 루트 66을 여행하는 그룹투어도 많지만 이번에는 당신처럼 차를 타고 떠납니다. 당신이 출발했던 그곳, 시카고 미술관 앞에서요.

서쪽으로 진로를 돌려라

‘시카고 다운타운의 서쪽과 남쪽 지역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 것.’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호텔 프런트에서 만난 한국인 직원은 그랜트 파크Grant Park의 아래, 길 이름이 숫자인 지역부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죠. 루트 66 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고개를 내저은 곳들을 모두 지나친 걸 아시려나요. 분위기는 묘하게 달랐음에도 차 안에서 본 풍경은 예상 밖으로 평화롭더군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좋지만 무작정 겁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루트 66에 첫발을 내딛는 설렘이 막연한 두려움을 이긴 건지도 모르겠죠.

출발에 앞서 하루 동안 갈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봤어요. 왕복 시간을 고려해 종일 운전대만 잡고 있다면 미주리 주Missouri의 세인트루이스St. Louis까진 닿을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오래전 여행자들이 머물렀던 도시에도 들러 과거의 흔적을 찾고 싶었어요. 소박하지만 목적지를 졸리엣Joliet으로 삼은 이유라고나 할까요. 시작지점에서 졸리엣까지는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수준에 불과한 거리지만 하루 여행으로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아요. 똑똑한 내비게이션은 졸리엣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줬어요. 하지만 빠른 길은 루트 66에서 벗어난 것이었으니 이번만큼은 내비게이션이 필요가 없었네요. 고맙게도 곳곳에서 등장하는 루트 66 표지판이 안내자가 되어 주었어요. 혹시 당신도 버윈Berwyn, 시서로Cicero, 로메오빌Romeoville을 거쳐 갔나요? 루트 66을 여행하기 전까지 몰랐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길을 따라 상점이나 레스토랑 간판에 쓰인 66이라는 반가운 숫자 덕분에 아주 낯설지만은 않더라고요.

부유와는 거리가 먼 허름한 동네, 온화한 숲길, 조용한 주택가까지. 목적지인 졸리엣은 시카고 도심에서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정도로 멀지 않아요. 하지만 하나의 길 위에서 이토록 다채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미국 로드트립의 즐거움 중 하나이겠죠. 작은 마을과 도시들을 그냥 지나쳤더라도 장담하건대 당신 역시 졸리엣에서는 차를 세웠을 거예요. 졸리엣은 시카고에서 출발한 루트 66 여행자라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니까요. 공휴일인 까닭에 도시는 한산했지만 잠깐 사이에 루트 66 여행자를 세 커플이나 만나기도 했지요. 또한 박물관, 음식점, 숙소 등 도시 어디에서든 기대했던 이상의 장면들을 발견했어요. 참 신기한 일이죠. 한나절 남짓의 드라이브를 통해 미국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것. 아쉽게도 이번에는 졸리엣에서 다시 시카고로 되돌아왔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내가 사랑한 노래의 등장하는 도시를 들러 과거 여행자들이 잠을 청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른 새벽 아침을 먹고 다시 서부로 향하는 진짜 루트 66 로드트립을 떠날 거예요. 당신이 아련한 향수를 느꼈던 이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과 황홀한 풍경을 마주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요. 시카고에서 서부 끝자락까지, 긴 대장정이 끝나는 날 산타모니카에서 다시 편지할게요.

1 시카고 미술관 앞 루트 66 시작점. 
2 공휴일을 맞은 졸리엣 시내는 차도, 사람도 많이 없다. 
3 GPS 지도에 나오는 55번 고속도로가 바로 일리노이 주를 지나는 루트 66 길이다. 졸리엣 길가에 놓인 안내판에서 자세한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안내판의 비밀은 다섯시 방향에 있는 작은 버튼. 버튼을 누르면 ‘Get Your Kicks on Route 66’음악이 흘러나온다. 여행 중 가장 영화 같던 순간. 
4 5 졸리엣 역사박물관. 루트 66 웰컴 센터를 함께 방문할 수 있다. 흥미로운 기념품과 비디오 등이 있으며 루트 66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